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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통해 경기도 거점 종합국립대로 도약하겠다”
“통합 통해 경기도 거점 종합국립대로 도약하겠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4.28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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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취임 1년 맞은 태범석 한경대 총장

경기도 인구는 1천200만 명이 넘는다. 서울보다 많은 인구다. 인천까지 포함하면 1천500만 명. 그런데도 경기도에는 아직 거점 국립대가 없다. 교육대학과 전문대학 2곳이 있지만 다들 입학정원 1천명도 안 되는 소규모 대학이다. 유일한 4년제 종합대학인 한경대의 입학정원도 1천300명 수준이다. 재학생이 겨우 5천명을 넘는 규모다. 태범석 한경대 총장이 교수협의회 회장 때부터 경기도 내 국립대 간 통합을 통해 거점 종합국립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나선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태 총장은 “경기도 내 고교 졸업생 15만4천 명이 모두 사립대에 진학할 경우 자녀의 대학 교육비로만 약 9조원을 부담하게 된다”며 “경기도민도 이제 저렴하고 질 높은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조개혁을 통해 학생 수를 줄이려고 하는 지금이 기회”라는 것이다. 지난해 4월 23일 취임해 1년을 맞은 태 총장을, 지난 22일 경기도 안성에 있는 한경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일시·장소: 2014년 4월 22일 한경대 총장실
●대담: 최익현 편집국장   ●사진·정리: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 검도하는 총장은 처음 뵙는 것 같다. 암벽이나 빙벽 등반도 즐겨하신다고 들었다.
“제 버킷 리스트(bucket list) 중 하나가 하얀 산에 가는, 높은 산에 가는 동경이 있어서 등반기술에 관한 훈련을 다 받았다. 어느 산악인이 등반기술은 자기가 아니라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남을 위해 사용하기 위해서라는 말을 했는데, 저 역시 같은 생각이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여러 레포츠를 배웠다. 시작을 한 건 한경대에 부임하고 나서다. 검도는 중학교 때부터 하고 싶었는데 경제적 사정 때문에 못하다가 2007년 시작했다. 공인 2단이고, 10월에 승단 심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회인 검도대회에 나가 8강까지 올랐다. 스트레스를 다 운동으로 푼다.”

△ 취임 1년이 지났다. 성과가 있었다면.
“지난해 교육역량강화사업에 3년 연속 선정됐다. 대학기관평가인증도 받았다. 지역 인적자원개발(RHRD) 사업인 평생교육대학 사업과 지역산업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에 선정돼 매년 30억 원씩 6년 동안 지원받게 됐다. 대학원도 BK21플러스 사업에 선정돼 7년 동안 18억 원을 지원받는다. 그런 것들이 성과라면 성과인데, 제가 한 것이라기보다 구성원들이 노력해서 한 것이다.”

