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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수단화하는 ‘문화융성’은 위험 … 동아시아평화 구축 요구도
문화 수단화하는 ‘문화융성’은 위험 … 동아시아평화 구축 요구도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4.03.10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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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_ 박근혜 정부 1년, 어떻게 보나

고위공직자 인사파동, 대통령 대변인의 방미외교 중 성추문, 개성공단 폐쇄 등의 남북관계 경색,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 현역 국회의원의 내란음모사건과 검찰총장의 사퇴, 양극화로 인한 국민 갈등 심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1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독재자의 딸’이란 시선과 복지·경제민주화를 외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란 엇갈린 시선 속에 박근혜 대통령이 키를 잡은 ‘대한민국호’의 1년을 눈여겨 지켜본 계간지들의 특집 고민을 들여다봤다.

문화이론 계간지 <문화/과학>77호‘박근혜와 통치성’을 특집으로 내세웠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기본 전략과 프레임, 그리고 통치술을 뒷받침해주는 이데올로기들, 박 대통령의 스타일과 이미지를 분석했다. 이동연 <문화/과학> 편집인은 「박근혜의 통치성과 이데올로기의 정치」에서 신자유주의 시대의 풍경을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실제 현실과 접맥시켰다. 그는 박 대통령의 통치성의 핵심을 우익 포퓰리즘, 국민주의, 문화주의로 규정했다. 우익 포퓰리즘은 4대 사회악(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척결로 구체화됐고, 국민주의는 배타적 애국주의를 전제로 한 ‘안보의 통치’로 이어졌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이 편집인은 “‘문화융성’으로 표명되는 문화주의는 문화를 국가 발전주의의 모델로 간주하려는 이데올로기”라며 이에 대응하는 진보적 문화정치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익 포퓰리즘, 국민주의 그리고 문화주의

허민 성균관대 강사(현대문학)는「문화를 보호해야 한다-문화융성 시대의 문화적 위기들」에서 한 걸음 더 나갔다. 그는 “박정희 시대의 ‘민족문화 진흥정책’이 대중·소비문화의 억압을 통해 경제성장과 체제안정을 꾀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문화융성’은 문화와 산업의 융합으로 창조경제를 실현함으로써 경제부흥을 이룬다는 지향점을 갖고 있다”라고 박정희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접점을 찾았다. 그럼으로써 허민 강사는 문화를 수단화하는 박 대통령의 문화융성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신자유주의와 박근혜 정부의 통치 헤게모니를 접목시킨 시각도 있다. 김정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한국정치사회)는「박근혜 정부의 통치 전략: 헤게모니 없는 배제의 정치」에서 박근혜 정부의‘두 국민 프로젝트’를 고발한다. ‘전체 인구 중 전략적으로 중요한 부분의 지지만을 동원’하는 전략을 취해 의도적으로 내부의 대립과 분할을 조장함으로써, ‘不通’이 바로 박 대통령의 ‘통치 헤게모니’ 전략이 됐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51%를 취하고 49%를 배제하는 전략은 사회적인 것을 경제적인 것으로 치환하는 신자유주의에 조응하는 통치전략”이라고 주장한다.

높은 지지율의 허상

‘박근혜 1년, 이제 우리가 말해야 할 것’이란 특집으로 네 편의 논문을 실은 <창작과비평>163호는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위기상황을 국내정치, 남북관계, 안보 논란의 측면에서 분석하는 장으로 꾸몄다.

특히 남북 관계의 여러 사안 중 진보개혁진영이 특히 무력하게 임해온 북한인권 문제를 전면으로 다룬 논문이 눈길을 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시민평화포럼 공동운영위원장)은「‘시대교체’와 군사주의의 덫」에서 한국사회에 본격화한 보수우익의 세력화와 함께 군사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사회 전반에 스며들고 있는가를 예리하게 분석한다. 그는 지난 정권에서 발생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태 이후 NLL 대화록 소동을 거쳐 최근의 ‘종북몰이’에 이르기까지 안보의‘망령’이 냉전적 유산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영향력을 더 키워가고 있다고 박근혜 정부 1년을 바라봤다. 이런 망령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이 사무처장은 “민주개혁세력이 평화와 협력을 국가전략으로 선명히 제시하고 호혜적인 동아시아 공동 안보협력체계를 추구하면서 외교안보 분야의 민주화를 이뤄내야 한다”라고 제안한다.

‘박근혜 정부 1년의 풍경’을 특집으로 정한 <황해문화>82호의 고민은‘높은 지지율’에서 시작됐다. 출범 초기 인사 문제에서 불거진 통치능력 부족 논란과 불통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꾸준히 5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박근혜 정부 지지율의 비밀-정치적 양극화」에서 높은지지율의 허상을 폭로한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출범 이후 세대별, 지역·사회경제적 지위별 정치적 양극화가 대선 이전보다 더욱 공고해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비판적 보수주의자’라고 평가받는 언론인 남재희 씨도「실망하여 되돌아보는 박 정권 1년」에서 지난 1년 박근혜 정부의 행보를 하나하나 짚었다. 그는 “새누리당이 대선 직전 복지국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집권에 성공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재정문제 등 여러 어려운 여건을 핑계로 공약을 추진하기는커녕 오히려 재벌 등 대기업의 저항을 피해 증세하지 않고, 노동계층을 억압하며, 극우세력과 손잡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1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外治에서 점수를 따고, 內治에서 점수를 잃은 박근혜 정부 1년에 매긴 평가는 분야에 따라 긍정적이기도 때론 매우 비판적이기도 하다. 이런 학계와 사회의 비판적인 목소리가 그저 흠집 내기로 그치거나, 건전한 비판마저 수용할 수 없는 박 대통령의 ‘불통’이미지로 수렴된다면 수많은 논의들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학계와 계간지가 박근혜 정부의 1년을 돌아보고 내어놓은 評價가 박근혜 정부의 反省과 나아가 한국사회의 총량적 행복 증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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