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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학계 자율평가 위해선 ‘편집인협의회’ 강화해야”
“학술지 학계 자율평가 위해선 ‘편집인협의회’ 강화해야”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5.19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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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김정구 학술지 발전위원회 위원장

학술지 등재제도 개선 논의가 일단락됐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난 13일 ‘학술지 등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출발은 ‘폭탄선언’이었다. 2011년 12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와 학술진흥정책자문위원회는 2014년 12월까지 학술지 등재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학계의 현실을 잘 모르거나 외면한 정책입안자와 일부 동료학자들이 문제점과 함께 성과까지 불도저로 밀어버리려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학술지 등재제도 개선으로 다시 방향을 잡았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등재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한편 학계 자율평가 기반을 다져가기 위해 학계 전문가로 학술지 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해 왔다. 그 결과가 지난 13일 나온 개선방안이다. 초대 학술지발전위원장을 맡은 김정구 서울대 명예교수(물리학)는 “국내 학술지의 경쟁력을 강화해 관련 분야 학문 발전을 돕고, 국제화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 이 3가지를 위원회의 주요 목표로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 이번 개선안의 의미와 특징은.
“학술지는 기본적으로 지식의 전파가 목적이다. 새로운 학설이나 주장에 대한 검증도 중요하다. 교수 평가의 한 방편으로 활용되는 다른 역할도 첨가됐다. 학술지가 그런 역할을 하려면 우선 많이 읽혀야 하고, 독자층이 두꺼워야 한다. 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개방된 학술지라야 되는데, 전통적인 인쇄 매체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할 수도 있고, 외국학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언어조차 개방할 필요가 있다. 많은 독자층이 있을 수 있는 학술지, 읽고 싶은 학술지, 개방된 학술지. 이런 쪽으로 기본방향을 잡아 평가방법에서도 많이 고려를 했다.”

△ 가장 큰 변화는.
“우선 학술지가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내용이나 질 중심의 평가요소를 확대했다. 두 번째는 학문분야별 특수성을 존중하기 위해 ‘학문분야별 특수평가’ 항목을 신설했다. 등재지만 2천종 가까이 돼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부정적 시각이 많았다. 등재지 간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등재지 중에서도 아주 우수한 것들은 우수학술지로 세분화했다.”

△ 우수학술지 지원과 관련해 과거에 논란이 많았는데.
“그때와는 의미가 다르다. 학문분야별로 10%를 선정하려고 한다. 등재지가 2천종이니까 약 200종이 된다. 2~3년 전 추진했던 우수학술지는 몇 개다. 그건 저도 판단이 좀 잘못됐었다고 생각하는 게 몇 개 학술지를 지원금을 대폭 늘려서 몇 년 지원한다고 해서 금방 외국에서 인정하는 우수학술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우수한 학술지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논문이 좋아야 하고, 외국 사람이 자꾸 인용을 해야 한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회원을 늘림으로써, 다시 말해 군소 학술지보다는 연합체를 형성한다든가 해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체제로 자꾸 유도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 재인증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려주는 것 외에 우수학술지에 대한 지원이나 혜택이 눈에 띄지 않는다.
“또 하나 생각하는 게, 우수학술지가 되면 외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학술지가 돼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제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우수학술지는 별도로 관리해서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는 지원을 해야 하지 않나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재정적 지원만이 아니라 우수한 학술지가 되기 위해서는 학회나 편집인들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편집인들이 전력으로 노력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 그래서 ‘편집위원장의 안정성’ 항목이 새로 들어간 것인가.
“우리나라는 보면 학회장 임기가 1년이거나 길게 하면 2년이다. 그에 따라 편집위원장 임기도 1년 아니면 2년이다. 그런 식으로 해서는 편집위원장이 전문성이 없게 된다. 전문성을 갖기 위해서는 편집위원장은 학회장 임기와 별도로 적어도 3년에서 5년 사이의 경험이 있는 분들이 해야 한다. 학회장이 바뀌었다고 1년 지나 새로운 사람으로 바꿔버리면 무슨 전문성이 생기겠나.”

△ 학문분야 특수평가 항목에 대해 우려도 있다.
“그 항목 하나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인데, 위원회 내부에서도 설왕설래가 많았다. 너무 주관적으로 운영되지 않을까, 객관성 없는 주장만 낸다면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까. 우려가 많았다. 10점을 모두 다 가져가버리는 것처럼 될 수도 있고. 그럼에도 학문 성격상 우리는 외국어로 표기하기 어렵다거나, 우리는 단순히 학계뿐 아니라 기업, 산업계 쪽에 영향을 주는 학술지로 만들기 위해 어떤 항목을 넣었다든가 하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길이 되기 때문에 비중을 상당히 높인 것이다. 2~3년 운영해 보면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당장 어떻게 하겠다는 것보다는 평가 결과에 대한 평가를 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 그럼에도 여전히 인문학 분야도 인용지수가 평가지표에 포함돼 있다. 인문학은 논문보다 저서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연구자들의 요구인데.
“인문학에서는 저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결정은 대학에서 해야 한다. 왜 논문으로만 하는지 저도 이해가 안 된다. 학술지 발전위원회에서는 학술지 평가를 잘해서 어느 학술지가 우수한 학술지라는 시스템만 갖춰 놓으면 되는 것이다. 이건 학술지에 대한 평가이지 교수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그걸 활용하는 기관이 교수 평가에 쓸 수도 있고, 안 쓸 수도 있다. 인문사회에서 저서가 중요하다면 대학에서 교수 평가할 때 저서에 대한 비중을 높이면 되는 것이다. 연구재단에서 연구비 심사할 때도 논문뿐 아니라 저서도 넣는다고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공계열이 논문 위주로 하다 보니 인문계열도 논문만 평가하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가 돼 버렸다. 문제는, 논문은 그래도 여러 사람이 심사를 해서 실린다. 저서는 그런 심사를 하는 데가 없다. 대학에서 활용하려니까 객관성을 보완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 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 학술지 발전위원회에서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은.
“첫 번째는 경쟁력 있는 학술지가 발간되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학술지가 좀 더 힘을 갖기 위해서는 유사학회 간의 통합이나 연합체를 구성해서 학술지를 통합 발간하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웹 오브 사이언스가 1만2천종, 스코퍼스가 2만종인데 국내에서 5천종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학술지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두번째는 편집인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세번째는 평가 기준을 좀 더 의미 있는 쪽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가령 신청자격이 연 1회 이상 발간인데, 거기에 논문은 서너 편 실린다면 학술지로서 의미가 없다. 학술지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기준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네 번째는 비도적적 행위에 대한 대책 마련이다. 논문 투고자에 대해서는 윤리규정을 두고 있는데 학술지에 대해서는 사실 아무 것도 없다. 이런 것들이 앞으로 고민해야 할 것들이다.”

△ 평가기준이 오히려 비도적적 행위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많다.
“솔직히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 기준도 있다. 논문 게재율의 경우 신규평가는 70%, 계속평가는 60% 미만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학술지가 난립해 있는 상황에서 이 기준을 맞춘다는 게 참 어렵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도 더 낮추라고 하기 어려운 게 통계 자료를 갖고 하다 보니 그런 면도 있다. 연구재단 통계를 보면 평균 게재율이 65%다. 이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식으로 정직하게 하는 학회에서는 충족할 수 없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평가 결과를 보면서 조금씩 개선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 같다.”

△ 학계 자율적으로 학술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위원회도 독립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공계열은 편집인협의회가 있는데 인문사회 분야는 아직 없다. 편집인협의회가 활성화되면 학술지 평가도 거기서 맡는 식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사진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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