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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불법 전용하고, 국고 보조금 부당 사용했나?
등록금 불법 전용하고, 국고 보조금 부당 사용했나?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3.2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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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 ‘제주한라대학’에 의혹 불거져

제주한라대학은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orld Class College)’이다. 2008년부터 6년 연속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됐다. 2011년에는 전문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WCC에 선정됐고, 2012년에는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에 뽑혔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역량 인증대학’이고, 전문대학이지만 4년제 간호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제주한라대학에 의혹이 불거졌다. 등록금을 불법 전용하고, 국고 보조금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전국대학노동조합 제주한라대학지부(지부장 이준호)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법인 한라학원과 제주한라대학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를 촉구했다. 제주한라대학 노조는 도민 1천200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2월 26일 교육부에 감사 청구서를 제출한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감사원에도 감사를 청구했다. 노조가 감사를 요청한 비리와 부정 의혹은 20건이 넘는다.

전국대학노동조합 제주한라대학지부(지부장 이준호·사진 가운데)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한라대학의 교비 불법 전용과 국고 보조금 부당 사용 의혹을 제기하고 교육부와 감사원에 감사를 촉구했다. 사진 전국대학노동조합 제주한라대학지부

■ 교비 불법 전용 의혹 제기돼=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교비 불법 전용 의혹이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학과는 별도의 학교인 부설 유치원 건축비에 교비 25억원을 사용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제주한라대학 학생들이 낸 등록금인 교비는 별도 학교인 부설 유치원에 전출할 수 없는데도 불법 전용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부설 유치원 토지 매입 자금도 교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설 유치원 설립에 따른 토지 구입과 건축 비용 전체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이전을 위해 1995년 매입한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 소재 토지도 의혹을 받고 있다.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구입한 교육용 기본재산을 교육부의 인가도 받지 않고 지난해 1월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불법 전환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 “교육용 기본재산은 매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고, 부득이하게 매도나 담보 제공을 위해서는 관할청의 인가를 받도록 돼 있는데 2004년 당시 교육부 인가를 받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교비 6억원을 들여 2010년 6월 준공한 해양레저스포츠 학습관을 교육용 기본재산으로 등록하지 않고 제주특별자치도로 증여한 것도 의심스럽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학습관은 현재 요트면허시험장과 실습장소로 운영되고 있으나 방학기간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실습 명목으로 파견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요트 대여 사업에 투입되고 있다”며 “교육용 자산으로 구입한 후 응급구조나 관광레저스포츠과의 교육과는 무관하게 개인 수익사업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고 추론된다”고 말했다. 관광레저스포츠과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실습계획에 해양레저스포츠 학습관은 실습장소로 전혀 표기돼 있지 않고, 응급구조과도 요트 교육은 1학년 2학기에 실습 2시간(1학점)이 전부라는 것이다.

교비로 넣어야 할 돈은 법인이 챙겨= 거꾸로 대학으로 들어와야 할 수입을 법인회계에서 수입으로 처리한 후 교비회계로 넘겨주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노조에 따르면, 학교법인 한라학원은 2010년부터 2012년 사이에 주한 중국대사관, ㈜LG유플러스, 농협중앙회, 한국사회교육원 등으로부터 받은 발전기금 2억5천여만원을 학교법인의 발전기금으로 처리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식당, 매점, 서점 등 학교시설을 외부업체에 임대해 주면서 3억원 이상의 임대료 수입을 교비회계로 넣지 않고 법인회계에 편입해 집행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2012년 감사원이 펴낸 대학감사 백서 『감사원이 바라본 대학』을 보면, 학교법인이 학교를 대신해 받은 기부금을 법인회계로 세입 처리한 후 교비회계로 전출하지 않거나, 학교시설 사용료와 이용료를 법인회계 수입으로 처리하는 것을 회계와 관련한 대표적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노조는 “기부자들이 대학의 발전을 위해 기부한 것이지 학교법인 발전에 기여하고자 기부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학교시설의 사용료와 이용료를 법인회계로 편입해 집행한 것은 사립학교법 시행령과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을 위반한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 교육역량강화사업비 부당 사용 의혹도= 교육역량강화사업으로 받은 국고 보조금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해외대학과의 복수학위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뒤 그 돈을 회수해 복사학위 협약을 맺은 대학에 수업료로 지불하고, 지불 과정에서도 상대 대학에 직접 돈을 전달하지 않고 중간업체를 통해 송금했다는 주장이다. 공동학위과정 운영비를 계약 대상자가 아닌 중간업체를 통해 지급하는 것은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 위반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이 장학금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비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고 보조금이 결과적으로 해외대학에 수업료로 지불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노조는 “제주한라대학이 수년 연속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되고, WCC에 선정되는 데에는 해외대학 복수학위 과정이 도움을 줬다”며 “장학금 지급 실적 등을 부풀려서 선정된 것은 아닌지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연시설인 한라아트홀을 개보수하면서 음악학과 교육을 위한 것처럼 해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비를 사용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노조는 “한라아트홀은 대부분 외부업체에 임대해 활용 중이며, 대학 행사에도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음악학과의 교육과는 전혀 무관한데도 국고를 불법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9년 설립한 공자학원 운영도 의심을 받고 있다. 노조는 “공자학원은 중국어 문화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하는 곳인데도 공자학원에서 주관하는 사업을 교육역량강화사업비에서 집행하기 위해 관광중국어과에서 사업을 신청하는 것으로 위법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고 사용이 금지돼 있는 행정부서의 소모품 구입비와 학과의 냉난방기 수리비조차 교육역량강화사업비에서 지출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준호 제주한라대학 지부장은 “제주한라대학은 명실공이 전국 전문대학 중 최상위권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경영자의 실수나 비리 때문에 학교 전체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라며 “학교를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한 대학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감사 청구를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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