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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 인간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이성적 인간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4.03.17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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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51_ 자살

최근 자살 관련 소식이 많이 들려와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어느 한 가장은 돈이 없어 자식과 함께 70만원을 남겨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빈곤 자살’은 사회 병리현상을 넘어 이제 사회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한 방송사의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에서는 여성 출연자가 자살했다.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일간지 한 칼럼(「사회적 타살, 이제 책임을 지자」, <한겨례> 3월 4일자)에서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이들은 누구이며, 벼랑 끝에 있는 그들의 손을 잡지 않은 이웃은 또 누구인가?”라고 반문한다. 자살하는 인간에게 우리는 과연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과연 이성적 인간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일까. 자살은 인간 고유의 행동일까.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동물의 자살, 인간의 자살

<디스커버리 채널>에 따르면, 19세기에 동물 자살은 종종 학대, 광기, 사랑, 학대의 행위로 간주됐다. 이런 행위들이 인간에게 정확히 부여되지 않지만, 여전히 자살에 대한 정의를 밝히기 위해 동물이 사용되고 있다. 어미를 잃은 새끼 침팬지가 우울증으로 한 달 만에 죽는 경우는 인간 세계에서도 유사하게 일어난다.

에드먼드 램즈덴은 동물 자살은 인간 자살에 대한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물의 자살은 대다수가 단순한 심리적 죽음이 아닌 자연선택이나 개체학습 또는 문화 전승을 통한 자연의 질서유지를 위한 행위일 뿐이다. 종족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한 죽음이 과연, 인간 세계의 ‘자살’이라는 정의와 같다고 볼 수 있을까.

미국 정신과 의사인 해리 스택 설리반은 “자살은 인간만의 고유한 행위”라고 했다(『자살의 이해』, 케이 레드필드 재미슨, 뿌리와이파리, 2004. 이하 관련 내용 참조). 가벼운 형태의 우울은 지배력이 약한 개체들이 강한 개체들에게 복종하며, 개체유지와 안정된 사회적 위계질서를 견고히 하게 한다. 그러나 그 수치가 높아지면 문제가 된다.

인간 고유의 행동?

‘자살’에 대한 명확한 분류나 정의는 어렵다. 만약 자살이 인간 고유의 행위라면 자살에 이르는 과정들은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반대로 자살이 모든 생명체의 행위라면 자살은 자기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파괴적인 감정적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성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아이들도 화가 나면 자신을 망가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을 보면 자살이란 이성과 감정의 복합 감정에 대한 결과물일 수도 있다. 혹자는 자기 파괴야말로 궁극의 쾌감이라고까지 표현한다.

한 생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베일에 가려진 내적 충동들, 얽히고설킨 심리 상태들, 불확실한 상황들에 대한 치명적인 최종 행위이다. 인간의 자살에는 특히 짐이 된다는 의식과 소속감 부재가 큰 이유로 작용한다. 몇몇 자살하는 사람은 자신의 죽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를 받으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잘 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품고 있다.

누군가와 다툼을 벌이고 난 끝에 자살한 구성원은 자신의 죽음을 다툰 상대의 죽음으로 치부하고 싶었던 것일 수 있다. 때로는 뒤에 남겨진 사람들은 생각한다. 어떻게 전날까지 삶을 긍정하던 사람이 다음날 죽어버리는지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살하는 사람 네 명 중에 세 명은 누군가와 소통이 끊어진 상황에 체념하여, 절박한 의문에 대한 답을 유서로 남기지 않는다(『자살에 대한 오해와 편견』(토머스 조이너, 베이직북스, 2011. 이하 관련 내용 참조).

인간은 동물과 달리 자살을 늦출 수 있고, 도구를 사용할 수 있으며, 그 행위를 위한 환경을 조작할 수 있다. 『 자살 심리』의 저자 에드윈 슈나이드먼과 『자살의 역사』의 저자 조지 미노이즈는 “인간을 제외한 동물의 자살은 모두 편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즉 자살은 인간 고유의 행동이라는 뜻이다.

