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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非世說_ ‘홀로도모르’의 눈물
是非世說_ ‘홀로도모르’의 눈물
  • 김영철 편집위원
  • 승인 2014.03.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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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는 여러 시각 가운데 하나 간과해서 안 될 게 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에 대한 민족적 감정이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껄끄럽게 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민족적 감정의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게 ‘홀로도모르(Holodomor)’다. 대량학살을 뜻하는 우크라이나 말로, 나치 독일의 유태인 대학살을 의미하는 ‘홀로코스트(Holocaust)’와 같은 맥락으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부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곡물창고로 일컬어지는 비옥한 땅을 가진 지역이다. 이 땅에 1932년에서 1933년 사이 700만 명 이상이 굶어죽는 대량학살이 일어난다. 스탈린 치하의 소련에 의해 자행됐던 비극적인 역사다. 이 시기 소련이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소비에트 블록의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내수를 차단시킴으로써 최소 700만 명에서 1천만 명이 굶어죽은 대사변이 ‘홀로도모르’다. 일부 지역에서는 食人까지 자행됐는데, 그 피해자들은 주로 어린 아이들이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러시아 하면 이 사건을 떠올릴 정도로 치를 떨고 있는 사건이다. 우크라이나는 이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매년 11월 넷째 주 토요일을 ‘홀로모도르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의 날’로 정해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같은 슬라브계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두 민족 간의 불화가 깊고 치열한 배경에는 이런 비극적인 대사변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민주혁명을 열망하는 ‘오렌지 혁명’도 그 핵심에는 러시아를 믿지 못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이러한 강렬한 정서가 내포돼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군사적 장악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크림반도에는 러시아의 군사요충지요, 몇 안 되는 부동항 중의 하나인 세바스토폴이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빌미로 군사력을 동원해 전광석화처럼 크림반도에 무혈 입성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내걸고 있는 기치는‘강한 러시아’다. “러시아가 강해야 러시아를 존중한다”는 지론으로 푸틴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전략적으로도 엄청 중요하지만 과거 그들의 영토였던 그 곳을 호락호락 내버려 둘리가 없다.

푸틴은 한 술 더 떠 아예 크림반도를 소유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과의 합병을 밀어붙이고 있다. 러시아 흑해함대가 있는 크림반도는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조차해 쓰고 있다. 2042년까지가 조차기간이다. 합병해버리면 그럴 필요도 없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크림자치공화국을 러시아에 귀속할지를 묻는 주민투표일을 크림자치공화국 의회를 꼬드겨 16일 실시한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이로 인해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외교적 해결 기미는 줄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땅이긴 하지만, 러시아계가 58.5%로 절반을 넘는다. 따라서 미국 등 서방의 강력한 경고와 견제가 없이 주민투표가 그대로 진행될 경우 사실상 러시아와 합병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 사태는 더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든다. 가뜩이나 동·서부계로 양분돼 있는 우크라이나에 크림반도계까지 생겨날 지경에까지 이르게 될 수도 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장악하는 것은 우크라이나를 자신들의 영향력 하에 계속 두기 위한 전초전이다.

러시아는 러시아계가 다수라는 수의 우세와 무력을 앞세워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 합병을 강행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갖은 제재 수단을 강구하고 있지만, 푸틴의 覇道행로는 진행형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눈물인 ‘홀로도모르’가 있는 한 이는 물리적인 힘에 의한 것일 뿐 화학적이고 통합적인 합병은 결코 되지 않을 것이다. ‘홀로도모르’는 우크라이나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상처이기 때문이다.

김영철 편집위원 darby428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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