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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구조개혁법안 그대로 통과되는 일 절대 없을 것”
“대학구조개혁법안 그대로 통과되는 일 절대 없을 것”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6.02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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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단체·야당 대안 마련 착수 … 6월중 가닥 나올 듯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교수단체와 야당이 정부·여당이 발의한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 법률안’에 대한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정부·여당의 대학구조개혁법안, 무엇인 문제인가’ 토론회는 그 첫발을 떼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배재정 의원과 김상희·도종환·유기홍 의원이 공동주관하고,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 전국 국공립대 교수회 연합회(국교련), 한국 사립대학 교수회 연합회(사교련)가 공동주최했다.

교수단체와 야당 의원들은 정부·여당이 발의한 구조개협법안을 폐기해야 한다는 데에 뜻을 같이 했다. 정원 감축이 실질적 목적이지 법안에서 밝히는 것처럼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잔여재산 처분에 관해 특례 조항을 도입하는 것도 부실사학에 로또와 같은 혜택을 주는 ‘먹튀 보장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대안 마련의 방향을 두고서는 기존 고등교육법이나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갈지 대체법안을 발의할지 명쾌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부실사학의 ‘먹튀’를 보장하고 ‘관피아’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김영록 세한대 교수)이라는 지적처럼 대안 마련에서 지켜야 할 중요한 원칙들은 재확인할 수 있었다.

교수노조와 국교련, 민교협, 사교련 등 교수단체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상희·도종환·배재정·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달 26일 ‘정부여당의 대학구조개혁 법안,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권형진 jinny@kyosu.net

■ 교육부에 대학평가 맡겨선 안 된다= 우선, 교육부에 대학평가와 구조개혁의 전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국교련 정책위원)는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할수 있는 어떠한 안전책도 마련돼 있지 않고, 대학평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평가기준에 대해서는 교육부 장관에 포괄적으로 위임돼 있다”며 “정원 감축의 원인 제공자이며 정책능력도 없는 교육부에 ‘대학평가와 구조개혁’의 전권을 부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장시광 경상대 교수회 정책국장은 “대학평가의 주체는 교육부 등 정부가 돼서는 안 된다”며 “이는 평가 주체와 대학 재정 지원의 주체를 달리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평가 주체와 대학 재정 지원의 주체가 같다면 현재 나타나는 현상처럼 대학은 그 기관의 눈치를 보며 무조건적인 복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장교수는 “평가 주체는 정부 등의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행정적, 재정적으로 독립적인 기관이어야 하고, 기관의 위원 역시 정부 인사는 철저하게 배제하고 대학의 구성원을 중심으로 사회적으로 대학교육에 관심이 있는 인사들로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 구조조정은 현행 법 개정으로 충분= 정원 감축이 실질적 목적이라면 굳이 구조개협법안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 또한 보다 분명해졌다. 임재홍 교수는 “대학설립·운영규정은 대학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최저기준인데도 고등교육법이나 사립학교법이 아니라 대통령령에 백지 위임하고 있고, 제재기준 또한 없다”며 “대학교육의 부실을 막기 위해서는 대학설립·운영규정에 규정된 기준을 법률에서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미달한 대학의 정원을 우선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잔여재산 처분에 관한 특례조항이나 대학평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김영록 세한대 교수(사교련 감사)는 “퇴출사학의 잔여재산 귀속은 현행 법률대로 국고에 귀속해야 한다. 그 재원으로 견실한 대학을 지원하는 ‘대학 공영제’로 간다면 구조개혁법안의 독소조항을 해결하고 국가의 교육체계를 보다 건강하게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준 동의대 교수협의회장도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는 대학설립·운영규정 가운데 필수적인 것들을 고등교육법이나 사립학교법에 명시해야 하며, 최소기준이 아니라 적정기준으로 상향조정해해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에 부실대학을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활용해야 한다면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 따위로 대학을 불필요하게 괴롭힐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또 “대학평가는 현재 고등교육법 제11조의2(평가 등)에 근거해 기관평가인증을 실시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활용하고 있다”며 “대학평가를 별도로 할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법에 근거한 평가결과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구조개혁 위해서는 대안 입법 필요= 그렇다고 대체 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교수(교수노조 수석부위원장)는 “지금도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불가능한 경우 학교 폐쇄를 명할 수 있고, 몇몇 대학이 폐쇄됐다”며 “정부·여당이 발의한 법안은 고등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개혁에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폐기하고 다시 만들든지 고등교육 관계 법령을 개정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홍 교수 역시 “구조조정만 한다면 현행 법률 개정만으로도 충분히 방법은 있다”면서도 “구조개혁으로 간다고 하면 현행 법률만으로는 안 되고, 구조개혁을 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는 “구조개혁법안을 대체할 법안에는 구조개혁을 통해 대학 경쟁력만이 아니라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제고한다는 원칙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통폐합 학과나 대학 구성원과의 소통 및 민주적 협의를 거친다는 원칙, 구조개혁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 대학평가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안 마련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배재정 의원실의 장수정 비서는 “6월 중 지역에서 토론회를 한 번 더 열어 (기존 고등교육 관련 법안을 개정할지 대체법안을 발의할지) 가닥을 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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