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교수사회의 강한 반발과 비판에 직면했던 BK21 대학원 연구중심대학 육성 사업도 정부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BK21 사업 가운데 5백여억 원의 재원을 쓴 ‘대학원의 연구력 강화’에 대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 육성을 위한 벤치마킹이나 대상 대학에 대한 목표의 불명확성, 인력 양성 부문에 대한 합리적 평가틀 결여 등을 들어 가장 낮은 점수를 매겼다. 1천7백억 원을 쏟아부은 ‘대학원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 역시 교육내용 개선이나 연구환경개선 미흡 등을 들어 낮게 평가됐다. 정책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부터 불거진 이공계 유학생 국비지원 방침을 놓고 학계에서는 이런저런 우려가 넘친다.
2003년부터 이공계대학 졸업생 1천명을 선발, 1인당 2만~3만달러의 해외유학경비를 지원하겠다는게 정부의 발표다. 예산처는 이를 위해 2003년도 예산에 3백억 원을 책정했다고 한다. 또한 유학대상자를 선발할 때는 대학과 지역별로 쿼터제를 마련, 중·하위권 대학과 지방대학 출신자들에게도 문호를 대폭 개방하겠다고 한다. 일견 환영할 만한 발상이다.
전국 97개 공과대로 구성된 전국공과대학장협의회와 73개 자연대로 구성된 전국자연대학장협의회가 정부 방침에 대해 우려를 밝힌 것은 이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해외 유학 장려정책은 엄청난 두뇌유출로 인해 국내 대학 수준을 끌어 내릴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는게 이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또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이공계 대학원 교육의 근간을 근본적으로 해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이 두 사안은 국가장래와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직접 고급두뇌를 챙기겠다는 발상이면에도 ‘국가 장래’라는 좌표가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정책 결정은 ‘과학·공학 교육’을 보는 정부 인식의 현주소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인문사회과학 곳곳에서 들려오는 우리 목소리로 학문하기 노력은 자연과학이나 기술공학도 예외가 아니다. 어떤 학문도 이 명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공과대와 자연대 학장들이 고심 끝에 내놓은 ‘건의문’의 행간을 제발이지 깊이있게 챙겨 읽기를 바란다. 지금 무엇부터 장려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과 혜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외 유학 지원 그 자체를 탓하는 게 아니다.
먼 장래를 내다보는 백년의 계획은 뿌리를 다지고 튼튼하게 가꾸고, 거기에 다양한 과실을 접목하는 일일 것이다. 행여 정치적 목적이 있는, 전시성 정책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