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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대학, 이것만은 버리고 갑시다 ⑩ 미로속 재정운용
[연중기획] 대학, 이것만은 버리고 갑시다 ⑩ 미로속 재정운용
  • 박나영 기자
  • 승인 2002.10.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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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돈’, 투명성 나몰라라
오 교수의 의문은 올해 이 대학이 감사를 받으면서 풀렸다. 그처럼 궁핍하기 그지없던 대학에서 법인 이사장이 교비 가운데 77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다른 사립대학의 이야기는 또 다른 경로를 의심하게 한다.

몇 년 전에 총장이 바뀌면서 이 대학에는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각 부처마다 운영비가 남아도는 것이었다. 전임 총장이 각 부처의 운영비를 끌어다 판공비(?)로 사용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이 때문에 그 동안 부처의 운영비가 과다하게 책정돼 있었고, 각 부처들은 가짜 영수증을 만들기에 급급했는데 총장이 바뀌고 이 ‘돈’을 어떻게 해야 할지 즐거운 고민에 빠진 것이다. 결국 이 대학은 각 부서에서 사용하고도 남아 학내행사에 참여한 학생들 전원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했다.

대학회계를 결산서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이 회계를 담당하는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사립학교법대로 규정을 지킨다고 해도 실질적인 법인 전입금은 부풀려질 수밖에 없다.

의과대학을 가지고 있는 한 지방 사립대학의 결산서에서 이상한 점 하나가 발견됐다. 1999년에 법인이 실질적으로 수익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법인이 수십억원을 전입한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상황은 이렇다. 의과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교수들의 봉급은 부속병원에서 나오는 수익에서 지급된다. 그런데 부속병원의 수익금 중 교수들의 봉급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단 법인 수익으로 잡은 뒤 다시 이를 법인이 대학에 전입금을 내놓은 것으로 계산한 것이다. 실제로 내놓은 전입금은 전혀 없으면서도 단순한 수치조작으로 성실한 법인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올해 덕성여대, 성균관대, 아주대 등 몇몇 대학들은 부속명세서까지 예·결산서를 공개하고, 학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까지 개최하는 등 재정의 투명성을 높였다. 대학재정이 감추고, 속여야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러한 대학들은 예외에 속한다.

원칙대로라면 법인은 대학운영으로 이익을 남길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당수 대학 법인들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를 위해 재단에서는 할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그 한 가지가 예산을 작성할 때 수익은 최소한으로 잡고, 지출은 최대한 늘려 잡는 방식이다.

회계작성 과정에서 재정을 건실하게 하기 위해 ‘보수주의’원칙을 지킨다고 하지만 운영과정에서 보면 의도는 전혀 다르다. 정작 써야 할 곳에는 쓰지 않고 이월적립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일단 쌓인 이월적립금은 운영자에게는 여러모로 수익을 가져오게 된다.

교육비 환원율이 60%에도 미치지 않는 대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출총액 대비 이월적립금은 1997년 이후 4년간 계속 10%를 웃돌고 있는 통계는 이러한 측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교육부 감사에서 지방의 한 사립대학은 기자재 보유율이 기준에 미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실험실습비 예산 17억여원을 쓰지 않고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여건이 열악함에도 이 대학은 해마다 72억원에서 2백26억원까지 임의대로 적립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인색했던 재정은 엉뚱한 곳에서 후했다. 대학의 공사비, 물품구입 등을 사학운영자와 관계된 회사가 독점하면서 수의계약을 통해 처리한 것, 이 과정에서 예산을 초과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ㅅ여대의 배 아무개 교수는 “법인에서는 예산을 확보만 해 놓은 채 좀처럼 풀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재정은 어려운데도 이월적립금은 너무 많다”며 “재단에서는 이렇게 모은 이월적립금을 가지고 건물을 짓는 등 마치 자기가 낸 돈인 양 생색을 내며 사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요리조리 구멍이 파인 복잡한 구조 속에서 그때그때 탈출구를 찾아나가는 대학의 재정운영은 외부인으로서는 그야말로 파악하기 어려운 ‘어둠속의 미로’나 마찬가지다. 특히 사립대의 경우, 그나마 내막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교육부의 종합감사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1979년 이후 23년간 사립대의 50%이상이 종합감사 한번도 받지 않음) 재정운영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박나영 기자 imna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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