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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사회와 성불평등
대학사회와 성불평등
  • 이혜숙 경상대ㆍ사회학과
  • 승인 2014.05.07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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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수 칼럼_ 이혜숙 경상대ㆍ사회학과

이혜숙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
몇 년 전 대학평의원회의 회의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보직 교수가 대학 중요 자료의 외부 언론 유출에 대해 설명하면서 농담처럼 ‘여기자가 예쁘다 보니 자료가 유출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듣는 순간 성희롱이 분명하다는 판단이 들었지만 선뜻 대응하기기 쉽지 않았다. 결국 용기를 내어 ‘그런 발언은 여기자에 대한 성희롱이니 앞으로는 삼가 해 달라’는 지적을 했지만 그러기까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를 생각하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많은 교수와 교직원, 학생 대표가 있는 공식 회의에서 성희롱에 해당되는 발언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여성학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책임감으로 문제를 지적했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비판을 받은 당사자가 불편해 하거나 부담을 가질 수도 있고, 또 일부에서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을 피곤하게 따지는 여교수’라는 소리를 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대학에 근무한 지도 오래됐고 여성학을 강의하고 있는 여교수가 명백한 성희롱이라 판단되는 상황에서 바로 대응하는 데에 용기가 필요했다면 유사한 상황에서 일반 여성들이 즉각 문제를 지적하고 당당하게 대응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울까.

대학에서 이러한 일이 드물게 일어날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교수사회는 여성의 수가 적기 때문에 매우 남성 중심적으로 움직이며, 남성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다. 예를 든 성희롱 발언 뿐 아니라 여교수에 대한 성차별도 대학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수 임용과 보직 및 위원회 배치 등에서의 성불균형과 차별이 존재하며 남성중심으로 작동되는 각종 네트워크에서도 여교수는 배제되고 있다.

최근 국립대를 중심으로 여교수 임용목표제, 여성과학인 육성지원 사업, 여대생 커리어센터와 성희롱·성폭력 상담소의 설립 등 정부의 대학 성평등 관련 정책이 다수 이뤄져 왔지만 대학 내 전반적인 성주류화의 맥락에서 보면 아직도 크게 미흡하다.

개별 대학들에게 ‘양성평등조치계획 추진실적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일정한 평가에 의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대학 자체의 노력과 인식개선을 가져온 측면이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대학별로 차이가 크다. 정부의 정책은 포괄적인 범위 내에서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므로 대학 성평등 정책의 실천은 개별 대학의 성인지 역량에 따라서 변화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가시적인 지표와 성과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대학 분위기에서 성평등 이슈는 더욱 주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어떠한 현상이 공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는 과정은 그것을 중요한 문제로 결정할 수 있는 권력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성평등 이슈가 덜 중요하고 대학 전체의 당면 정책과제에서 우선 순위가 떨어진다는 생각은 그 자체 대학사회의 성불평등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대학 성평등 정책은 성평등 실천의 속도가 느린 대학에 대해서 보다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하며 무엇보다 정부의 성평등 정책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대학 내에서 성인지 세력의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

여교수들은 자기개발과 노력을 통해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슈퍼우먼의 자아상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중심적 문화 속에서 소외되거나 동화되는 경우도 있다. 전공도 다양하고 개인적인 성격이 강한 교수들이기 때문에 각자의 연구와 교육에만 주된 관심을 두며 서로 연대하기가 쉽지도 않다. 그러나 성불평등한 대학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여교수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함께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여교수들의 조직화된 활동과 네트워크가 특히 중요할 것이다.

이혜숙 경상대ㆍ사회학과
서울대에서 박사를 했다. 경상대 여성연구소 소장 등을 지냈다. 미국 UCLA사회학과와 워싱턴대 사회학과 방문교수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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