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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質’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대학의 質’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법학과
  • 승인 2014.05.1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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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_ 대학 평가·구조개혁 법안의 문제점과 대안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법학과
지난 4월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법률안)을 제출했다. 이 법률안은 지난 1월 28일 교육부가 내놓은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에서 밝힌 법적 근거로서 제출된 것 같다. 이런 면에서 의원발의 법안이라기보다는 정부제출 법안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지도 모르겠다.

이 법률안은 ①대학 자체 구조개혁의 근거를 마련하고, ②모든 대학을 평가해 학생정원 감축·조정, 정부 재정지원의 제한 등(법률안 제17조)에 활용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 법률안이나 교육부 정책이나 모두 강제적인 정원조정 등의 수단을 통해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공통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적인 정원감축 정책을 통해 대학교육의 질을 높일 수는 없다.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의 87%는 사립대학이다. 그리고 이들 사립대학은 국가의 대학운영경비에 대한 보조도 없고, 법인 전입금도 거의 없기 때문에 대학운영경비의 상당부분을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정원의 감축은 대학운영경비의 감소로 연결된다. 정원을 58만 명에서 40만 명 선으로 감축하면 평균 28%를 감축하게 되고, 이 경우 대학운영경비도 28% 줄어들게 된다. 당연히 대학은 교원이나 직원의 인건비를 줄이거나 이들을 해고함으로써 대학을 운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목적은 강제 정원조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장식 목적에 불과하다. 따라서 수단이 되는 정원감축이 실질적인 목적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의문이 생긴다. 국가의 개입이 없어도 학생들의 대학선택으로 대학의 입학정원이 사실상 결정된다. 또한 일괄감축이나 대학에 피해를 덜 주는 정책도 있다. 그럼에도 왜 모든 대학을 평가 대상으로 해 5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강제 정원감축이라는 권력적 수단을 사용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법률안은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어떠한 안전책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학평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평가기준에 대해서는 교육부 장관에 포괄적으로 위임돼 있다. 설령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항이 있더라도 관료적 평가를 통해서 대학의 입학정원을 강제 감축하거나 폐교를 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학문 자유나 대학 자치에 반하는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 평가와 정원감축을 통해 추구하는 다른 목적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교육부는 대학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방안과 정원감축에 필요한 적정한 방안을 분리해 집행할 필요가 있다.

대학운영비용을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학 중심의 체제에서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사립대학 위주의 고등교육체계를 공공적 형태로 변화시켜야 한다. 즉 국·공립대학의 확장이나 정부책임형(공영형) 사립대학의 육성과 같은 정책을 취해야 한다.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의 육성 방안 이외에도 사립대학이 자율적 구조개선에 의해 국·공립화 하는 방안, 국·공립대학이 사립대학을 인수 합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비리사학의 처리방안으로서 국·공립화 혹은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으로 전환시키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정원감축이 진짜 필요하다면 대학에 피해를 덜 주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모든 대학에 일률적인 평가기준을 들이대어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 대학들은 이미 자제 구조조정을 해오고 있다. 그 결과 2004년부터 2013년까지 평균 1.73%씩 입학정원은 감축돼 왔다. 이러한 평균 감축률을 반영하면 2020년에는 3.5만 명, 2025년에는 4.4만 명, 2030년에는 1.1만 명 초과가 예상된다. 그리고 2040년에는 대학 입학정원이 고3 학생 수 감소에 맞게 조정된다. 그렇다면 ‘대학 구조개혁 및 평가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강제적인 정원조정이 아니더라도 큰 충격 없이 정원을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또한 정원외 입학을 조정해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방안도 있다. 정원외 입학 중 그 상한선을 규정하거나 정원 내 모집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모색한다면 강제적인 정원조정이 아니더라도 해결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정도라면 1주기 평가는 불필요할지도 모른다. 특히 이번 특성화 사업과 관련해 상당수 대학들이 정원의 4~10%를 감축하고 있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더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런 방법으로도 정원감축의 효과가 나지 않는다면 그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대학설립운영기준에 미달한 대학의 조정방안이어야 한다. ‘대학설립·운영규정’상 기준은 대학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최저기준임에도 불구하고 이 기준에 미달하는 대학에 대한 제재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이러한 부실한 법제가 부실대학이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 더구나 ‘대학설립·운영규정’은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교원 확보율마저도 61%만 충족시키면 되는 권고적 규정을 둬 대학교육의 부실을 부채질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교육의 부실을 막기 위해서는 ‘대학설립·운영규정’에 규정된 대학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기준을 보다 상향시키고 이를 법률에서 규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미달되는 대학들을 우선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고등교육의 이념과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사회적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법학과
전국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 전국국공립대학교교수회연합회 정책위원,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국 대학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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