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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_ 누가 뭐래도 나는 38세다
원로칼럼_ 누가 뭐래도 나는 38세다
  • 김철교 배재대 명예교수·경영학
  • 승인 2014.03.1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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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교 배재대 명예교수·경영학
내가 동안이어서인지 정년퇴임을 한다고 하면 믿지 않는다. 누가 내 나이를 물으면 웃으면서, 주민등록이 잘못돼서 정년퇴임을 했지 아직 38세라고 대답한다. 아마도 당분간 똑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내 나이를 카운트하는 디지털 시계는 당분간 38에 머물러 있을 것이니까. 혹시 내가 38세라고 해서 세금을 더 내야한다거나 남들에게 누가 되는 일은 없을 터.

나이 40을 不惑, 즉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을 나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아직도 나는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언제 희로애락에 휘둘리지 않을 불혹의 수준에 이를 수 있을까? 물론 그보다는, 내 삶의 키워드가 ‘38세의 열정과 사랑’이기 때문에, 38세 이상 더 나이를 먹을 수 없다는 각오이기도 하다.

요즘 대학생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안타까운 것이, 구체적인 꿈을 가진 청년들이 드물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 앞에서 마지막 학기 고별강의(?) 때, ‘아침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거울 앞에 서서, 분명하게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꿈을 꾸라’고 당부하면서, 나의 꿈을 선언한 바 있다. 물론 너무 원대한 꿈인지도 모르지만, 분명하게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아주 구체적인 꿈이다. ‘15년 후 내 나이 80세 때 나는 노벨문학상을 타서 페라리 스포츠카를 타고 평양을 거쳐 세계 일주를 하면서 문학 강연을 하겠다.’

그렇다면 노벨문학상을 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평생을 경영 현장과 경영 강의에 보냈으니 당연히 ‘노벨문학상 타기 위한 실천 전략’을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첫째, 내 작품을 통해 모든 인류를 품을 수 있는 사랑의 전도사가 돼야 하겠다. 예술의 목적은 사랑(혹은 구원)에 있다고 믿고 있다. 나는 기독교인이니 하나님에 대한 사랑, 이웃(독자)에 대한 사랑, 나(예술가 자신)에 대한 사랑이, 나의 모든 글을 꿸 수 있는 강력한 줄이 될 것이다.

둘째, 확고한 철학(가치관 혹은 세계관)이 있어야겠다.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마르셀 뒤샹이 남성 소변기 「샘」을 미술작품이라고 출품했을 때처럼, 자기 작품을 작가 자신이, 남에게 뿐만 아니라 바로 자신에게도 확고하게 설명할 수 있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모든 학문이 다 그럴 것이다. 예술뿐만 아니라 경영학도 분명한 자신의 경영철학에 의해 저술하고 가르치고 연구해야 한다. 그만큼 많은 사색과 독서와 글쓰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내가 하는 모든 학문과 예술을 떠받혀 줄 수 있는 철학적 주춧돌이 없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망연자실했다. 십여 년의 회사 생활과 이십여 년의 경영학 교수로서의 생활을 되돌아보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것은 분명한데, 흔들리지 않는 사상적 기반이 허술했다.

다행히도 금융시장과 기업재무를 강의하는 전임교수로서는 정년퇴임을 하지만, 바로 이어서 문화예술경영학 강의를 하게 됐고, 또한 오랜 꿈이었던 ‘나의 예술론’과 이에 근거한 ‘장편 시극’을 쓰기 위해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하는 행운을 얻게 됐다.

내 인생의 후반기에는 나름의 철학적 기반을 확립하고 그 위에 가치 있는 작품을 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비록 육체의 나이는 고희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정신의 나이는 불혹의 40세에 당당히 입성할 날을 기다리는, 여전히 누가 뭐래도 38세인 것이다.

김철교 배재대 명예교수(경영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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