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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50대의 심리학 - 꿈틀거리는 욕망의 바탕에는 무엇이 있나
[기획특집] 50대의 심리학 - 꿈틀거리는 욕망의 바탕에는 무엇이 있나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2.10.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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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는 사랑, 일, 자녀
얼마 전 이탈리아의 ‘로마심리학 연구소’가 발표한 연구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남성들은 생물학적으로 50대에야 비로소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라는 것이 그 주제인데, 연구소에서 50대 초반 남성 3천명을 대상으로 10년 주기의 감정변화를 연구, 분석한 결과가 재미있다. 10대에는 풋사랑에 빠지고, 20대에는 사랑에 좀 더 진지해지며, 30~40대에는 ‘많은 대상’과 사랑해 보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로마심리학 연구소는, 사회적인 파장을 고려했던지, “남자 나이 50이 되면 다시 한번 사랑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렇다고 이것이 곧 불륜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오랫동안 함께 부대끼며 동고동락한 자신의 아내와 다시 한번 완전한 사랑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부인들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흔히들 50대의 사랑을 ‘불륜’과 연결 지어 생각하면서, ‘이성이 통제하지 못한 본능의 욕구’로 생각하거나, 쾌락을 위해 사회적 체면도 내던질 수 있다고 믿어온 것은 편견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세간의 희떠운 오해처럼 50대가 바라는 것은 단순한 쾌락이나 욕구가 아니라, 사실은 영혼을 나눌 수 있는 성숙하고 진실한 사랑이라는 것.

윤가현 전남대 교수(심리학)는 “흔히들 50대가 바람을 많이 피운다고 믿지만, 어느 연령대건 외도나 불륜은 존재한다. 그럼에도 50대가 유독 ‘불륜의 온상’으로 지목 당하는 것은, 바람을 피울 수 있는 ‘마지막 연령대’라는 편견에 사람들이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한다. 즉, 50대를 넘어서면 이미 ‘노인’이므로 불륜같은 것은 할 수 없다는 사회적 편견에, 사회적 성취와 경제적 안정을 이룬 50대의 ‘상황’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어쨌든, 연구결과대로라면 50대는 억울한 오명을 얼마만큼 벗을 수 있을 듯 하다.

50대에는 지적인 변화는 별로 없는 대신에 내면의 변화가 크다. 우선 일과 관련해 시대 변화에 따른 불안감이 크게 자리잡는다. 이미 한 직종에서 20여 년 이상 근무했기 때문에 전문가로서의 자신이 넘쳐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굳어져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과 능력을 갖춘 젊은 사람들이 치고 올라올 때, 밀려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그 불안감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하고, 주로 술로 풀게 된다.

일과 함께 인생의 또 다른 성취는 자식이다. 윤가현 교수는 50대에게 가장 중요한 성취는 ‘자식’이라고 진단한다. 50대가 자식에 거는 기대와 바람은 상상외로 큰데, 자식은 일종의 ‘잣대’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목숨은 유한하기 때문에 누구나 이 세상에 자기 흔적을 남기고픈 욕구가 있다. 예술가들은 작품을 만들고, 연구자들은 연구성과를 남긴다. 하다못해 자원봉사라도 열심히 해서 자기 가치를 확인하려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장 보편적인 ‘흔적’은 바로 자식이다. 50대는 인생의 결실을 이뤄가는 계절이고, 자신이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는지, 할 일을 다 마쳤는지를 가늠하는 성취의 잣대는 궁극적으로는 자식에게 있다”라는 것이다.

50대의 심리적인 뿌리를 이루는 사랑과 일과 자녀에 대한 표현이 어긋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사랑은 종종 일그러지고, 자기도 모르는 새 일의 노예가 돼 허덕이고, 마음 같지 않게 자녀들과는 원수처럼 척을 지기 쉽다. 그러나 원인을 알면 해결은 쉽다. 전문가들은 우선 갈등의 원인을 따지기에 앞서 속마음을 곰곰 들여다볼 것을 충고한다. 사랑도, 일도, 자녀도, ‘원하지만 내 뜻대로 할 수 없음’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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