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1-17 20:43 (일)
인터뷰 : 『그 나라의 역사와 말』(궁리 刊) 펴낸 백승종 서강대 교수
인터뷰 : 『그 나라의 역사와 말』(궁리 刊) 펴낸 백승종 서강대 교수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2.10.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2-10-12 09:44:04
지난 8월 백승종 서강대 교수(한국사)가 펴낸 ‘그 나라의 역사와 말’은 국내 첫 미시사 시도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찬갑이라는 한 무명 지식인이 남긴 7권의 신문 스크랩북을 통해 그의 일상과 세계관을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평균적인 식민지 지식인의 초상을 엿보고자 한 시도는 참신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럼에도 이 책은 몇몇 평자로부터 연구대상과 목적의 부조화, 미시사적 역사서술의 미흡함, 계몽적 사료해석 등을 요지로 한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현재 독일에서 머물고 있는 백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나눠봤다.

△이찬갑의 일상과 삶의 방식이 평범한 식민지 지식인의 그것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찬갑은 유명한 학자도 정치가도 사업가도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일단은 평범의 범주에 놓입니다. 그런데 그의 내면세계는 범상하지가 않습니다. 그는 대단히 예외적인 지식인이었습니다. 한데도 이찬갑 자신은 스스로를 ‘평민’으로 파악했습니다. 그의 정신적 지향은 이 말에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 있죠. 그래서 그 표현을 빌려왔습니다. 어떤 평자는 이찬갑을 종교지도자, 또는 기독교계의 헤게모니 쟁탈전에 뛰어든 인물로 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찬갑이 벌인 ‘무교회운동’은 당시의 기독교계에서 그야말로 소외된, 하나의 소수 집단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이찬갑의 내적 욕망의 표출 쪽에 기대지평을 맞춰서 읽었는데, 오히려 욕망의 통제와 규율이 더 지배적으로 드러난 것 같습니다.

“개인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역사 서술도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미시사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시사의 역할을 거기에만 한정지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점은 역사적 행위 주체로서 인간을 밀도 있게 체험하고 또 서술하는 데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 나라의 말과 역사’로 집약되는 이찬갑의 정신세계는 자신의 기대에 어긋난 기독교계의 현실과 현대 도시문명의 부조리함을 비판하면서 마련한 문명적 차원의 대안이었습니다. 저는 이찬갑이 내면적 상처를 극복하고 무수한 담론을 거쳐서 마침내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했습니다.”

△역사는 ‘흔들리는 담론’이라 말씀하셨는데요.

“제가 이찬갑이 겪었던 내면적 고통에 대해 많이 언급했지만 그것은 하나의 담론입니다. 스크랩북에 담긴 이찬갑의 육성과 서술자인 제가 주고받은 담론이죠. 이찬갑의 육성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담론입니다. 사건과 이를 보도하는 신문기자, 그리고 이를 스크랩하는 이찬갑 사이에 벌어진 것입니다. 거기서 말하는 사건이란 또 무엇입니까. 역시 하나의 담론입니다. 행위자와 그가 속한 사회의 담론입니다. 이런 식으로 보게 되면 제 책 자체가 무수한 담론을 하나의 이야기 또는 서술로 축소시킨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미시사를 계속 시도하실 것이라 하셨는데, 어떤 주제들을 다루실 건지.

“‘하서 김인후와의 대담―16세기 조선 선비의 일상세계’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미시사 서술의 실제―위르겐 슐룸봄’(공편)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습니다. 곧 ‘18세기 평민지식인들의 지하조직―‘정감록’의 세계관’도 집필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세상에서 소외된 역사적 개인과 그가 속했던 사회의 만남을 다각적으로 그려보고 싶습니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