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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호르몬 ‘코티솔’ 수치를 좌우한다?
소득이 호르몬 ‘코티솔’ 수치를 좌우한다?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4.06.0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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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61. 가난

빈곤은 전 세계가 직면한 긴급한 문제들 중 하나다. 지난달 23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서 특집 이슈로 ‘불평등의 과학(The science of inequality)’이라는 코너를 마련했다. 그 중 「가난의 심리학(On the psychology of poverty)」은 가난의 세습과 관련해 생활패턴에서부터 심리적인 영향까지 분석한 글로 눈길을 끈다. 연구결과 가난은 부정적 영향과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영향들은 인간의 행동학적인 선호를 바꾸기도 한다.
지구에 살고 있는 인구 가운데 15억 명 정도가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간다(2013년 12월 달러 기준 구매력 평가). 재정 부족은 그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아프리카인들은 유럽인들보다 평균 21년 일찍 사망하며, 아이들의 경우 3명 중의 1명꼴로 성장 발달이 저하돼 있다.

가난으로 일찍 사망하는 아프리카인
빈곤은 경제 행위에 대한 심리적 결과도 드러낸다. 우선 빈곤은 스트레스와 부정적 감정 상태의 원인이 된다. 나쁜 감정은 또한 근시안을 유발해 의사 결정에 대해서 책임 회피를 하게 한다. 이어 목표 지향점이 사라지고 이에 대한 관심도 제한되기 시작한다. 그 결과 습관적 행동만을 선호하는 상태에 빠진다. 이들 관계는 순환 고리를 구성하며 빈곤의 영구화에 기여할 확률이 크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류 사회의 불평등이 심각해지는 것이다.


빈곤에 대한 두 가지 경고가 제기됐다. 첫째, 빈곤은 불충분한 소득뿐만 아니라 불완전한 사회적 제도로도 특징지어 진다. 예를 들어 폭력과 범죄에 대한 노출, 공공의료에 대한 낮은 접근성, 혹은 다수의 사회적 장애물과 불편 등이다. 이러한 다양성으로 인해 가난과 가난에 의한 심리학(혹은 심리학적 변화)의 단순한 관계는 복잡해진다. 하지만 물질적 가난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춘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둘째, 빈곤이 앞에서 설명된 심리학적 채널(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부정적 상태에 놓이게 되는 방식을 의미)을 통해 악순환에 빠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빈자들이 그들의 가난에 대해 비난 받아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가난한 환경 혹은 그러한 환경에 태어날 수밖에 없었던 처지가 빈곤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을 만들었을 것이다. 이런 시각에선, 우리 중 그 누구도 특정한 환경이 아니었다면 그들처럼 가난에 내몰렸을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스트레스와 빈곤의 상관관계
높은 소득은 나라 안팎의 인류 모두에게 큰 행복을 주고,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국가가 부유해질수록 그들의 행복도 증가했다. 여기에는 포화단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때로는 감소하는 행복이 소득으로 바뀌기도 한다. 소득을 담보로 행복을 포기하는 셈이다. 빈곤은 행복과 삶의 만족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정신 건강과도 넓게 연관돼 있다. 2003년 『세계건강보고서』(World Health Report, WHR)에 따르면 부유한 국가에 있는 가장 가난한 인구 상위 20%는 가장 부유한 인구 상위 20%보다 우울함과 걱정이 1.5~2배 많았다. 또한 낮은 중간 소득 국가들에 존재하는 빈곤과 정신건강 사이의 관계를 조사한 115개의 연구 결과, 79%에서 빈곤 지표와 정신 건강 사이에 부정적 연관이 있음이 나타났다.


소득과 사회경제적 지위는 호르몬 코티솔(cortisol, 콩팥의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 스트레스와 같은 자극에 대해 혈압과 포도당 수치를 높여 몸이 최대의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한다)의 수준과 상관관계를 이뤘다. 낮은 소득과 단기간 교육, 그리고 삶의 경제적 위치가 낮은 사람들은 코티솔 수준이 높았다. 유사한 결과가 유아와 어린이에서도 얻어졌다.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는 사람들의 심리적 웰빙을 알아보기 위해 행복과 삶의 만족 정도를 조사했다. 이는 역학 연구 센터-우울증 척도(Center for Epidemiologic Studies Depression Scale, CES-D)와 코헨의 감지할 수 있는 스트레스 척도(Cohen’s Perceived Stress Scale)로 사람들의 스트레스와 우울증 정도를 측정한 것이다. 긍정적 전이를 받았을 때 사람들의 감정은 달라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침에 있는 코티솔의 수준도 변했다. 하지만 코티솔 수준의 감소는 전이를 강하게 받은 사람에게서만 나타났다.


비슷한 경우는 소득 보장이나 복권 당첨금 지급, 연금 지급에 대한 혜택(접근성) 등에서도 나타났다. 수입이 증가한 사람들에게서 정신 건강 문제로 인한 입원기간이 줄어들었고, 항불안약의 소비가 적어졌으며, 자기 보고된(self-reported) 정신 건강도 증가했음이 나타났다. 또 다른 무작위 통제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건강 보험 들기, 향상된 주택 환경, 용이한 식수 제공 등을 받을 때 그들의 심리적 웰빙은 증가했다. 즉 직접적으로 긍정적 상황을 제공받지 않은, 일반적인 공급에서도 효과가 있었다. 이들의 괴로움과 우울증의 정도가 낮아진 것이다.

세계가치관 조사에서 확인한 것들
반대로 연일 계속되는 가뭄은 케냐 농부들의 코티솔 수치를 높였다. 가뭄 때문에 농작물 수확이 안 되면 가난으로 인한 불평등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농부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한 스웨덴의 블루칼라 노동자 354명에 대한 조사 결과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코티솔 수치가 증가했다. 일자리를 잃기 전과 후의 코티솔 수치를 파악해본 결과,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수치가 분명 높았다. 해고는 공장폐쇄 때문에 발생했다. 따라서 일자리 상실 때문에 코티솔 수치가 높아진 것이지, 코티솔 수치가 높아 일자리 상실이 야기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물론 조사가 완벽한 결과값을 나타내진 못했다.


대출의 엄격한 제약과 보험이 되지 않는 배경 위험(background risk)의 존재는 가난한 사람들의 낮은 소득과 건강 쇼크를 내포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가난한 이들은 자신의 생활환경을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않게 된다. 통제의 부재는 스트레스와 불행, 걱정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야기할 것이다. 덧붙여 이러한 상태가 개개인이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있어 독립적인 영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결국 사회 불평등이 지속되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가 그의 책에서 경고한 것처럼 ‘세습 자본주의’가 발생할 수 있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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