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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를 볼 면목이 없죠…탈핵 그림은 계속 그릴 겁니다”
“다음 세대를 볼 면목이 없죠…탈핵 그림은 계속 그릴 겁니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4.03.17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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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티셔츠’ 프로젝트 나선 윤호섭 국민대 명예교수

윤호섭 국민대 명예교수. 사진=그린피스, 임태훈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3년이 지났다. 지난 11일은 3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그린 디자이너’로 유명한 윤호섭 국민대 명예교수(71세, 시각디자인과ㆍ사진)는 최근 후쿠시마를 다녀왔다. 생태 예술가인 그는 ‘탈핵’의 삶을 살고 있다.

지난 2월말, 윤 교수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함께 후쿠시마로 향했다. 그린피스 국제본부가 연 ‘후쿠시마 증언자 투어’에 프랑스, 폴란드, 독일, 일본, 인도 등 5개 나라 참가자들과 함께 했다. 후쿠시마 피해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탈핵의 필요성을 전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5일 동안 후쿠시마 사고 피해자인 전직 농부와 낙농업자였던 아버지들, 유치원 교사였던 세 남매의 어머니를 만났다. “책이나 기사에서 읽던 이야기를 눈앞에서 목격하니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막막했습니다. 특히 흙과 숲을 밟으며 자라야 할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지도 못하고 방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질문도, 위로의 말도 할 수 없었지요.”

윤 교수는 그들과의 만남이 잊혀 지지 않는다. “이런 세상을 물려주는 세대로서 죄책감이 커요. 다음 세대를 볼 면목이 없습니다. 그런데 내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니 작은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밖에 없더군요. 사람은 매 순간 느끼는 기쁨의 감정으로 살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게 삶이니까요.”

그는 후쿠시마를 다녀온 뒤 일본의 세 남매에게 해와 달, 별이 웃고 있는 그림이 담긴 티셔츠를 보내 주었다. 아이들이 방 안에서라도 하늘의 별을 보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윤 교수는 ‘탈핵 티셔츠’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그린피스와 함께 ‘탈핵 티셔츠’ 프로젝트를 지난 8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었다. 헌 티셔츠를 갖고 오면 탈핵 메시지가 담긴 그림을 무료로 그려주는 것이다. 그가 2002년부터 매주 일요일 인사동 차 없는 거리에서 하고 있는 녹색 티셔츠 퍼포먼스도 ‘탈핵’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다.

윤호섭 국민대 명예교수는 지난 2월말 후쿠시마를 다녀온 후 '탈핵 티셔츠' 프로젝트를 본격 진행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윤 교수는 후쿠시마 피해자들의 증언을 듣고 느낀 문제의식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원자력발전이다. “사람이라면 환경문제를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정상이에요. 보편적으로 낭비가 너무 심해요. 문제의식이 부족하고 가치기준도 삐뚤어져 있지요. 다 윤리, 정의, 철학에 관한 교육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교수는 서울 우이동 작업실에 3Kw짜리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자가발전에 의존해 살고 있다. 차나 냉장고도 없다. 전기료도 기본요금만 내고 있다. “쉽게 전기를 쓸 때마다 핵발전소를 내가 짓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자기 의식주를 절약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옷 많이 사고, 전기 쉽게 쓰는 것, 그런 생활 습관이 원전을 더 짓게 하는 겁니다. 전기를 아껴 쓰는 것부터가 탈핵의 시작입니다.”

그는 탈핵을 지지하는 그림을 계속 그리겠다고 했다. “앞으로 하게 될 강연에서도 후쿠시마 증언자 투어 이야기를 할 생각이에요. 저의 남은 생, 제가 잘못 이해한 게 아니라면 애정을 갖고 이 활동을 쭉 해나갈 겁니다.”

윤 교수는 국내 그래픽디자인 1세대다. 서울 88올림픽과 펩시콜라 한글로고 디자인 등 대중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1982년부터 2008년 2월까지 국민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로 지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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