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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칭 리더십이라야 한다
[기고] 코칭 리더십이라야 한다
  • 정헌석 (사)한국코칭연구원 이사장
  • 승인 2014.06.0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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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친구들과 점심 모임에서 무슨 말 끝에 “이게 나라냐, 우리나라도 나라 축에 낄 수 있는 것이냐”라고 비아냥조로 비판하다가 동석한 모두로부터 “무슨 소리냐?”고 호되게 질타당한 적이 있다. 심지어는 ‘종북좌파’ 운운하니까 “정 교수는 좌파가 아냐, 정부에 비판적일 뿐이야…”라고 두둔해 주는 친구가 있어 모면하기도 했다. 그러다 세월호 사건 직후 모임에서 “지금도 한국이 나라라고 할 수 없다는 내 말이 틀렸느냐?”고 확인하니 감히 나서거나 반박하는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온 나라가 초상집마냥 슬픔과 눈물이 가득한 가운데 유독 ‘만기친람형 리더십’이나 ‘받아쓰기 리더십’이라는 언론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아마도 충효가 기본인 우리나라에서 유교문화의 수직적 관계를 강조하는 가부장적 리더십의 극명한 모습을 일컬음일 것이다. 실제로 TV는 민망할 정도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발언하는 모습만 크게 조명한다. 대통령 외에 아무도 발언하는 모습은 안보인다. 대통령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인지 국가원수 대접을 깍듯이 하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종교계 지도자들과의 모임에서도 종교인이 발언하는 모습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역시 대통령 혼자만 말하고 읽었다.

필자는 비교적 최근에 우리나라에 소개돼 겨우 알려지기 시작한 ‘코칭’을 보급하고자 사단법인을 설립, 운영 중이다. 흔히 코칭 하면 “코오~칭, 스포츠 코칭?”이라 말하는 무지몽매한 그룹이 많다. 스포츠에서의 코칭은 정확하게 말해 ‘스포츠멘탈코칭’이다.

코칭은 인정, 칭찬, 지지, 격려라는 영양제 공급을 통해 긍정바이러스를 심어가며 식사 때 수저를 사용하듯 질문과 경청이란 도구로 고객의 목표 달성을 돕는 파트너십 관계다. 돕는다 해도 절대로 가르치거나 지시 또는 명령하지 않는다. 스스로 깨닫도록 돕는다. 자연적으로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가 된다. 흔한 멘토링과는 사촌쯤 되지만 멘토는 우월한 위치에서 조언, 가르치려 하므로 코칭과는 맥주잔과 소주잔과의 차이만큼이나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아프리카 봉사활동으로 알려진 슈바이처 박사는 멘토에 가깝고, 이태석 신부는 코치에 가깝다. 슈바이처는 끝끝내 백인 우월주의를 버리지 않은 탓이다.

수평적이기 때문에 리더나 기관장이 주재해도 ‘지시하고 받아쓰고’가 없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진술한다. 코치형 사회자라면 아무리 지위가 높더라도 개별 발언에 대해 “아 그렇군요, 대단합니다”라는 긍정에너지를 공급하면서 공감적 경청에 몰입한다. 다양한 의견이 제시돼도 유사한 의견끼리 모아 좁혀가노라면 어느새 뛰어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그룹의사결정의 강점은 우리가 나보다 훨씬 똑똑하다는 원리다. 마치 나뭇가지를 낱개 하나하나로는 금방 부러뜨릴 수 있지만 다발로 묶어놓으면 천하장사라도 부러뜨리기가 만만찮은 바와 같다. 집단의 지성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이야기다. 회의 중 최고인 국무회의에서는 대통령 한 사람의 의견을 부지런히 받아쓰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이므로 행여나 집단지성이라든가 ‘우리가 개인보다 더 똘똘하다’는 진리가 끼어들 틈새가 없다. 어쩌면 회의라기보단 일종의 명령 전달식인지도 모른다.

코치는 몸을 낮춰 감동하리만치 열심히 듣는다. 고객이 가슴을 터놓고 말하게 이끌려면 분위기가 긍정적이고 편해야 하므로 적절히 “그거 대단하네요”라든가 “그랬군요”라고 인정하고 공감해준다. “특공대를 투입하시오!”라는 명령이 아닌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까요? 특공대는 어떨까요?”라거나 “잠수부의 건강이나 위험은 어떻게 되지요?”라는 식의 질문으로 의식을 확장한다. 질문은 명령에 비춰 저항이 거의 없다. 때로는 “수십 미터 물속에서 공기선이 견뎌날까요?”라는 의외의 질문으로 큰 깨우침을 준다.

이런 방식을 이용해 코칭은 긍정에너지가 흐르는 가운데 깨달음을 거쳐 생각의 변화를 일으키고 마침내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므로 실천이 높아 명령 불이행이란 있을 수 없다. 또한 젊은 학생들에게 탁월한 질문을 통해 얻어지는 사고 및 의식의 확장은 창의력 향상과 상상력의 확대라는 엄청난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 시종일관 전류처럼 흐르는 긍정에너지에는 긍정언어가 뒷받침하므로 소통 및 관계 향상에도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다. 모름지기 物중심의 문화로부터 정신 곧 의식의 혁명을 일으키려면 코칭 나아가 코칭리더십이 절대적임을 알 필요가 있다.

정헌석 (사)한국코칭연구원 이사장/ 전 성신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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