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09:50 (목)
728호 새로나온 책
728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4.04.15 1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대의 탄생Ⅰ·Ⅱ, 폴 존슨 지음, 명병훈 옮김, 살림, Ⅰ권 936쪽, 40,000원/Ⅱ권 800쪽, 40,000원
보편적으로 지식계에서는 근대의 시작을 18세기로 본다. 그런데 역사학자인 폴 존슨은 19세기 초반, 1815년부터 1830년까지의 15년 동안 근대가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의 기반이 바로 이 15년 동안 다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1815년 6월 18일 워털루전투에서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이 영국의 웰링턴이 이끌었던 영국-프로이센 연합군에게 패배해 나폴레옹이 완전히 퇴위할 때까지는 근대의 개화가 늦춰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길고 파괴적이었던 나폴레옹전쟁이 근대의 실질적인 탄생을 늦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쟁이 끝난 1815년부터 영국과 유럽 대륙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급격하고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 캄브리아 폭발기의 비밀을 찾아서, 마틴 브레이저 지음, 노승영 옮김, 이정모 해제, 반니, 382쪽, 22,000원
『종의 기원』을 쓰기 직전 다윈은 무척 당황했다. 캄브리아기 암석에는 삼엽충을 비롯한 동물 화석이 가득했지만, 그 이전의 암석은 무서울 정도로 적막했기 때문이다. 캄브리아기 동물들의 조상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선캄브리아 시대가 짧은 시기였다면 별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캄브리아 시대는 지구 역사의 대부분(약 80%)을 차지했다. 저자는 이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를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라 칭한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캄브리아기 폭발’이라고 알고 있는 생명의 빅뱅이 일어난 이유를 마치 추리소설의 범인을 추적하듯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캄브리아기 폭발과 수수께끼 같은 에디아카라 생물군에서 출발해 10억 년 전 첫 복합세포의 탄생을 향해 과거로 훌쩍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안 다이어리, 안나 폴릿콥스카야 지음, 조준래 옮김, 이후, 480쪽, 23,000원
러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인권 운동가이자 기자가 쓴 러시아 이야기. 이 책은 푸틴의 제국을 살아가는 러시아의 시민 누구나 체첸 시민과 똑같이 자유와 인권을 빼앗긴 헐벗은 상태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푸틴의 재선을 위한 한낱 쇼로 전락한 2003년 12월의 의회 선거로부터 재선에 성공한 푸틴이 인권 운동과 민주주의 세력을 철저히 무력화시켜 나가는 2005년 8월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저항할 의지도, 수단도 빼앗긴 국민들과 사망 직전에 몰린 러시아 민주주의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 준다. 그래서 책의 부제가 ‘러시아 민주주의의 실패와 냉소, 무기력에 관한 보고’다.

■레이첼 카슨: 환경운동의 역사이자 현재, 윌리엄 사우더 지음, 김홍옥 옮김, 에코리브르, 632쪽, 35,000원
2014년 4월 14일, 50주기를 기념하여 새로 쓴 환경운동의 어머니 ‘레이첼 카슨’의 전기. 이 겸손한 생물학자가 우리와 자연 세계의 관계를 완전히 뒤바꿔놓은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네 번째 저작 『침묵의 봄』을 통해서였다. 1962년에 출간된 『침묵의 봄』은 대중을 충격 속에 빠뜨렸고, 화학 회사가 카슨에 대한 위협적 공격을 그치지 않았음에도 정부의 조치를 이끌어냈다. 꼼꼼한 조사 작업을 거쳐 격조 있게 써내려간 이 책를 읽어보면 카슨이 본시 수줍은 성격이지만 자기 일에서만큼은 열정적이었으며, 그녀를 열렬히 환호한 문단 세계보다는 자연 세계에 머물 때 한결 편안함을 느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윌리엄 사우더의 참신하면서도 비범한 전기적 접근은 20세기의 위대한 개혁가 가운데 한 사람인 레이첼 카슨의 본질을 정확하게 포착 한다.

■정의에 대하여: 국가와 사회를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이종은 지음, 책세상, 758쪽, 34,000원
정치사상을 연구하는 정치학자가 사회 정의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선상에서 정의의 개념과 정의에 대한 관념, 정의의 구성 요소, 정의의 원칙 등을 폭넓게 살핀 책이다. 정치철학이란 정치의 규범을 다루는 것이고, 정치철학의 근본 과제는 권력으로 하여금 정의를 달성하게 하는 것이며, 권력이 정의를 달성할 때 좋은 정치 질서, 즉 사회 구성원들의 순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 질서가 이뤄진다는 시각에서 이 책은 정의 이론에 대한 개관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합리적 원칙을 모색하고자 한다.

■제국(한국개념사총서 8), 이삼성 지음, 小花, 548쪽, 30,000원
최치원의 『동문선』을 통해 우리는 9세기 말 혹은 10세기 초 신라 효공왕이 중국 황제에게 보낸 외교문서에서 ‘제국’은 고대 한국이 창안한 질서표상의 개념으로 실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근세 말 일본 지식인들은 먼 옛날 한국인이 창안한 제국 개념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고대 로마의 임페리움이라는 말에서 발원한 서양어를 한자어 帝國으로 번역했고, 19세기 말 근대 일본의 국가권력은 중국 중심의 전통적 천하 질서를 일본 중심의 질서로 재편하는 제국주의 프로젝트에서 제국을 개념적 도구로 동원해 거대하고 거친 폭력을 휘둘렀다. 이 책은 제국 개념의 고대적 기원, 제국 개념과 19세기 근대 일본, 제국 개념과 근대 한국, 제국과 식민지에서의 제국,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제국을 짚어 보며 제국이라는 개념이 담고 있는 고요와 광포, 그 양극의 기원과 전개에 관해 추적하고 있다.

■초원 이충익의 담노 역주. 김학목 역주, 도올 김용옥 서, 통나무, 352쪽, 20,000원
책의 부제는 ‘조선을 다시 보게 만드는 한 철인의 혁명적 『노자』 풀이’다. 조선시대 학자 초원 이충익의 노자 해설서 『椒園談老』를 번역, 해설한 책이다. 역주자의 노자 원문 번역도 이충익이 노자를 이해하는 관점과 그 의미를 살려서 우리말로 풀어낸 것으로 이와 함께 역주자 김학목의 핵심 논문들을 함께 담아 이충익 사상의 이해를 돕는다. 도올 김용옥은 초원을 가리켜 “그 문제의식에 있어서는 조선왕조 사상계의 모든 기미를 벗어던진 구극적 해탈의 극상을 과시하고 있다”라고 평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