UPDATED. 2024-04-25 18:15 (목)
관료주의 병폐를 넘어서는 길
관료주의 병폐를 넘어서는 길
  •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 승인 2014.06.09 1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교수 칼럼_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대등한 위치에서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너그러운 수용, 그것이 바로 관료주의의 병폐를 타파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세월호 참사와 유병언 사건이 해결되기도 전에 지방선거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의지는 투표결과에 그대로 반영돼 나타났다. 특히 전국 17개 교육청 가운데 삼분의 이 이상이 진보교육감으로 채워질 것이란 사실은 기존의 수월성교육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을 예상하게 만든다. 또한 시ㆍ도 행정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 같은 선거 결과의 기저에는 온 국민의 기득권층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세월호 사건으로 드러난 부패한 기업인과 관료주의의 폐해가 모든 이들에게 변화가 절실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물론 이번 선거의 결과로 인해 국민들이 원하는 변화가 달성될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권력화 된 신흥세력만을 양산하게 될지 현재로서는 그것까지 알기는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관료주의의 병폐가 일반 시민들을 얼마나 큰 희생에까지 몰아가는지 두 눈으로 명확히 보았다는 점이다.

관료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에 만연해 있는 독선적, 형식적, 획일적, 억압적, 비민주적인 행동양식이나 사고방식이라고 한다. 여기에 더불어 관료들의 집단 이기주의는 각종 이권 챙기기를 정당화 해왔다.

관료주의에 기인한 의사결정은 개인이 본인의 정체를 드러내고 하는 과정이기보다는 집단 의사결정에 가깝다. 집단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자들은 집단몰입의 부작용을 다음 세 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개인이 혼자서 의사결정을 할 때보다 집단에 몰입해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보다 과도한 모험도 감수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는 위험을 택하더라도 책임을 혼자 지지 않아도 된다는 책임분산 현상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는데, 소위 관피아들의 부패스캔들에서 이런 현상은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혼자서는 비판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사람들도 조직에 몸담게 되면 조직의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에 결국 동조하게 되는데, 이는 다수에 의한 결정 앞에서 개인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날카로운 비판력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두 번째 부작용은 도덕적 환상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개인의 돌발행위보다 집단이 단체로 정하는 행동규범은 더 도덕적일 것이라는 믿음을 지니는데, 이는 근거 없는 환상일 가능성이 크다. 급속하게 변하는 사회환경의 요구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관행적인 의사결정은 이미 달라진 규범에 부합할 수 없는 비도덕적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집단의사결정의 문제는 집단이 결정하는 사항은 곧 만장일치에 의한 것이리란 믿음이다. 집단규범에 동조하라는 압력이 강한 집단일수록 개인이 반대의견을 표명하기는 더욱 어려우며, 따라서 굳이 혼자만 반대 의견을 피력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이미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집단의사결정을 몇몇 개인들이 반대해 돌이키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애쉬라는 심리학자는 아주 명확한 틀린 답에도 집단의 모든 구성원이 맞는다고 주장하는 앞에서는, 진실을 아는 한 사람이 전체의 답변이 모두 틀렸다고 주장하기란 어렵다는 점을 실험을 통해 입증해보였다. 또한 밀그램은 집단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이 이 같은 잘못된 규범을 강요하는 경우, 70% 이상의 사람들이 그런 요구에 저항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렇게 집단규범에 쉽게 굴복하는 현상은 개인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돌출적 행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시사한다.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소망하고 있다. 이 변화는 지금까지의 관행을 깨는 것이다. 대통령조차도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던 4월 16일 이전과 이후는 매우 다른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자들은 집단이 선택한 오랜 관행을 깨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개인이 집단 규범에 저항해 자신의 결정에 책임지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개인의 의사가 집단 속에서 일단 솔직하게 표현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상황이라고 연구물들은 제안한다. 대등한 위치에서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그리고 너그러운 수용, 그것이 바로 관료주의의 병폐를 타파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한국심리학회 공공정책위원회 위원장과 경기대 양성평등문화원장을 지냈다. 연세대에서 박사를 했으며『최신범죄심리학』등의 저서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