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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자본을 위한 유능한 인적자원으로 종용하지는 않았는지…”
“학생들을 자본을 위한 유능한 인적자원으로 종용하지는 않았는지…”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4.05.26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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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침몰 참사, 이어지는 교수들의 시국선언

세월호 침몰 참사 앞에서 자성하며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스승의 날을 맞아 연세대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성균관대 문과대학 교수들에 이어 전국의 국립대ㆍ사립대 교수를 대표하는 교수단체인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해외 교수ㆍ학자 1천74명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지난주에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20일)에 이어 서울대 민주화 교수협의회(20일), 전주교대(20일), 경희사이버대(20일), 가톨릭대(20일), 인천대(22일), 중앙대(22일), 성공회대(22일), 강원대(23일), 대구대(23일), 청주대(23일), 제주지역(23일)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나섰다. 언론학자 144명은 정권의 언론통제 중단과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과 공영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지난 22일 발표했다.

조인원 경희대 총장 "자성의 목소리에 감사"

조인원 경희대 총장의 개교 기념사도 주목을 받았다. 경희대는 지난 19일 교내 평화의 전당에서 개교 65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조인원 총장은 기념사에서 “며칠 전 우리 대학 교수님과 학생들의 겸허한 결정이 있었다”며 “그간의 노고에 제자들의 감사와 위로를 받아야 할 스승의 날을 자진 반납했다. 우리 학생들도 개교일 축제를 반납하고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았다”고 소개했다.

조 총장은 “이 시대 대학은 양심과 가치, 문화에 대한 근본 책임을 안고 있다”며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자성의 목소리를 내주신 교수님, 학생들. 경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전했다. 조 총장은 이어 “우리는 물어야 한다. 내 안에, 우리 안에, 경희 안에 ‘세월호의 모습’은 없는지 물어야 한다. 그 물음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이제 경희가 또 다른 내일을 열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 총장은 “이 시대는 세월호 참사가 말해주듯이 양심과 가치, 인간존중의 문화를 절실히 요청한다”며 “양심과 가치를 저버린 시대의 왜곡과 편견, 불의를 넘어 섰으면 한다. 또 다른 인간의 조건을 함께 열었으면 한다”라고 기념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에도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이어졌다. 해양경찰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 등 정부 조직 개편에 나설 것이 아니라, 범국민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세월호 특별법’을 통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한 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대 교수 100명은 23일 오전, 시국선언을 통해 “국민들이 이번 참사를 통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물론 그 존재 이유에 대해서까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정당하다”며 “박근혜 정부는 한편으로 세월호 참사의 실체적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 5.19 담화문 형식을 빌어 세월호 정국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현재 시국을 진단했다.

전국의 교사 43명이 지난 13일 청와대 인터넷 게시판에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며 실명으로 글을 올린 이후, 교육부가 징계에 나섰다. 전주교대 교수 16명은 세월호 참사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시국선언 교사를 징계해 비판의 목소리를 억압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대통령과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사회교육과)는 “우리 대학은 교원을 양성하는 곳이다. 우리는 예비교사들에게 ‘정의롭게 살고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고 가르쳤다.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이 배운 대로 교육현장에 나가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을 뿐인데 징계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전주교대 교수들은 지난 20일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탐욕과 무책임이 넘치고, 또 이를 방기하거나 조장하는 사회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비장한 심정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발표된 교사, 교육단체, 사회단체들의 시국선언을 적극 지지한다”며 “아울러 대학교수로서 사회정의를 바로세우고 우리사회의 공동체성 회복과 제대로 된 나라 만들기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사고 발생의 원인과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는 게 없는 우리사회의 실상을 보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우리나라가 왜 이러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근본부터 되돌아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앙대 교수 104명은 22일 시국선언을 통해 “제대로 된 반성의 역사를 거치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려온 현대사의 행보가 오늘의 사회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 부처 일부를 개편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철학을 근본적으로 다시 세워 나가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교육자·지식인으로서의 정체성 확인 계기돼

교수들의 이번 시국선언은 교육자·지식인으로서의 자각과 정체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인천대 교수 37명도 22일 ‘무한책임을 통감한다’며 시국선언을 했다. “교육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길러내는 것이라면 분명 지난 세월 우리 사회의 교육은 잘못됐다. 함께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삶의 지혜를 가르치기보다는 무한경쟁과 성장주의 교육의 공범자가 돼버린 우리들의 잘못을 통감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교사들의 충정어린 시국선언을 징계하겠다는 주객이 전도된 정부의 태도는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한다”라고 덧붙였다.

가톨릭대 교수 89명도 자성의 마음을 전했다. 이들은 20일 “그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교육자로서 우리 스스로의 소임과 책무에 대한 자성과 성찰이 요구됨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 스스로가 온갖 변칙과 야만이 공존하는 사회현실을 외면한 채, 개인적 안락과 번영에 눈을 돌리고 자기만족에 탐닉해 온 변방의 지식인이 아니었는지 반성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교수들은 “우리는 학생들에게 진리와 공동의 선을 강조하기보다는 자본과 시장을 위한 유능한 인적자원이 되도록 종용해 오지 않았는지 자성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경희사이버대 교수들도 성명을 내고 “저희는 교육자로서, 그리고 지식인으로서 이번 참사를 초래한 사회의 여러 구조적 모순에 대해 지금껏 적극적으로 비판하거나 지적하기보다는 이를 묵인하고 심지어 이에 일조해 왔음을 뼈아프게 반성한다”며 “저희가 몸담은 대학을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를 교육하고 토론하는 공론장으로 만들기 위해 제대로 일해왔는지 되돌아본다”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을 직시하고 이 사회가 환골탈태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희망은 없다”며 “이제 저희는 가만히 있으라는 그 어떤 요구와 강요도 거부할 것이며,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라고 밝혔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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