△ 인상적인 게 교수회 회장실이 본관 2층 총장실 옆에 있다. 취임 이후 옮긴 것인지.
“네. 제 공약 중 하나가 소통하는 열린 총장이다. 교수,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수직적이지 않고 수평적으로 판단하려 한다. 소통의 한 방법으로 교수회장을 본부에 모셨다. 만나야 소통할 기회가 생긴다. 1주일이면 서너 번씩 만난다. 싸우는 횟수도 많지만 그만큼 의견을 결집하는 횟수도 더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교수회 분들도 한경대 발전을 위해 말씀하시는 것이지 교수들의 이해나 복지만 갖고 말씀하시지는 않는다. 100%는 아니지만 다른 구성원들의 의견에 반하는 것이 아니면 반영해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경기도 거점 종합국립대’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도 강조했는데.
“첫 번째 공약이 경기도 거점 종합국립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3년 전 교수협의회 회장을 할 때 경인교대, 철도대학(현 한국교통대), 한국재활복지대학(현 한국복지대) 교수협의회장과 50여 차례 만났다. 경기도 내외에 있는 국립대가 통합해서 하나의 거대한 거점대학으로 거듭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2012년에 철도대학이 충주대와 통합해서 한국교통대로 바뀌었는데, 지금 한국교통대와 드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만 총장이, 본부가 주도하는 것보다는 교수들이 이런 것을 바라고 열망을 표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열심히 다니면서 분위기를 잡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경기도 인구가 인천까지 포함하면 1천500만 명이다. 그런데 수원고등법원 설치가 최근에야 확정됐다. 대학교육도 지원이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기도 내 고교 졸업생 15만4천 명이 모두 사립대에 진학할 경우 자녀의 대학 교육비로만 약 9조원을 부담하게 된다. 이제는 경기도민들도 저렴하고 질 높은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게 국공립대의 책무다. 저렴한 등록금으로 가계 부담을 줄여주면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주고, 소외된 학문분야를 키워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소규모로 해서 강소대학 형태로 할 수도 있겠지만 구조개혁을 통해서 학생 수를 줄이려고 하는 이 기회에 하나의 번듯한 형태를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 2012년 3월 일반대로 전환했다. 어떤 변화와 발전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우선, 학생들이 달라졌다. 입학성적이 많이 올랐다. 수업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고, 질문이 많아졌다. 요구사항이 많아진 것도 좋은 변화다. 그래서 교육현장을 학생중심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가장 많이 변해야 하는 게 교수들이다. 지금까지의 교육방법은 교수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학생들과 주고받는 과정에서 교육의 질이 향상된다. 교육의 방법도, 개념도 바꿔야 한다. 교육현장이나 방법을 바꾸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 기숙사를 새로 짓고 있던데, 그것도 그런 차원인가.
“기숙사를 지어서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게 하겠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우수한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기숙사다. 우리 학교 등록금이 1년에 약 400만원이다. 그 중에서 지난해 장학금으로 돌려준 게 62.7%다. 평균적으로 따지면 1년에 120만원 내지 140만원만 내면 우리 학교에서 수학할 수 있다. 그러면 돈이 어디서 모자라느냐. 생활비다. 한 달에 보통 50만원에서 60만원씩 쓴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면 그 돈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 그렇게 했을 때 가장 크게 나타나는 효과는 바로 학교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이다. 한경대를 졸업한 학생이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고 바깥에 내보일 수 있는 것은 그런 작은 데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다.”

△ ‘한경비전 2025’를 수립해서 5년 단위로 추진하고 계신데, 어떤 성과를 내고 있나.
“2012년에 비전 선포식을 했다. 2025년에는 국내 20위권 대학으로 도약해 경기도 거점 명문대학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학위상도 강화하고, 교수·학생 역량, 행정적 역량, 산학협력 역량 등 6가지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단과대학 학장들에게 교육현장에서 사용하는 실험실습 재료비라든지 기자재 구입비에 대한 예산을 다 내려드렸다. 본부 경리과로 오지 않고 학장들이 결정해서 살 수 있도록. 원래 학장들이 그렇게 해야 하는데 여태까지 갖고 있었던 게 잘못이라 생각한다. 단과대학 학장들에게 권한을 내려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 모든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라는 외부로부터의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구조개혁 시대를 맞아 한경대의 특성화 전략은 어디에 두고 있나.
“KOICA(한국국제협력단) 특성화라는 말로 설명 드리겠다. 우리 학교 역사가 75년인데, 농업학교로 시작했다. 농업이라는 것이 1차 산업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1차 산업과 농산물을 가공하는 2차 산업, 가공된 농산물을 유통하는 3차 산업. 다 합쳐서 6차 산업이다. 종합 학문분야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예를 봐도 캘리포니아 지역에 있는 10개 주립대학 가운데는 농업학교로 시작한 곳이 많다. UC데이비스도 그렇고. 농대로 시작해 연구 중심으로 성장했다.
우리 학교도 농대를 근간으로 특성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업기술과 ICT를 결합해 특성화, 융합, 국제화, 이 3가지를 추구하려고 한다. 국제화는, KOICA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농업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거기에 활동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을 우리가 맡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특성화 분야인 농업생명 분야 외에 신성장동력 분야(IT융합), 지역산업 수요 분야(물류국제화), 미래성장 분야(건설, 환경, 에너지)를 신규 특성화 분야로 선정해 육성할 계획이다. 특성화 분야와 관련된 국책사업을 수주해 학생교육, 취업률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 인문사회 분야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을 고민하고 계시나.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대학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교수협의회 활동을 하면서 시작한 NGO 활동 중 하나가 생명문화운동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위다. 청소년 자살보다 노인 자살이 더 많다. 낙태 문제도 심각하다. 인성교육을 교양교육이라든지 대학교육의 한 축으로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이 생명문화운동이다. 직업윤리교육도 대학교육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국립대의 책무 가운데 하나는 소외된 학문분야 지원이다. 다만, 인문사회 분야 강화에 대한 제 역할은 교수들의 의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판을 깔아드리기는 하겠지만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안은 교수들이 내놓아야 한다. 그걸 가져오면 적극 지원하겠다.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교육인증프로그램을 대비하는 것도 좋겠다 싶다.”

