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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사학 特惠는 늘고 대학구성원 동의 절차는 全無
퇴출사학 特惠는 늘고 대학구성원 동의 절차는 全無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5.07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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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평가·구조개혁 법안 발의

정부가 평가를 통해 정원을 강제 감축하고 최악의 경우 퇴출까지 할 수 있는 대학 구조조정 법안이 발의됐다.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해 사학에 자발적인 퇴출 경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정부 주도의 구조개혁에 대한 우려와 함께 사학법인에 대한 특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교육부가 지난 1월 28일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의 주요 내용을 모두 담았다. 교육부와 여당은 6월 임시국회 통과가 목표다.

법안이 이대로 통과되면 대학평가를 통해 정원을 감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다. 대학 구조조정을 위해 과거 발의됐던 법안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교육부가 이미 밝힌 것처럼 2회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으면 대학 폐쇄나 법인 해산을 명령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교육부 장관 소속의 심의기구인 대학구조개혁위원회와 대학평가위원회를 두게 되고, 대학평가 전문기관도 설립할 수 있다.

사학의 퇴출 경로를 마련해 주기 위한 당근(특례조항)도 과거보다 확대됐다. 잔여재산을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뿐 아니라 평생교육시설이나 직업능력개발훈련법인에 출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잔여재산을 잔여재산 처분 계획서에서 정하는 사람에게 귀속할 때 상속세 및 증여세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학생 정원 감축으로 교육용 기본재산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고, 대학 폐지 때 이를 처분할 수 있는 특례조항도 새로 들어갔다.

정부 주도의 평가와 구조개혁에 대한 우려가 크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법학과)는 “평가를 통해 정원을 강제로 조정하거나 퇴출하겠다는, 외국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권력적 행정력은 대학 자치에 위해를 가하는 것”이라며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면 정원 외 입학을 정원 내로 흡수하고, 대학설립운영규정을 사립학교법이나 고등교육법으로 격상해 기준을 못 맞추는 대학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것으로 충분한데도 모든 대학을 평가하겠다는 의도 자체가 의심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또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평가지침의 공정성, 기준의 명확성인데 법률에서 그 방향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가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교육부 장관이 임명한 평가위원이나 구조개혁위원이 정부 입맛에 맞게 평가기준을 만들고 그에 따라 대학의 등급이나 서열이 바뀐다면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해 대학의 양적 규모는 축소하는 대신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방향을 맞췄다”라고 법안 취지를 밝혔지만 대학의 인식은 부정적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목적은 질 제고와 경쟁력 강화인데 법안 내용은 정원 감축에 관한 것뿐”이라며 “대학평가와 구조개혁은 분리돼야 하고, 위원회 구성이나 운영도 정부 주도가 아니라 대학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법인이나 대학본부가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순준 동의대 교수협의회장(사학과)은 “대학의 장 또는 학교법인은 학교 경영이 어려운 경우 학사 또는 행정조직 조정, 대학 폐지나 법인 해산 등 자체 구조개혁 계획을 수립해서 시행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대학 구성원의 동의를 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며 “대학 특성화 사업을 앞두고 지방대학에 일어나고 있는 일방적 구조조정이 전부 합법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성원의 의견을 물어 구조개혁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또 “자발적 퇴출 경로를 열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비리사학이거나 부실해서가 아니라 정원 감축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에 대해서는 재정 지원 대책도 포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잔여재산 귀속 특례조항을 신설하고, 기준을 초과하는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지나친 특혜라는 지적이다. 임재홍 교수는 “무상기증된 재산을 사인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법인 이사의 학교법인 운영권을 소유권에 준하는 권리로 인정하는 문제가 있다”며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교육용 기본재산이 만들어진 경우도 많기 때문에 교육용 기본재산에 대한 엄격한 공적 규제를 하고 있는 현행 사립학교법을 사실상 사문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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