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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 죽음에 대한 오해와 불행한 임종방식이다”
“진짜 문제는 죽음에 대한 오해와 불행한 임종방식이다”
  • 오진탁 한림대 생사학연구소장·철학
  • 승인 2014.04.0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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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_ 『죽음,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오진탁 엮음|한림대출판부|225쪽|10,000원

 

▲ 구스타프 클림트, Death and Life, 178×198cm, oil on canvas, 1908~1916.
우리의 삶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두 가지 시점은 바로 태어나는 순간과 죽어가는 순간이다. 먼저 죽음방식의 경우 2011년 기준(통계청)으로 OECD 가입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자살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1.7명으로 전년대비(2010년)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죽어가는 사람 대부분은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 것도 모른 채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생명탄생의 경우, 2011년 한 해 동안 태어난 신생아는 47만 1천명(통계청)으로 신생아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낙태당하는 태아가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충분한 보살핌 속에서 자연의 이치에 맞게 태어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과연 우리가 인간으로서 존엄함을 유지하면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태어나는 순간과 죽어가는 순간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탄생과 죽음 사이에 걸쳐있는 우리의 삶이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삶의 질에 문제가 많으므로, 태어나는 어린 생명을 충분히 보살피지 못하고, 죽어가는 마지막 임종 모습 역시 편안하지 못하는 것이다. 죽음의 질은 삶의 질과 다르지 않으므로, 이제 우리는 삶의 질과 죽음의 질 향상을 위해 심사숙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사회는 1997년의 ‘외환위기’, 2002년의 ‘카드대란’, 2009년의 ‘국제금융위기’ 그리고 2012년 ‘유로존 위기’를 거치면서 전문가들은 사기·절도 같은 범죄 급증, 가족 붕괴, 이혼율 증가, 빈부격차의 심화 등 지표를 근거로 ‘사회위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한다. 사회위기는 경제위기보다 훨씬 심각하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에선 매일 42명이 자살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전 국민이 신경쇠약에 걸리기 직전에 있다”라고 보도했다. 자살자 급증도 문제지만 보다 우려되는 점은, 경제적 사회적 상황의 악화로 인한 자살예비군의 양산이다.

매일 42명이 자살하는 나라, 죽음을 가르치는 사회
우리 사회에서 자살률 급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들리지만 죽음 이해의 부재를 우려하는 말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사실, 자살현상은 사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진짜 문제는 사람들의 죽음 오해와 불행한 임종방식이다. 우리 사회에 죽음 오해가 심각하고 대다수 사람들이 불행하게 죽어가고 있으니까, 결과적으로 자살이 자주 일어나는 것일 뿐이다. 우리 사회가 죽음을 가르치고 있지 않으니까, 자살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생명교육을 통해 사회 전반의 죽음이해와 임종방식이 향상된다면 자연스럽게 자살률은 떨어지고 죽음의 질뿐만 아니라 삶의 질 역시 향상될 수 있다.


국내에서 죽음에 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심지어 죽음에 관한 명확한 정의를 부여하고 있는 저서도 찾기 힘든 학술계 상황에서 이 책은 여러 측면에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이 책에는 죽음에 관한 중요한 세 개의 큰 기둥, 즉 죽음 이해, 죽음 정의 그리고 죽음 교육을 설정해 놓고 이에 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깊고 진지한 질문과 해법을 내놓고 있다.
제1부 ‘죽음 이해’에서 필자의 「우리 사회 죽음 이해가 크게 부족하다」와 정현채 교수의 「의료현장에서 본 우리 사회 죽음 이해 현주소」는 죽음 이해 부족 현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적하고 있다. 심혁주 교수는 「티베트의 죽음 이해와 실천」에서 우리의 현실과는 다른 티베트인의 죽음 이해와 실천을 다루고 있다.


제2부 ‘죽음 정의’에서 칼 베커 교수는 임종장소의 변경, 의료의 발달 등으로 인해 “현대 사회는 죽음을 다시 정의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책에 수록한 글의 제목 그대로의 주장이다. 이어서 필자는 「죽음,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서 육체 중심의 죽음 이해가 얼마나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지, 바람직한 죽음 이해 모색을 제안한다.

한국적 생사학 정립과 자살예방 연구 모색
제3부 ‘죽음 교육’에서 역시 필자의 글 「죽음준비 교육, 왜 실시해야 하는가」, 칼 베커 교수의 「미국의 죽음준비 교육」, 정현채 교수의 「영화를 활용한 죽음준비 교육」을 소개한다. 이들의 글은 죽음 준비 교육의 중요성과 함께 죽음 이해가 삶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한편 필자가 참여한 생사학연구소는 2004년부터 자살예방과 죽음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연구와 교육 활동을 진행해 왔다. 1997년 ‘죽음준비교육’, 2005년 ‘자살예방교육’ 과목을 개설했고, 2006년에는 ‘웰다잉-자살예방’ 전문과정을 운영했다. 2011년에는 ‘생사학-자살예방’ 협동전공을 개설했다. 최근 ‘한국적 생사학 정립과 자살예방 네트워크 구축’ 어젠다가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 지원사업에 선정돼 2012년 9월 ‘생사학 인문한국 연구단’을 발족시켰다. 생사학을 중심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보건의료를 포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적 생사학 정립과 자살예방’을 위한 연구(생사학, 생명교육 총서 발간), 교육 (생명교육 융합 대학원 개설, 사회교육 프로그램 운영), 그리고 사회활동(‘의미있는 삶과 아름다운 마무리’ 뉴스레터 발간, ‘생명사랑 및 자살예방’ 우수사례 공모전, ‘생명사랑을 위한 희망 콘서트’) 등을 앞으로 10년 동안 보다 확대 심화시키고자 한다.



오진탁 한림대 생사학연구소장·철학
필자는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살예방 해법은 있다』, 『삶, 죽음에게 길을 묻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우리 사회에 죽음이해가 크게 부족하다」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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