△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교육부나 정치권에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여러 전문가나 대학 관계자들이 현재의 구조개혁은 정원 조정에 목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데, 저도 거기에 충분히 공감한다. 국가의 미래 발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질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를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가도 학생들이 요구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수가 논문을 얼마나 많이 썼느냐, 얼마나 능력을 갖고 있느냐만 갖고 대학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 교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교수를 어떻게 생각하고, 교육의 현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하고, 그런 것들을 지표에 반영했으면 좋겠다.
정원 조정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실대학에 정리가 가능하게끔 출구 전략이 빨리 마련됐으면 싶다. 그 다음에 양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질적인 구조조정을 도입해야 한다. 양적 구조조정과 질 제고는 평가지표가 달라야 하는데 그것을 하나로 보는 건 개선돼야 한다.”

△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을 지켜보면서 대학이 도대체 무엇이냐, 어떤 모습으로 가야 하느냐, 이런 생각도 든다.
“참 어려운 질문이다. 답이 될지 모르겠지만, 지구가 생긴 이래 이렇게 변화해오고 발전이 지속된 것은 생물의 다양성이 유지됐기 때문이다.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가 유지되고 발전해 온 것처럼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싶다. 대학이란 다양한 이 사회 구성원을 키우는 다양한 생명체다. 우리 사회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을 키울 수도 있고, 일반 산업현장에서 활동할 사람을 키울 수도 있다. 다양한 분야를 망라해 키울 수도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실패를 많이 해보라고 한다. 제가 검도도 하고 레저스포츠도 많이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시도다. 수만 번을 해봐야 동작이 몸에 정확하게 밴다. 그런 실패를 학교에서 해야 나중에 큰 실패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성취하는 작은 성취감이 졸업해서 사회에 나가면 큰 성취감으로 이어진다. 대학은 공부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다. 공부는 자기 스스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많이 실패해야 하는 것이고, 많이 성취해야 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자기가 모든 것을 선택하는 삶을 살게끔, 대학이라는 공간, 4년이라는 시간 안에 그런 장을 만들어주고 싶다.”

△ 국립대에서 기성회비와 총장 직선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학의 자율권에는 재정 자율권이 있고, 행정적 자율권이 있다. 국립대가 아직 많은 부분 개혁돼야 하지만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국립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가에서 재정 부담을 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국가에서 국립대에 재정 부담을 더 해야 한다는 것 역시 재정 자율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유명무실하게 된다. 우리 학교는 2012년 3월 교직원 투표를 통해 67.9%가 찬성을 해서 총장 직선제를 공모제로 바꿨다. 다만, 내부 의견만이 아니라 외부의 영향에 따라서 내부의 의견이 표출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 역시도 자율적으로 맡겨졌으면 하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 

△ 앞으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것은.
“가장 크고 시급한 문제는 역시 경기도 거점 종합국립대를 만드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특성화, 융합화, 국제화에 힘쓸 계획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국립대 간의 통합을 통해서다. 경기도 내에 있는 대학뿐 아니라 경기도 외에 있는 국립대까지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는 KOICA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도상국을 도와줄 수 있는 농업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데 힘쓰겠다. 석사과정을 준비하고 있고, 5월이면 준비가 끝난다. 세 번째는 학생들이 오고 싶어하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대학을 만들고 싶다. 어디 나가서도 ‘저 한경대 나왔습니다’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것이다. 우수한 교원들이 오고 싶어하고, 직원들이 근무하기 좋은 대학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 국립 한경대는…

경기도 최남단 안성에 위치한 국립 한경대는 1939년 설립됐다. 안성공립농업학교가 그 시초다. 1950년 안성농업고등학교, 1965년 안성농업고등전문학교로 바뀌었다가 1979년 안성농업전문대학으로 승격했다. 1993년에는 4년제인 안성산업대로 승격했다. 한경대로 이름을 바꾼 것은 1999년이다. 2010년 12월 일반대학 전환 승인을 받아 2012년 3월 일반대로 개편했다.
정원 내 모집인원은 1천258명(2013년 대학정보공시 기준). 재학생 6천명의 중규모 대학이다. 전임교원은 174명(여교수 27명). 학부 전임교원이 163명, 대학원 전임교원이 11명이다. 농업생명과학대학, 공과대학, 자연과학대학, 인문사회과학대학 등 4개 단과대학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대학원 외에 미래융합기술대학원, 산업대학원, 공공정책대학원, 국제개발협력대학원 등 4개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19개 연구소가 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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