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09:15 (수)
[기획특집] 50대가 지나온 한국현대사, 그 어두운 터널
[기획특집] 50대가 지나온 한국현대사, 그 어두운 터널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2.10.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는 지불유예로 돌아온다
한국의 50대가 살아온 생애를 따라가보면, 지도 하나가 그려진다. 50대의 몸은 해방, 전쟁, 군사독재, 경제성장, 민주화, 정권교체까지 숨가쁘게 펼쳐진 한국 현대사를 아로새긴 지도와 같다.

1943년생부터 1952년생까지를 아우르는 이들 50대의 생애는 해방과 6·25가 결정지었다. ‘해방둥이’, ‘사변둥이’인 이들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경제성장이 이뤄지던 시기에 청년기를 보냈고, 장년기에는 경제성장이 결국은 부실공사였음을 눈으로 확인했고, 부도난 어음처럼 돌아오는 개발독재의 참담한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50대의 역사는 고난의 역사다. 한창 잘 먹고 뛰어놀아야 할 어린 시절 보릿고개의 기억은 여전히 눈물겹고 뼛속이 시리다. 고난의 행군은 유년시절에서 그치지 않는다.

10대에 맞은 4·19 혁명의 가슴 울렁거리는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18년 동안 ‘대통령이 한 사람뿐인’ 암흑의 시대가 먹구름처럼 머리를 드리운다. 50대의 보수성은 이런 피해의식에서 솟아난다. 지금까지 진보의 시대를 한 번도 겪지 못했기에 진보해 대해서는 막연한 두려움뿐이다. 그들은 ‘뭔가 물어보면 다치는’ 시대를 침묵으로 견뎌왔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한국사)는 “일제의 영향을 받지 않은 첫 세대이면서도, 일본이 만들어놓은 온갖 체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세대”라는 말로 50대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음을 지적한다.
“50대는 한국 현대사에서 군사주의와 국가주의가 가장 기승을 부린 시대를 살아왔다. 철이 들면서 이승만 박정희 시대에 벌어졌던 학살의 시대를 눈 번히 봐야했고, 그때 일어났는지도 몰랐을 ‘인혁당 사건’이 다시 세상에 부활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는 말로 50대의 곤궁한 정치역정을 설명한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50대가 지나온 역사가 결코 그 시대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홍구 교수의 표현처럼 90년대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청산 작업들, 민간인 학살 같이 드러나고 있는 참혹한 진실들은 “지불유예된 현대사의 부채들이 어음 만기로 되돌아오고 있는” 현상에 다름 아니다. 50대들은 과연, 역사의 붉은 차압 딱지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