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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죽이기’ 현실화 … 정원감축률 수도권의 4배
‘지방대 죽이기’ 현실화 … 정원감축률 수도권의 4배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5.12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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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사업 신청 결과 지방 ‘1만7천558명’ 수도권 ‘4천353명’ 감축 계획

정원 감축과 연계한 대학 특성화 사업이 ‘지방대 죽이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4년제 대학이 2017년까지 줄이기로 한 입학정원의 80%가 지방대학에 집중됐다. 지방대가 줄이겠다고 한 입학정원이 수도권의 4배에 달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대학 특성화 사업 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신청 대상인 195개 4년제 대학 가운데 160개 대학에서 총 989개 사업단을 신청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한 대학이 최대 10개까지 신청할 수 있는데 평균 6개 사업단을 신청했다.

대학이 제출한 정원 감축 계획을 집계한 결과 2017학년도까지 총 2만1천911명을 줄이기로 했다. 2014학년도 입학정원과 비교하면 평균 6.8% 감축하는 셈이다. 1주기 구조개혁 평가인 2017학년도까지 교육부가 감축 목표로 세운 정원(2만5천300명)의 86.6%에 해당한다. 특성화 사업에 선정된 대학이 계획대로 정원을 줄일 경우 1주기 감축 목표의 60~70% 정도를 달성할 것으로 교육부는 추정하고 있다. “특성화 사업의 목적이 특성화를 핑계한 구조조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는 지방 70곳, 수도권 30곳 정도가 최종 선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감축 계획을 제출했더라도 특성화 사업에 선정되지 않으면 정원을 안 줄여도 된다. 교육부는 특성화 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나서 2015학년도 모집요강을 변경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계획이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8월에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를 해서 정원 감축 계획을 이행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상대로 지방대의 정원 감축 규모가 훨씬 크다. 수도권은 평균 3.8%, 지방은 8.4% 줄이겠다고 제출했다. 입학정원으로는 지방대 1만7천558명, 수도권 4천353명이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감축하겠다고 한 정원의 80.1%가 지방대에 쏠려있다. 지방대가 수도권의 4배다. 특히 서울지역 대학의 정원 감축 비율은 평균 3.0%에 그쳤다.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감축 비율 4%보다 낮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건국대, 동국대는 정원 감축 계획을 내지 않았다. 이들 대학을 포함해 정원 감축 계획이 없는 대학은 포스텍, 송원대, 영동대, 전주교대 등 10곳이다. 반면 충청과 호남·제주지역 대학은 각각 9.2% 줄일 계획이다. 대구·경북·강원지역은 8.3%, 부산·경남·울산지역(동남권)은 8.0% 줄이기로 했다.

4년제 대학 입학정원 가운데 지방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65%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지방대의 정원 감축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특성화 사업에 선정되는 대학은 대부분 중·상위권 대학이어서 우수한 대학이 오히려 부실대학보다 정원을 더 줄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재원 부산대 기획처장은 “부실대학을 먼저 줄여야 하는데 지방의 경우 우수한 대학이 과도하게 정원을 줄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이는 우수 학생들의 수도권 집중화가 더 심해지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재정지원을 받기 어려운 하위권 대학일수록 정원 감축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지난해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된 4년제 대학 18곳의 2015학년도 정원 감축 비율은 평균 9.5%로 특성화 사업을 신청한 전체 대학의 감축 비율인 2.2%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지방대 기획처장은 “이 제도 자체가 남의 눈치를 안 볼 수 없게 돼 있다. 일부 대학이 정원 감축을 많이 하면 다른 대학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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