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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의 소통, SNS 어때요?
인문학자의 소통, SNS 어때요?
  • 교수신문
  • 승인 2014.06.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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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미 새로울 것이 없는 ‘인문학의 위기’를 초래한 이유는 분명히 효율만을 중시하는 사회의 흐름 때문이었습니다. 뒤늦게 인문학을 중시하고자 하는 풍토가 갑자기 나타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몇몇 스타 인문학 강사들만이 턱없이 비싼 강사료로 수입을 올릴 뿐이고, 여기저기 인문학 강좌가 우후죽순 열리지만 아직도 대학은 인문학의 위기를 노래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무엇보다 한국 인문학은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최대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교수들의 경우만 봐도 조금 나이가 들고 학과에서 위치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 가장 먼저 교양강의부터 중단합니다. 자신의 학문세계를 전공학생과 대학원생들에게만 전달하면 된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비전공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개념과 용어를 사용해 소통하려는 노력은 사라지고 맙니다. 대중과 교육자로서의 정체성보다는 자신의 연구가 우선이라고 생각해 학생들 개개인에 대한 관심을 줄이는 교수들도 많습니다. 과연 자신에게 배정된 지도학생들을 하나하나 면담하고 학업과 진로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교수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대중문화에 관심 없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인문학자의 자존심이라 여기는 분도 있습니다. 1988년에 처음 286 AT 컴퓨터를 사서 원고를 작성하고 도트 프린터로 출력해서 학회에 가져가면 원성이 높았습니다. 글은 원고지에 써야지 무슨 역사학자가 컴퓨터로 글을 쓰느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등등 말이 많았지요. 물론 그 분들 나중에 모두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당연히 SNS는 먼 나라의 일이고 대중매체와의 인터뷰나 외부강연마저 거부하는 분도 많습니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인문학자로서의 순수성을 고수하고 있다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썩 잘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노력 중인 27년차 교수로서 저의 경험을 잠깐 나누려고 합니다. 저는 우선 모든 학생들을 이름으로 기억합니다. 신입생이 들어오면 적어도 한 달 이내에 반 이상, 첫 학기 안에 모든 학생들의 이름을 다 외워서 불러주는 것인데요. 의외로 자신의 이름을 교수가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또한 학생들에 대한 종합적 정보를 바탕으로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진로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종 결정은 본인의 몫이지만 학생들은 자신에 대한 오랜 관심을 바탕으로 한 교수의 조언을 대체로 잘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저는 그것이 제자에 대해 교육자가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문화의 트렌드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드라마와 가요 등을 되도록 접해보려고 합니다. 신곡이 나오면 스마트 폰 어플을 이용해 들어보고, 웬만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이름도 많이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대중문화를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방 교수와 학생, 50대와 20대라는 거리감이 상당히 해소되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은 연구실 내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은 인문학자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입니다. 만약에 연구실 안에서의 ‘영광스러운 고립’을 추구한다면 더 이상 국가와 사회에 인문학을 지원해 달라는 요구를 해서는 안 됩니다. 연구는 학자의 자유이지만 연구에 대한 지원은 학문이 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때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런 체질을 갖고 교수생활을 해 가다 보면, 자신의 학문과 직결된 사회적 이슈가 벌어져도 전혀 참여하지 않고 불의를 보아도 참습니다. 그러면서 권력에 맞서서 힘겹게 저항하고 있는 동료들에 대해 아주 냉정한 비평가의 자세로 양비론을 늘어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자신은 나서서 피해를 볼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SNS의 활용은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4년 전부터 페이스북(이하 페북)을 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40자로 한정된 트위터의 글쓰기는 맞지 않아 잘 이용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아이들의 생활이 궁금해 시작했던 페북이 이젠 일상이 돼버렸고 어느덧 페이스북 친구(이하 페친)도 1천400명이 다 돼갑니다. 페북을 통해 이제는 졸업을 해서 자주 만날 수 없는 제자들,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현재는 수업을 듣지 않고 있는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또한 수업시간에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페북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은 점입니다. 아울러 고등학생에서 80대 어르신까지 넓은 연령층, 그리고 전 세계 각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페친들과의 소통은 매우 큰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제비가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주듯 페친들이 날라주는 좋은 글과 사진, 동영상 등을 통해 저의 세계는 분명히 넓어졌고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대면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었던 분들과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전에 누릴 수 없었던 즐거움입니다. 무엇보다 전에는 메모를 해 두지 않으면 기억하기 힘들었던 내용을, 그때그때 글로 옮겨 저장해 둘 수 있다는 점도 아주 매력적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교수 특히 인문학자들에게 인문학적 소통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자신에게 맞는 SNS 활동을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 서로 페친이 돼 보시면 어떨까요?.

□ 다음호 필자는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교수입니다.


 


주진오 상명대·역사콘텐츠학과
필자는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상명대 인문사회과학대학장, 전국문화콘텐츠학과협의회장, 고등학교 한국사집필자협의회 대표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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