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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복잡한 美感이 빚어낸 시각적 황홀경
화려하고 복잡한 美感이 빚어낸 시각적 황홀경
  • 황나영 한양대박물관 학예연구사
  • 승인 2014.03.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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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박물관 「이슬람 캘리그래피, 신의 목소리를 보다」展, 막을 내리며

▲ 글자 주변을 구름 모양으로 장식한 캘리그래피.

신의 말씀인 꾸란과 시, 역사서 등을 아름답게 쓰고 장식하는 캘리그래피는 이슬람 예술에서 가장 숭고한 장르로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글자를 연결해 흐르는 듯이 쓰는 아랍문자의 특성 때문에 이슬람 캘리그래피는 마치 눈으로 보는 음악처럼 보이기도 한다. 입에서 입으로 경전과 역사, 이야기들이 전해지던 이슬람의 전통 속에서 아름답게 쓰인 꾸란 구절은 마치 신의 목소리가 눈앞에 현현하는 것과 같은 시각적 환상을 보여줬을 것이다.


지난달 22일 막을 내린 한양대박물관 「이슬람 캘리그래피, 신의 목소리를 보다」는 국내 최초로 이슬람 캘리그래피를 소개하는 전시였다. 아랍어로 ‘캇뜨’라 불리는 캘리그래피는 동아시아의 서예와 유사한 예술 장르로 글씨를 아름답게 쓰고 장식하는 예술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신의 말씀을 담은 ‘꾸란’을 중심으로 캘리그래피가 발달했다. 꾸란은 신의 계시를 받은 언어인 아랍어로만 쓰인다는 점, 신의 말씀을 직접 손으로 필사해야한다는 점 덕분에 북아프리카에서 중국 서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전통 속에서도 일관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이슬람 캘리그래피’가 이슬람 문화의 스펙트럼 속에서 어떻게 형성됐으며 공예, 건축, 회화 등 다른 장르와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살펴봄으로써 이슬람 문화의 특성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서체의 변화와 독특한 재료
이슬람 초기 건축, 명문, 동전 등에 나타나는 딱딱한 직각의 서체를 쿠파체라 통칭한다. 8세기 중반 탈라스 전투 이후 중국의 제지기술이 이슬람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캘리그래피는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10, 11세기 바그다드에서는 이븐 알 바왑, 이븐 무끌라와 같은 전문 필사가들이 등장하며 책을 필사하고 장식하는 도서관이자 공방인 ‘키탑하나’가 설립됐다. 필사가들은 글자를 쓰는 비례와 규칙을 남겼고, 기존의 서체를 정리해 6가지 서체를 확립했다. 현재까지도 건축, 책의 표지 등에 사용되는 술루스체, 책의 본문에 사용되는 나스흐체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페르시아, 오스만 제국, 무굴 제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 가지 서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나가기 시작한다.

▲ 꾸란 구절을 써서 장식한 스타일. 바탕이미지는 꾸란 구절을 쓴 캘리그래피.


이슬람 캘리그래피의 독특함은 그 재료에서도 비롯된다. 스며드는 성질을 가진 종이 위에 붓으로 쓰는 동아시아의 서예와 달리 이슬람 캘리그래피는 깔람이라고 하는 딱딱한 펜을 사용한다. 주로 갈대나 대나무를 잘라 만드는 깔람은 서체에 따라 끝을 자르는 모양이 달라지기도 했다. 훌륭한 캘리그래퍼의 자질 중에는 펜을 잘 깎는 기술이 포함됐다고 한다. 펜인 깔람과 함께 펜 나이프, 펜을 자를 때 쓰는 마끄타, 종이를 반질반질하게 문지르는 버니셔 등 다양한 캘리그래피 도구들도 발전했다.


