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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김문기 前이사장 ‘복귀 완료’
상지대, 김문기 前이사장 ‘복귀 완료’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4.07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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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회의 속 구성원·교육부 추천 이사 3명 사퇴
‘김길남 이사장’(김문기 전 이사장 아들) 체제로

학교법인 상지학원은 지난달 31일 김문기(사진 왼쪽) 전 이사장의 아들인 김길남(사진 오른쪽) 이사를 새 이사장에 선출했다.

2014년 3월 31일, ‘그’가 돌아왔다. 상지대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상지학원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김길남 이사를 새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김 신임 이사장은 김문기 전 이사장의 둘째 아들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는 이에 앞서 공석이던 이사 자리에 김 전 이사장이 추천한 조 아무개 씨를 지난달 24일 선임했다. 조 씨가 교육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 정식으로 이사에 취임하면 김 전 이사장 측으로 분류되는 이사는 9명 가운데 6명이다. 이들 이사만으로도 정관까지 개정할 수 있다. 1993년 3월 입시 비리로 쫓겨났던 김 전 이사장은 정확히 21년 만에 상지대 복귀를 마무리했다.

대학 구성원과 교육부가 추천했던 채영복 이사장과 임현진·한송 이사가 전날 사퇴한 것도 이런 이사회 구도 속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구성원·교육부 추천 이사 3명이 사퇴하자 김 전 이사장 측 이사 5명은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김 전 이사장의 아들을 신임 이사장을 선출했다.

김 전 이사장의 학교 운영권 접수는 2010년 8월 사분위가 상지대를 정상화하면서부터 예견됐던 우려다. 당시 사분위는 김 전 이사장에게 이사 정수(9명)의 과반수 추천권(5명)을 인정하되 이 중 1명은 임시이사를 선임했다. ‘아직 완전한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에서다. 김 전 이사장은 임시이사 선임을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김 전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대학 구성원은 이 자리에 공익적 이사를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사분위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김 전 이사장 몫이라는 과거 결정을 고수했다. 2010년 사분위 결정은 시계 바늘을 잠시 멈춘 것에 불과했던 셈이다.

대법원·헌재 판결에 마지막 기대

“상황이 종료됐다. 다 끝났다.”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노동조합, 총학생회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할 말을 잃은 듯했다. 김 전 이사장의 복귀를 반대해온 상지대 구성원들은 당혹감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분위 결정에 교육부 장관이 재심의를 요청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당장은 “(채영복) 이사장이 자리를 유지한 상황에서는 의미가 있는데 (사퇴한) 지금은 의미가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사분위 관계자는 “견제세력은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20여 년간 구성원들이 피땀 흘려 학교를 이만큼 키워왔으면 구성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판결에 기대를 걸어볼 가능성은 남아있다. 상지대 구성원들은 ‘종전인사에게 과반수 추천권을 보장하는 사분위의 정이사 선임원칙은 학교 정상화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또 ‘학교 정상화 절차는 교육부 소관인데도 무조건 사분위 심의결과에 따르도록 정한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 규정이 위헌’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헌재가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헌재는 지난해 11월 사학법 위헌 심판에서 의미 있는 결정을 잇달아 내렸다. 당시 결정에서 헌재는 사학의 연속성이 인적 연속성이 아니라 정관에 의해 보장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분위의 성격 또한 교육부나 사분위 주장처럼 준사법기관이 아니라 행정기관이라고 규정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손영실 변호사는 ‘학교법인 정상화에 관한 헌재 판결의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지난해 헌재의 결정에 대법원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헌법소원과 관련해서도 손 변호사는 “행정기관으로서 사분위에 과도한 권한이 부여돼 있는 점 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첫 교수 임용서 2·3순위 후보자 대거 뽑아

채 전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지난해 초부터 이사회 운영을 파행으로 몰고 왔던 종전이사 측 이사들은 김길남 이사장을 선출한 후 교원 신규임용 등 산적한 현안을 일부 처리했다. 상지대는 지난해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지정됐다. 이사회 파행으로 신임교원 충원을 계획대로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재정지원 제한대학 탈출을 위해서는 전임교원 충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에서는 원래 계획했던 56명의 절반 수준인 27명만 신규 임용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1순위가 아닌 후보자를 상당수 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상지대 교수는 “어떤 학과에서는 2명을 채용하는데 5순위가 임용되기도 했다. 1명을 뽑는데 3순위가 임용된 사례도 여러 학과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상지대 교수들이 뽑은 사람은 자기들에게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초빙공고가 나간 후 임용 규정도 일부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분야별로 후보자 1명을 이사회에 올리면 이사회는 임용 여부만 결정했는데, 3배수를 추천하도록 바꿨다. 교무처 관계자는 ‘임용 규정을 바꾼 것은 맞다’면서도 나머지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곤란하다. 노코멘트다”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상지대 교수는 “김 전 이사장이 21년 만에 복귀했다. 대학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과거처럼 사학비리를 저지르거나 전횡을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DNA는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렇게 전망했다. “상지대가 근본적 전환의 모색기에 접어들었다. 당분간은 태풍의 눈 같은 고요와 침묵이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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