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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서열화 부추긴다 … 부실대학 구조조정 먼저”
“교육부가 서열화 부추긴다 … 부실대학 구조조정 먼저”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3.24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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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협 ‘구조개혁 평가’ 전문가 토론회서 수도권-지방 분리평가 요구 다시 대두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는 획일화가 아니다. 인위적으로 대학을 몰아가려는 의도보다 전반적인 고등교육 환경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 전망한 끝에 나온 사업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 달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 19일 충남대에서 열린 주요 고등교육 정책 및 사업 공동설명회에서 여러 차례 이렇게 강조했다.

대학 현장의 인식은 정반대다. “교육부가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다.” “수도권 집중을 더 부추기는 현상을 부를 수 있다.” 교수단체들의 주장이 아니다. 지난 2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평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고등교육 전문가 100인 대토론회’에서 나온 우려다. 서거석 대교협 회장은 “대학 구조개혁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대학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특성이 달라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고, 특히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는 대학평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심도 있게 논의해서 그것이 교육부의 정책에 반영되고, 앞으로 대학 구조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쏠림현상 더 부추길 것” 우려 많아 

이날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대학평가의 방향과 쟁점’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맡은 최재원 부산대 기획처장은 “재정지원과 연계해서 자율 감축을 유도한다고 하는데, 정원감축을 가점으로 운영하고 있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은 정원을 안 줄이려 하고, 지방은 체급이 좋은 대학도 과도하게 정원을 줄이게 될 것”이며, 이는 결국 “수도권 쏠림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원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처장은 또 “지지부진한 대학, 부실대학에는 산소마스크를 씌워주는 셈이 되고, 상위권 대학은 정원감축을 솔선하는, 원하지 않은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부실대학부터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작용은 이것만이 아니다.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5등급제 평가는 대학의 서열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대학의 특성화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김홍석 배재대 기획처장의 지적은 더 직설적이었다. 김 처장은 “3년마다 평가를 한다고 하지만 그 3년 후의 평가에 대비해서 평가지표 실적을 올리기 위해 온갖 옳지 못한 방법들이 동원될 것”이라며 “이것이 과연 온전한 대학 기능의 역할인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기획처장을 지낸 이재경 국민대 교수는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제도 시행 이후 인문, 예술 분야의 학과 폐지 사태가 나타나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을 기억한다”며 “대학을 전체로 보고 평가를 하게 되는 경우 대학평가에 불리한 계열의 정원을 감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교수는 “평가단위를 계열별로 하고 정원감축 대상 계열을 지정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계열별로 5단계 등급을 부여해 평가한다면 대학별 정원 감축이 아니라 계열별 정원감축이 가능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국가 인력수급의 불균형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고, 대학 내에서 어느 영역을 정원 감축해야 하느냐를 두고 불화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지역 등 대학특성 반영한 평가 요구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말처럼 문제는 평가지표다. 교육부가 처음 강조한 것처럼 대학 특성을 반영해 평가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 최재원 처장은 “1단계는 부실대학 정리이고, 정원감축이라는 짐을 나눠져야 한다면 대학의 소재지와 설립유형, 규모별 특성을 살려 차별화된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전한 맞춤형 평가는 있을 수 없겠지만 어떻게 하면 그물을 촘촘하게 해서 가능한 한 맞춤형 평가를 할 수 있을지에 지혜가 많이 모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정토론자로 나온 오대영 가천대 교수는 “학교 유형에 따라 차별화된 구조개혁과 정원감축, 평가방식이 필요하다”며 “대학 유형별로 평가지표를 달리하거나 최소한 공통지표와 특성화지표의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고 거들었다. 김경섭 한경대 기획처장 또한 “모든 대학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대학의 개별 특성화와는 다르게 획일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학 유형과 특성에 따라 각 영역별 점수가 다르게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지방을 분리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나왔다. 대학구조개혁 정책연구팀은 4년제 대학과 전문대뿐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을 분리해서 평가할 것을 제안했지만 교육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에서는 함께 평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김홍석 처장은 “출발선상에서부터 태생과 자원이 다른 대학의 구조를 고려해본다면 다시 한 번 수도권과 지방대학의 분리 평가를 제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정성평가 객관성 확보는? … 평가위원도 문제 

반면 이재경 교수가 보는 관점은 약간 달랐다. 이 교수는 “수도권과 지방,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구분해 정원을 조정하는 것이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가고 싶지 않은 대학은 구조개혁 이후에도 정원을 채울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수도권의 대학 정원을 감축한다고 지방대학이 안전한 것이 아니라 가고 싶은 대학이 돼야 학생들이 모이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요컨대 “정부의 구조개혁 정책이 근본적으로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의 교육 인프라와 학생 지원 제도를 개선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성평가에 대한 우려도 컸다. 오대영 교수의 지적처럼 결국 “변별력은 정성평가에서 나올 것이고, 정성평가지표를 둘러싸고 엄청난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서로 다른 심사위원들이 한 평가를 모아서 종합평가를 하는 것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전문 평가인력을 확보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섭 처장 또한 “정성평가는 평가위원의 주관성과 평가팀 간의 균질성 문제로 평가 결과의 신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원 처장은 “정성평가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평가의 객관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정성평가의 핵심인 명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는 평가문항의 객관성 확보와 평가위원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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