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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문제 심각한데 종합연구는 부족…"다양한 전공자 모여 실증연구를"
대학문제 심각한데 종합연구는 부족…"다양한 전공자 모여 실증연구를"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4.04.28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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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구조조정에 맞서 ‘한국대학교육학회’ 창립 추진

"인문·사회과학자도 참여 … 대학 본격 연구하겠다"

“우리나라에서 ‘대학’과 ‘대학교육’이 차지하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학술단체는 없다. 기존의 교육학회들은 초중고 교육을 주된 연구대상으로 하고 있고 대부분 교육학자들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대학은 한국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교육학만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적 탐구와 분석의 대상이 돼야 한다.”

향후 10년 동안 16만명의 학생정원을 줄이는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의 현실을 실증적으로 진단하는 학회 창립이 추진되고 있다. 교육학자만이 아닌 인문ㆍ사회과학자 등 다양한 전공 분야의 교수가 참여해 대학과 대학교육 문제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겠다는 포부다.

오는 6월 13일 창립을 계획 중인 ‘한국대학교육학회’(가칭). 창립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영어영문학과)는 “대학의 지나친 서열화를 비롯한 대학문제가 한국교육 전체를 왜곡시키고 있다”며 “첨예한 대립이 있을 수밖에 없는 대학교육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올바른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대학에 몸담고 있는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지금 대학은 대폭적인 구조조정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 위기에 대처하고 한국대학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혁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연구자들의 역량을 결집해 낼 학회가 필요하다”라고 학회 창립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한국대학교육학회 창립준비위원회(위원장 윤지관 덕성여대)는 지난 21일 경기도의회에서 ‘한국대학의 문제와 교수사회의 대응’을 주제로 창립준비세미나를 가졌다. 이날 토론에서 교수들은 실질적인 대학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교육학자뿐 아니라 다양한 전공 분야의 교수들이 모여 다학문적인 연구와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 김봉억 기자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대학현실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대학의 핵심사안으로 떠올랐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교수 3단체는 지난 연말부터 올해 3월까지 ‘올바른 대학구조개혁 방향 모색’을 위한 전국순회 교수토론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교수들은 공동 대응의 필요성과 함께 학회를 통한 학문적 대응이 긴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한국대학교육학회’ 창립 준비에 들어갔다. 한국대학교육학회 창립준비위원회는 전국순회 교수토론회 운영위원회가 주축이 됐다. 윤지관 교수는 교수토론회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이들이 대학구조조정 현실에 학회 차원의 대응에 나선 이유는 세 가지다. △대학과 대학교육 자체를 문제 삼는 연구 필요 △한국대학의 방향에 대한 점검과 대안적 이념 모색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지관 교수는 “현재 한국대학의 모든 관심은 본격화될 대학구조조정에 맞춰져 있다”며 “학회가 창립되면 연구와 대응의 초점은 구조조정에 맞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구조조정은 최소 10년간 지속되는 장기적인 기획이고 실제로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체질 개선의 과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순히 반발하거나 반대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고, 철저한 현실 분석과 대안정책 제시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구조조정은 10년 장기 기획 … 단순 반발은 한계"

학회 창립준비위원회는 한국대학의 위기에 대응하는 연구모임을 지향한다. 교육학계의 연구동향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이다. 대학과 대학교육은 사회적으로 관심을 갖는 기관인데, 대학 그 자체가 연구의 주제가 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고, 학문분야로서의 대학 연구는 주변화돼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한국교육학회 산하 분과 학회 19개 가운데 대학이나 고등교육에 초점을 둔 학회는 없고, 고등교육정책학회가 독자적으로 조직돼 있는 상황이다. 모두 교육학자 중심의 학회다.

윤 교수는 “고등교육에 대한 교육학계의 관심사는 주로 교육현황에 대한 분석과 정책에 치중돼 있고 대학문제의 사회적 기원이나 역할, 대학교육의 이념과 그 방향, ‘대학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는 연구는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대학문제는 교수나 대학 내부만의 문제도 아니고,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돼 있으며, 대학교육이 보편교육이 돼 있는 현재 여건에서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지만 대학문제에 대한 학문적인 대응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새 학회는 교육학 전공자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전공자가 참여해 대학과 대학교육의 주제를 연구할 것”이라며 “전공 분야를 초월해 학제간 연구 성격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 창립준비위원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 정책의 논리를 대체할 만한 대안적인 관점을 세우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세부프로그램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국민의 동의를 얻기도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당면 과제에 대응해 나가는 연구역량을 모아 교수사회가 단순히 구조조정의 대상이 아니라 대학의 구조를 진정으로 개혁해 나가는 주체로 바로 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윤 교수는 “긴박한 현실문제에 대응하는 성격을 가진 만큼 실사구시적이고, 실천적인 학문연구라는 원칙이 지켜지는 학회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학회 창립준비위원회는 대학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저널을 창간하고 가능하면 시판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학술지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출간할 계획이며, 대학문제에 대한 단행본 형태의 출간도 학회 차원에서 추진할 예정이다.

학회 창립준비위원회는 지난 21일 경기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이같은 내용을 공유하며 창립준비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대학 구조조정과 교수사회의 대응'을 주제로 발제한 김영록 세한대 교수는 "지난 10년여 동안 이뤄진 정원감축 구조조정이 개별 대학의 교육의 질을 향상시켰다면 현재의 교육부 정책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점점 열악한 교육환경의 나락으로 빠져 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학과통폐합, 비정규직교원 증가, 교권탄압 증가, 대학의 수입 감소, 학내 민주적 의사결정구조 악화로 대학은 거의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며 "대학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언론사 대학평가 등 대학현안 심층연구 필요

이날 토론에 나선 김누리 중앙대 교수(독일어문학전공)는 학회 창립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한국 고등교육 구조의 기형성을 먼저 지적했다. 전체 대학 가운데 80% 이상이 사립대가 차지하고 있고,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지원 예산도 14%에 불과한데 이 가운데 11%는 국립대에 지원이 되고 있고, 3%만 사립대에 지원되는 열악한 정부재정지원 현실을 지적했다. 이런 현실에서 국가는 고등교육정책도, 학문정책도 없이 고등교육을 방기하고 있으며, 대학 내 지배구조도 실질적인 기여도 없이 이사장의 전횡이 심각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국 대학은 굉장히 기형적인 구조인데, 이런 구조에서 학문공동체의 주체(교수, 학생 등)는 배제돼 있다”며 “교수들이 최소한 지식인으로서 발언을 해야 하지만, 교수사회는 패배의식과 무력감에 빠져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은 교수들이 자구책을 찾고 조직 역량을 재정비 하는데 좋은 여건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요즘은 평가하는 자가 지배한다”며 “언론사 대학평가에 대학이 벌벌 떤다. 부끄러운 일이다. 언론사 대학평가를 거부하는 실천행위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교육학자인 윤여각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교육학과)는 “(대학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학문 분야가 모여 다학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학회 창립에 공감을 나타냈다. 윤 교수는 교육학자만이 교육전문가는 아니라는 의견도 전했다. 윤 교수는 “대학 등록금과 대학의 설립, 운영 등 근본적인 문제는 빗겨가고 있다. 외국에선 교지확보율을 요구하는 곳은 없다”며 “학생들이 어디까지 대학운영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하는지 이런 부분도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에선 학회 명칭에 대한 조언도 나왔는데, ‘한국대학교육학회’는 교육 커리큘럼을 연구하는 교육학의 한 분과 학회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학회 창립 취지를 살린다면 ‘대학학회’라는 명칭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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