만약 동물의 행동이 자살과 관련이 있다면 그것은 자해성향일 뿐일까? 소외, 과밀화, 감금, 서식지 변경 등으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자해나 자살을 하는 동물들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돼지는 달아나기 위해 격렬한 몸부림을 치고,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사육밍크는 자신의 꼬리를 씹어 먹는다. 짧은꼬리원숭이는 자기 머리를 때리고, 이빨과 발톱으로 몸에 상처를 낸다. 그러나 대게 고통을 덜어주는 경혈이나 지압점 부근을 물어뜯는다. 이로 인해 세로토닌의 분비가 일어나 기분이 좋아진다.

동물들이 자살하는 이유

일본 돌고래들 도살에 관한 영상인「The Cove」의 제작자이자, 동물 보호 운동가인 리차드 오베리는 동물들이 자살을 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1960년대 텔레비전 쇼 주인공인 돌고래 플리퍼는 몸을 물 속에 잠그고 숨쉬기를 멈춰 자살했다고 전해진다.

야생에서 동물들이 자살을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려면 자연선택이나 개체학습 또는 문화 전승을 중점적으로 봐야한다. 문화 전승이란 처음에는 누구도 방법을 몰랐지만 누군가가 첫 행위를 한 후, 다른 이들이 이를 따라해 후세에 대물림하는 행위다.

진화적 관점에서 동물들의 행위는 진화하는 시간동안 유전자 빈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될 정도로 크다. 그것이 세대 당 1% 정도 되는 아주 작은 선택이익이라고 해도 말이다(『동물행동학』, Lee Alan Dugatkin, 범문에듀케이션, 2012. 이하 관련내용 참조).

호르몬 자극, 생존과 번식, 진화적 역사를 기준으로 동물들은 마치 ‘자살’과 같은 행동을 취한다. 동물들은 우울하거나 혹은 기능이 저하될 때 혹은 자원이 부족하면 에너지를 보존하려 한다. 특히 협상불가능한 위협이 닥칠 때는 활동을 자제한다. 또한 환경과 조건이 여의치 않을 때 동물들은 생식을 위한 성적 행동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등 자연의 생물학적 반응을 보인다.

진화와 자기희생

하버드대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박사는 몇몇 동물들이 가까운 친척을 위해 자신의 은신처나 식량을 포기한다고 했다. 이로 인해 그들 친족의 생존율과 유전자가 보존될 확률이 높아진다. 자살하는 쥐로 알려진 나그네쥐는 과밀한 지역을 떠나 낯설고 개체수가 적은 지역으로 옮겨간다. 이때 많은 개체들이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다. 이는 새로운 땅으로의 이동을 통해 영역의 확장과 유전적 다양성을 높여 종 전체에 이익을 주게 된다.

진화의 관점에서 자기희생은 집단의 이익보다 자신의 유전자와 비슷한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다. 땅벌은 파리가 자신의 몸에 알을 낳으면 벌집을 떠난다. 이로 인해 땅벌에 기생한 파리 유충이 다른 개체에 퍼지는 것은 막지만 자신은 죽게 된다. 진딧물의 경우 진디벌이 자신의 몸을 숙주로 이용해 알을 낳았을 때 식물줄기와 잎에서 스스로 떨어진다. 이로써 이 진딧물은 무당벌레나 다른 천적에게 잡아먹혀 자신의 유전자와 유사한 무리에서 진디벌 유충이 번식하는 것을 막는다.

인간의 문명은 자연 흐름을 바꿨다. 혼란이 생긴 생명체는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행위를 한다. ‘자살’이란 행위는 억압과 굴레의 사회 속에서 앞으로 인간에게 끊임없이 일어날 재앙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자살행위를 단순히 심리적·사회적 관계와 비교해선 안 된다. 자연 속의 진화적 ‘자살’이 인간의 체념적 ‘자살’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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