신의 형상을 나타내는 것을 금지하는 이슬람에서 캘리그래피는 瓷器, 금속기 등 공예품은 물론 카페트, 건축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요소로 사용됐다. 특히 모스크나 마드라사와 같은 종교적 건축물 표면에는 꾸란 구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캘리그래피가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표현된다. 모자이크 타일, 대리석 상감, 벽돌 부조 등으로 구현된 캘리그래피는 그 의미를 전달하는 기능과 함께 표면을 화려하게 장식해 관람자에게 시각적인 황홀경을 선사한다. 캘리그래피와 함께 끝없이 이어지는 식물문양, 기하학적 패턴은 이슬람 장식 예술의 특징이다. ‘Horror vacui’ 즉, 여백에의 두려움은 이슬람 예술의 특징을 가장 나타내는 표현 중 하나일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종교였기 때문일까.

이슬람 예술가들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가장 화려하고 복잡한 미감을 추구했다. 눈을 현혹시키는 이슬람 예술 앞에서 문득 조선의 단아한 백자나 건축을 떠올리며 전혀 다른 미감을 추구했던 문화적 전통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이슬람은 오랫동안 독자적인 문화와 예술을 꽃피운 페르시아, 인도, 이집트 등으로 퍼져나가며 기존의 전통을 흡수해 다채로운 문화를 발전시켰다. 하루 다섯 번의 기도, 라마단과 금주 등 엄격한 규율을 갖춘 생활종교이면서도 기존의 문화와 지적 전통에는 관대했다. 무슬림들은 유럽 대륙에서 잊힌 그리스인들의 철학과 과학서를 번역했고, 자신이 정복한 비잔틴 제국의 교회를 파괴하지 않고 오히려 우수한 건축 기술을 받아들였다. 인도에서는 힌두교 사원의 기둥을 재활용해 이슬람 모스크를 짓기도 했다. 이러한 문화적 포용력이 이슬람이 현재까지도 가장 강력한 종교로서 기능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슬람과 우리의 상호인식과 관계를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했다. 한양대박물관 관장인 이희수 교수(문화인류학과)가 이란의 악바르자데 교수와 공동연구하는 ‘쿠쉬나메’ 필사본은 고대 페르시아와 신라의 교류관계를 엿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슬람의 여러 문헌에서 중국 동쪽의 6개의 섬, 황금의 나라로 묘사되는 신라, 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페르시아 왕자의 이야기는 현재의 이슬람 지역과 우리를 좀 더 가깝게 느껴지도록 한다. 조선초 세종이 이슬람력을 참고해 만들도록 했다는 『칠정산외편』, 18세기 유금이 제작했다고 하는 ‘아스트로라베’ 등을 통해 당시 세계 최고였던 이슬람의 과학기술을 엿볼 수 있다.

▲ 캘리그래피 도구


한양대박물관에서는 이번 기획특별전과 연계해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성동교육지원청과 함께 이슬람의 역사, 철학, 미술, 건축을 소개하는 문화강좌 「쌀람, 이슬람」을 5차에 걸쳐 개설했다. 주한이란대사관과 공동으로 이란의 캘리그래퍼 압바스 라흐마니를 초청해 워크숍과 함께 페르시아 캘리그래피 작품 20여 점을 선보이는 작은 전시도 마련했다. 전시 막바지에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와 오만대사관, 안산 마스지드와 다문화 센터를 방문하는 문화답사를 진행했다. 전시는 물론 여러 프로그램에 열성적으로 참여한 일반 관람객과 학생들의 반응을 통해 이슬람을 더 가까이 접하고 이해하려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QS-apple 대학평가단의 캠퍼스 투어를 통해 한양대박물관을 찾은 세계 여러 국가의 교수들은 이슬람 캘리그래피를 선보이는 전시에 감탄과 찬사를 전하기도 했다.

좀 더 가까워진 이슬람과 한국
한양대박물관의 ‘이슬람 캘리그래피’ 전시는 국외 유명 컬렉션의 대여 없이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이스탄불문화원 및 여러 개인 소장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이슬람 캘리그래피의 정수를 보여주는 오래되고 화려한 유물은 없었다. 그러나 많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캘리그래피의 여러 가지 맥락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해 이슬람의 독특한 예술 장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전시였다고 자평해본다. 앞으로도 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문화기관에서 이슬람의 예술과 문화를 소개하는 기회가 뒤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이슬람이 두려운 타자가 아니라 멀지 않은 이웃이며, 우리의 문화적, 경제적 동반자라는 의식이 길러지기를 바란다.



황나영 한양대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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