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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인터뷰 : 한국 방문한 독일·일본 젠더연구자들
대담인터뷰 : 한국 방문한 독일·일본 젠더연구자들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2.10.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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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05 11:04:49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열린 ‘젠더 연구’ 국제심포지엄 2002에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독일의 대표적인 젠더학 연구자인 잉에 슈테판·크리스티나 폰 브라운 훔볼트대 교수와 근대화와 젠더 질서의 상호관계에 대해 많은 성과를 남긴 오누키 아츠코 가쿠슈인대 교수의 명성도 한몫 했다. 지난 12일 이화여대 LG컨벤션홀에서 세 교수와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는 탁선미 한양대 교수(독문학)의 통역으로 진행됐다.

기자: 한국 방문을 환영한다. 이번 행사와 방문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 잉에 슈테판 교수
잉에 슈테판(이하 슈테판): 대학별 세미나에서 남성연구의 최근 경향인 남성성 역시 구성된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를 했는데, 그 때 많은 남학생들이 문제의 핵심에 마음을 열고 다가가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정체성을 되돌아보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오누키 아츠코(이하 오누키):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에서 특히 젊은 세대들이 젠더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이 든 남자들은 거리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여 세대간의 관심이 분리된 것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앞으로 이 주제가 학계와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예측하게 한다.

크리스티나 폰 브라운(이하 폰 브라운): 독일 대학에서 여성학과 젠더 연구가 자리 잡기 매우 힘들었었는데, 한국에서 특히 여자대학들을 중심으로 여성연구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기자: 독일과 일본에서 진행되는 젠더 연구의 정의를 알고 싶다.

슈테판: 젠더 연구의 정의는 학파나 대학마다 다르다. 훔볼트 대학의 젠더 연구의 특징은 학제간 연구이기 때문에 학문을 통합해서 볼 수 있는 지식 비판적 ·지식 이론적인 관점이 강하다. 특히 역사에 대한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연구들을 많이 강조하는 것이 훔볼트 대학의 특징이다.

 ◇ 크리스티나 폰 브라운
폰 브라운: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 비판적인 관점이다. 각 학문의 기본 담론들이 성차에 대한 어떤 전제를 깔고 움직이는가, 이런 전제를 충분히 성찰하고 있는가가 굉장히 중요한 물음이다.

오누키: 일본 젠더 연구의 경향은 조금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젠더 연구에 정치적인 맥락이 강하다는 것이다. 탈식민주의나 내셔널리즘 등의 문제들에 여전히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젠더 연구 역시 전반적으로 실천적이고 정치적인 측면이 강하다.

기자: 기술과 문화의 변화 때문인지 트랜스젠더나 아바타를 보면 성별의 경계가 많이 모호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폰 브라운: 최근의 경향은 세계화일 것이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삶의 공간 자체가 통일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통일의 반대 측면에는 지역 문화와의 충돌이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는 지역성은 항상 여성의 이미지로 재현되고 지역의 고유한 이미지를 담는 저수지처럼 이해되고 있다. 즉 가시적으로 성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처럼 보여도 기저에 깔린 이분법적 재현에는 변화가 없다.

기자: 젠더 연구의 특성상 여성과 남성 혹은 동양과 서양 등의 이분법을 거부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를 무시할 수 없다. 서로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

슈테판: 이런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또 심포지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 발표한 독일과 중국의 합작영화 ‘수쥬강’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영화가 유럽에서는 성공했지만 중국에서는 실패했다. 서양인들은 주인공 마르다에 대한 감정 이입을 쉽게 했지만 중국인들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영화가 서양인들에게 더 익숙한 모더니즘적인 내러티브를 가졌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이야기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이다.

 ◇ 오누키 아츠코
오누키: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를 넘나들고자 하는 것은 중요한 관심이고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젠더 연구의 경향이기도 하다. 여성과 남성, 중심과 주변 등의 이분법은 사회적인 약자 또는 문화적인 약자 등 전지구적인 약자에 대한 강력한 억압·착취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극복하기 쉽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이런 이분법 극복을 지향해야 한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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