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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族捕食 살생유전자 지닌 기막힌 녀석들… 1만여개의 낱눈으로 된 겹눈 의존해 사냥
同族捕食 살생유전자 지닌 기막힌 녀석들… 1만여개의 낱눈으로 된 겹눈 의존해 사냥
  • 교수신문
  • 승인 2014.05.1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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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05_ 사마귀

본란(84회)에 피부에 전염성이 있는 낟알만 하게 도도록하고, 납작하게 돋는 반질반질한 군살인 사마귀(wart)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사람 몸에 생기는 사마귀를‘무사마귀’라 하기도 하고, 무사마귀 중에서도 입언저리에 붙으면 먹을 복이 있을‘복사마귀’라 이르고, 눈 주변에 생긴 것을 눈물 닮았다 해서 ‘물사마귀’라 한다.


그런데 곤충에도 같은 이름의 사마귀가 있으니 아마도 한자로 쓴다면‘死魔鬼’가 맞지 않을까 싶다. 낫의 날 같은 앞다리를 쩍 벌리고, 뾰족하고 날카로운 주둥이를 가진 역삼각형의 머리에 방울 같은 큰 눈을 가지는데, 가까이 가도 꿈쩍 않고 노려보는 이런 녀석을 맞닥뜨리면 누구나 섬뜩하게 느껴지니 말이다. 버마재비와 사마귀는 모두 널리 쓰이므로 둘 다 표준어로 삼는다하고, 북한어에 ‘버마재비가 수레를 버티는 셈’이란 말은 제 힘에 부치는 엄청난 대상에 맞서려는 무모한 짓을, ‘버마재비 매미 잡듯’은 불시에 갑자기 습격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사마귀가 한자 死魔鬼란 말에 뿌리가 있다면, ‘버마재비’는 ‘범의 아재비’가 어원일 듯싶다. 게아재비, 별꽃아재비, 미나리아재비, 벼룩아재비, 새우아재 따위의 동식물이름이 있는데, 여기서 ‘아재비’란 아저씨의 낮춘 말로, 식물의 이름 뒤에 붙으면 모양이나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뜻이고, 곤충이나 동물 이름 뒤에 붙으면 ‘~보다 무섭다’란 뜻이 된다. 그래서 ‘범아재비’를 소리 나는 대로 적어 버마재비가 된 것인데, 버마재비는 ‘범(호랑이)처럼 무서운 곤충’이란 뜻이렷다.


그런데 컴퓨터도 너무 똑똑해 탈이다. ‘버마재비’로 써 놓았는데 갑자기 띵! 소리 내면서 몇 번이나‘미얀마재비’로 바꿔놓는다. 잘난(?) 컴퓨터에는 ‘Burma’는 옛 이름이고, 지금은 ‘Myanmar’로 부른다고 입력돼 있는 탓이렷다. 그래서 인터넷에 보면 버마재비를 ‘미얀마재미’라고 부르는, 말도 안 되는 괴이한 일이 일어났다.


춘추시대 齊나라 莊公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장공이 수레를 타고 사냥터로 가던 도중 웬 벌레 한 마리가 앞발을 도끼처럼 휘두르며 수레를 쳐부술 듯이 덤벼드는 놈(拒轍)을 보았다. 마부를 불러 그 벌레에 대해 묻자, 마부가 “저것은 사마귀(螳螂)라는 벌레이옵니다. 이 벌레는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설 줄을 모르는데, 제 힘은 생각하지도 않고 적을 가볍게 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러자 장공은 “이 벌레가 사람이라면 반드시 천하에 용맹한 사나이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수레를 돌려 피해 갔다고 한다.


사마귀가 수레를 막는다는 말로, 자기 분수를 모르고 상대가 되지 않는 사람이나 사물과 대적할 적에 이를 ‘螳螂拒轍’이라 한다. 실제로 사마귀는 두 앞다리를 벌렁 벌리고 겁 없이 달려드니, 그들의 생태를 잘 알아 이런 成語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리라. 당랑거철을 다른 말로 螳螂當車轍, 螳螂之斧, 螳螂之力이라고도 하는데 모두 같은 의미다.


그럼 사마귀(praying mantis)가 어떤 모습을 하는가 보자. 사마귀는 절지동물, 사마귓과의 곤충으로 흰개미나 바퀴벌레와 가까운 무리로 주로 열대·아열대에 많이 분포하고, 세계에 1천800여 종이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는 사마귀, 왕사마귀 등 4종이 있고, 한국·일본·중국본토에 산다.


암컷은 수컷보다 매우 크고, 배(복부)가 넓다. 머리는 역삼각형으로 작고, 두 더듬이는 매우 가늘고 길며, 큰 턱에 있는 입은 詛嚼(씹기)에 알맞은 육식성으로 곤충 말고도 때로는 개구리나 도마뱀과 같은 척추동물도 공격대상이 된다. 목이 가늘고, 머리와 앞가슴부의 관절이 발달해 머리를 사방(300°)으로 까닥까닥 자유롭게 잘 움직인다. 아주 발달한 눈에 의존해 먹이도 잡는데, 아주 큰 겹눈(복안)은 1만여 개의 낱눈(個眼)이 모인 것으로 머리의 양모서리에 붙어 있으며, 각 눈에 있는 검은 점은 가짜눈동자(pseudopupil)다. 홑눈은 보통 3개이고, 가슴에 3쌍의 다리가 붙으며, 낫 모양의 앞다리는 포획다리로 크고 긴 가시가 한가득 나있어서 한번 잡은 먹잇감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가운뎃다리와 뒷다리는 걷는 다리(步脚)로 가늘고 길고, 날개는 얇고 보드라운 膜質로 넙적해 등에서 배까지 덮고 있다.


이들은 진딧물이나 다른 소형 곤충 같은 먹을 것이 없으면 끼리 사정없이 드잡이하고, 종국엔 서로 잡아먹는 同族捕食(cannibalism)을 한다. 모질고 잔인한 놈들로 남의 살을 먹는 이만저만 포악하지 않은 기막힌 살생유전자를 가진 놈이다.


어디 그 뿐일라고. 갖은 아양 다 떨어 암컷 맘에 든 수컷은 조심스럽게 암놈 등짝에 올라 앞다리로 암놈의 가슴팍을 세게 붙잡고는 애써 짝짓기를 시작한다. 세상에 이런 주제넘고 방자한 창조물이 어디 또 있담. 거미 따위가 그렇듯이 사마귀 암컷 놈이 야멸치게도 흘레붙는 중에 느닷없이 수컷을 잡아먹어버리니 이런 奇習을 성적동족포식(sexual cannibalism)이라 한다. 교미 중인 수놈을 낚아채 머리부터 어귀적어귀적, 자근자근 씹어버리니 속절없이 머리통을 잃은 수컷, ‘無頭雄’은 다른 동물들이 그렇듯 자기의 죽음을 감지하고는 더 강렬하게 정자를 쏟아낸다. 여러 말 할 것 없다. 사람은 언감생심, 감히 꿈도 꾸지 못 할 일로 씨(精子) 주고 살(肉)까지 받치는 사마귀 수컷이다! 당신, 세상에 둘도 없는 훌륭한 내 자식 낳아 주시오하고 말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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