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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自生하지 않는 나무,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세요!
우리나라엔 自生하지 않는 나무,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세요!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4.04.07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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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02_ 아까시나무와 아카시아나무

초여름에 기온이 점점 올라가기가 무섭게 ‘동구 밖 과수원 길’을 ‘아까시나무’ 꽃이 활짝 핀다. 아까시나무(Robinia pseudoacacia)는 ‘가짜 아카시아(pseudoacacia, false acacia)’라고도 부르며, 콩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보통사람들이 으레 ‘아카시아나무’로 그릇되게 부르고 있다.

먼저, 아까시나무는 키다리라 큰 놈은 키가 족히 25m까지 자라고, 나무껍질은 노란빛을 띤 갈색이며, 세로로 갈라지면서 가시가 난다. 잎은 어긋나고, 잎줄기 좌우에 몇 쌍의 작은 잎(소엽·leaflet)이 짝을 이루어 달리며, 그 끝에 한 개의 작은 잎으로 끝나는 홀수깃꼴겹잎(奇數羽狀複葉)이다. 소엽은 9∼19개가 달리며 달걀모양으로 길이 2.5∼4.5cm이다.

땅바닥이 흑판(칠판, 지금은 녹판 임)이고, 주변의 푸나무들이 장난감이었던 그런 시절에 우리는 그렇게 자랐지만 그래도 그때가 좋다! 조무래기또래들이 각각 잎사귀 하나씩을 따 小葉의 개수를 하나 둘 셋…, 모두 같게 하고는 가위 바위 보를 시작한다. 이기면 하나씩 따서 버리니 제일 먼저 다 따버린 이가 이기니 동무이마에 호~~~딱! 알밤 먹이는 ‘잎따기놀이’를 했었지. 그리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때때로 아까시나무 꽃을 한 움큼씩 따 먹기도 하였으니, 요새도 간혹, 三旬九食하며 연명해온 설운 고릿적 일이 얼핏 설핏 생각나면 아까시나무꽃 따서 우물우물 옛날을 反芻한다.

오뉴월에 새하얀 꽃이 새 가지의 잎겨드랑이에서 나며 총상화서라 지천으로 뒤룽뒤룽 달리는데, 꽃향기 코를 쏜다. 열매는 다른 콩과들과 마찬가지로 꼬투리로 맺히며, 9월경에 영근 열매가 마르면 씨방이 두 줄로 쫙 갈라져 씨가 튀어 나오는 莢果다. 5∼10개의 종자가 들었는데, 납작한 신장(콩팥)모양이며 검은빛을 띤 갈색이다. 번식은 꺾꽂이와 포기나누기, 종자로 하며, 아까시나무 뿌리에는 질소고정세균이 있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꿀벌의 蜜源으로 알아주는 이 나무는 볕이 드는 순간 냉큼 곤충 부르는 센 향기를 피우는데, 식물들이 꽃냄새를 풍기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낮에는 햇볕이 나서 되도록 곤충들이 날 수 있는 기온이고, 야행성인 나방이를 끌기 위해서 오밤중에 냄새를 피우는 식물도 있다. 그들도 애써 만든 향수를 함부로 날리지 않고 곤충의 활동시간을 귀신같이 맞춘다는 말씀. 언감생심, 아까시나무나 밤(栗) 꽃냄새를 이른 아침이나 한밤에 맡을 생각 하지도 말 것이다.


이 나무는 본래 북아메리카의 동부지역에서 중부에 걸쳐 자라던 외래식물로 토양적응성이 높아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잘 자라기에 세계 각국에서 사방용·조림용으로 널리 심었다. 우리나라에는 1900년 초 일제강점기시대 일본을 거쳐 도입됐고, 사람 맘이 용렬해 지금 와서는 생장이 하도 왕성해 걷잡을 수 없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놈으로 고깝게 여겨져서 씨를 말리려 드니 돌연 홀대받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꽃향기가 좋고, 많은 꽃물(nectar)을 내므로 개화할 무렵이면 전국의 양봉업자들이 꽃 따라 남쪽에서 북으로 대거 이동하며, 우리나라 꿀의 80% 이상은 아까시나무 꿀이다. 목재는 질기고 단단해 내구성이 좋아 토목건축용으로 이용하거나 농기구를 만드는 데 쓰며, 탈 때 연기가 적기 때문에 땔감으로도 손색이 없다. 눈이 새빨간 집토끼 놈들도 나뭇가지만 보고도 두 발로 펄쩍 뛰면서 달려들던 나무가 아니던가!


여기까지가 아까시나무 이야기였고, 이 다음은 아카시아나무(Acacia nilotica)다. 아카시아나무(acacia)는 아프리카에 나는 종이며, 기린이 목을 빼고 단골로 뜯는 나무로 아주 억센 가시가 퍽이나 많이 난다. 아카시아나무를 크고 센 가시가 많다해 가시나무(thorn tree), 바람이나 불면 휘파람소리를 낸다고 휘파람가시나무(whistling horn)라 부른다.


아카시아나무는 키 5~20m로 樹冠(canopy)이 매우 발달하고, 어린 나무는 가시가 많으나 다 자란 나무엔 가시가 없거나 1~2mm로 작아지고, 아까시나무가 하얀 물색의 꽃을 피우는 반면 아카시아나무의 꽃은 황금색이다. 이집트가 원산으로 아프리카 여러 곳으로 퍼졌으며, 호주에 까지 流出됐다고 한다. 또 미얀마·라오스·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에선 씨앗을 식용하니 수프·카레·오믈렛에 넣어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가시가 난 잎자루 아래에 속이 텅 빈, 크고 통통한 혹이 나니 그것을 개미가 서식처로 쓰고, 먹잇감으로 잎의 꽃물(nectar)과 이파리 꼭지에 맺히는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한 ‘벨트체(Beltian body)’를 얻는다. 하여 나무가 상하거나 죽는 날이면 자기들 목숨도 위험해지는 絶體絶命의 위기가 대번에 닥치므로 개미는 닥치는 대로 잎사귀를 먹어치우는 곤충이나 초식포유류, 줄기를 파먹는 풍뎅이(beetles)에게 물불 안 가리고 눈을 치뜨고 바락바락 달려들고, 슬금슬금 건너지르며 넘어드는 이웃나뭇가지도 깨물어 자른다. 이렇게 아카시아나무와 개미는 죽이 맞아 서로 돕는 공생을 한다.

다시 말하지만 아까시나무는 북미원산에 가시가 작고 성글며 흰 꽃이 피지만, 아카시아나무는 아프리카 원산이면서 가시가 크고 빽빽하며, 황금색 꽃을 피우는 점 등으로 서로 다른 나무이다. 무엇보다 두 나무의 학명을 비교해 봐도 완전히 다른 속이요, 종임을 안다. 아카시아나무는 기후가 맞지 않아 우리나라에 自生하지 않는다. 푸나무(풀과 나무) 제 이름을 잘 못 불러주면 서러워한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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