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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대학원생 논문 표절 논란, 이렇게 본다
기고 : 대학원생 논문 표절 논란, 이렇게 본다
  • 이전 경상대
  • 승인 2002.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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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2 10:14:13
이전 / 경상대·지리학

교수-대학원생 사이에서 표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이 공동으로 산출하는 ‘논문’ 성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전 경상대 교수(사회교육학부)는 대학원생의 학위논문은 학생 단독의 성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의 글을 보냈다. ‘열린’ 논쟁의 장을 기대하면서 이 교수의 글을 게재한다.

최근 세 달 동안 교수신문을 통해 세 건이나 보도됐다. 어떤 교수라도 이러한 표절 시비에 일단 휘말려들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명예를 훼손하게 된다. 이렇게 학위논문과 지도교수 간의 관계에 대한 규정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을 국내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국내 대학원 과정은 1980년대 초부터 대학원생수가 늘어나면서 활성화됐다. 초창기 대학원 과정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고, 대학원생들이 본인 스스로 독학하다시피 학위논문을 완성했다. 다수의 박사과정 학생들은 실제적으로 다른 대학의 강단에 서있는 교수들이어서 대학원생들은 교수 경력을 상당히 쌓은 다음에 자신의 실력으로 박사학위논문을 완성했지, 지도교수의 철저한 지도 하에 학위논문을 완성하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학위논문과 지도교수 관계에 대한 상당수 교수들의 인식이 1980년대 당시의 교육 여건에 비추어 굳어져 있다. 이제는 이러한 인식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으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나는 대학원생의 학위논문을 미발표논문으로 취급해야 하고, 학위논문의 연구 결과는 지도교수의 지도 하에 완성된 것이기 때문에 학생 단독의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이공계열 분야에서는 일찍부터 지도교수와 지도학생 간의 관계가 비교적 잘 정립돼 왔기 때문에 이러한 인식이 널리 수용되고 있다고 본다.
대학원생이 실험에서 기여한 바가 상당히 큰 경우에 지도교수는 대학원생과 그 실험 결과를 공동 명의의 논문으로 발표할 수도 있고, 또한 특정한 경우에는 지도교수의 허락 하에 학생 단독 명의의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이 허용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를 결정하는 권한은 지도교수에게 있는 것이지 학생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대학원생이 실험한 연구 결과가 학생의 것일 뿐이라면 지도교수가 지도학생을 철저하게 지도할 수 없고 대학원 과정도 활성화될 수 없다. 실험결과가 대학원생의 학위논문으로 발표되면 지도교수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그에게 헌신적으로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원생이 자신의 실험 결과를 학위논문으로 제출하고, 실험 결과가 지도교수의 연구 성과로 인정될 때 대학원생은 지도교수로부터 좀더 올바른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인문고등학교에서의 수행평가 장단점’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교육학과 교수가 중고등학교에서 현장 실습을 하면서 연구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이 경우에 교수는 우수한 대학원 인력을 충분히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대학원생이 훌륭한 학위논문을 완성할 수 있고, 대학원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사회계열 분야, 특히 문헌 해석이나 문학비평 등에 관련된 분야에서, 학위논문을 완성하는 데 지도교수의 역할보다는 대학원생 자신의 역할이 큰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학위논문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대학원생의 역할이 크고 지도교수의 역할이 미약한 체제가 모델이 돼서는 안 된다. 인문사회계열 지도교수도 대학원생 학위논문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부터 논문을 완성하는 과정까지 세심하게 지도해야 한다.
나는 학위논문과 지도교수 간의 관계에 대해 많은 분들과 의견을 나눴다. 그리고 나와 같은 의견을 갖고 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또한 나의 의견에 전혀 동조하지 않는 분들도 다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렇게 의견이 다양하다는 것은 대학 사회가 이 주제를 놓고 토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이야말로 관습을 명문화하는 작업을 추진해 볼 때다. 이러한 규정은 대학원 과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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