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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사랑할 권리
산을 사랑할 권리
  • 안치운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02.10.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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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가을은 여행하기 참 좋은 때다. 그러나 여행을 하기 전에 장소가 국립공원이라고 하면 내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자연보호라고 하면서 한적한 길을 막고, 사람들이 많이 오고가는 곳을 열어놓고 입장료를 받는 일이 마뜩치 않고, 아무데나 쇠를 박고 줄을 쳐서 사람들을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일 등이 싫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립공원 안에 있는 절에는 들어가지도 않는데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만 하는 것은 화를 돋게 한다.

얼마 전,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함께 징수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는데도, 분리징수는 시행되고 있지 않다. 차를 가지고 가서 주차장을 이용하면 국립공원에 들어가는 비용은 7천원쯤 된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오대산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446번 지방도로를 따라 계방천이 흐르는 홍천군 내면과 양양으로 가는 경우에도 들머리에서 주차비를 비롯한 모든 입장료를 다 지불해야 한다. 이제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일이라면 아예 피하고 싶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산 바깥에 있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야영을 할 수 있게 한 터라, 산에 오르는 이들은 산 속의 야영체험이 가져다 주는 자연과의 교감은 모두 잃게 됐다.

산에 오르는 이들의 단체인 ‘한국산악회’나 ‘대한산악연맹’ 등도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이 단체에 소속된 회원들만허가증을 발부받아 산에서 야영을 할 수 있고 대다수 국민들은 엄두조차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야영을 해서 들킨 경우에는 큰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니까 소속 회원들의 이익을 위한 단체로서 회원들의 권익만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국민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소홀한 셈이다. 그러나 이들이 명심할 것이 있다. 그것은 산이 결코 산악인들만의 소유가 아니라는 점이다. 누구도 그것을 허락한 적이 없을 뿐더러 그럴 수 없는 노릇이다.

산을 사랑하는 진정한 산악인들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산을 오르면서 삶을 배웠다고 말하는 이라면, 산에 관해서 전문가라고 자신을 내세우는 이라면 산을 국립관리공단의 권한 아래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권리 앞으로 옮겨놓는 일에 헌신해야 할 것이다.

국립관리공단도 마찬가지이다. 산은 그들의 소유가 아니다. 자연보호라는 계몽차원을 넘어서서 산에서 국민들의 행복할 권리를 제한만 한다면 국립공원 관리공단도 산을 매개로 국민을 억압하는 기관이라는 비판과 지탄의 소리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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