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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안정성? 그래도 나는 연구자라서 행복하다
연봉? 안정성? 그래도 나는 연구자라서 행복하다
  • 강충현 경북대 건축·토목공학부 연구원
  • 승인 2014.03.1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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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_ 강충현 경북대 건축·토목공학부 연구원

강충현 경북대 건축토목공학부 연구원
내 어릴 적 꿈은 과학자였다. 흰색 가운을 걸치고 큰 안경을 쓰고 어떤 문제든 척척 해결하고 순식간에 뭐든지 만들어 내는 만화속의 과학자를 동경했던 듯하다. 지금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내 모습은 조금이나마 그 꿈을 이룬 것일까. 흰 가운이 아니라, 먼지 뭍은 작업복을 입고 시멘트 먼지가 폴폴 날리는 실험동에 있지만 말이다. 조금은 다른 모습이지만, 꿈을 이루고 있기에 나는 지금 만족스럽다. 더불어 몸은 건강하고, 가족들도 별 탈 없으며, 결혼하고자 하는 어여쁜 여자친구도 있다. 이정도면 ‘난 지금 행복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척박해진 사회 분위기 탓일까. ‘꿈을 이루었느냐?’라고 묻기에 앞서, 연봉이 얼마인지, 모아둔 자금이 얼마인지, 그리고 직장은 안정적인지 묻기에 바쁘다. 그러고는 혀끝을 차며 나도 안하는 걱정을 한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다. 개중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느냐며 물어오는 분들도 있고 부럽다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란 사람을 평가함에 먼저 애처로운 눈빛을 담는다.

많은 연봉, 안정적인 직업만이 선망의 대상이 돼버린 오늘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인지 아닌지 와는 상관없이 직장을 선택하고 그 자리를 얻기 위해 경쟁한다. 심지어 나이 어린 친구들의 꿈조차 연봉 높고, 안정적인 직업이 대부분이라고 하니 ‘꿈’이라는 단어조차 그 의미가 변색된 느낌이다. 그렇게 선택한 일을 좋아할 수 있게 된다면 다행이지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된다면 어떠한 직업의식도 의무감도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일을 통한 만족과 보람과도 거리가 멀다. 최근 들어 발생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들은 결국 여기에 원인이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도 든다.

다시 돌아와, 내 꿈은 과학자였고, 지금은 연구자이다. 연봉도 그리 많지 않고 오랜 시간 학교에 있다 보니, 모아둔 돈도 적다. 학부 졸업 후 바로 취업한 친구들이 차, 자택 마련, 주식과 같은 얘기를 나눌 때면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있다. 나 역시 여기까지 오는 동안 크고 작은 난관을 통과하며 성취감을 느꼈지만 때로는 이들과 너무나 비교되는 내 상황이 못마땅할 때도 있다. 이 길이 정말 나에게 맞는 길인지 수없이 고민도 한다. 솔직히, 이런 상황이 될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이 길을 걷지 않았을 것도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후회는 없다.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만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까.

삶을 살아감에 있어 행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이기에 자신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걱정하는 이들의 생각과는 달리, 연구자로서의 인생을 살고 있는 내가 느끼는 만족감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상당하다. 무언가를 스스로 생각하고 궁리하고 이루어 내는 직업이기에 성취감도 다른 어떤 직업과 견주어도 높은 편에 속한다. 돈까지 많이 벌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어찌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느냐는 생각으로 흘려 넘긴다.

아직은 사회 초년생이기에, 그리고 연구자로서도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기에 더더욱 희망차고 보람차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어떠한 고난과 시련이 업무적이거나 외적인 면에서 생기고 마음이 흔들리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대한 지금의 이 기분을 잊지 않고 연구에 매진하고자 한다. 적어도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최선을 다해보겠노라 생각한다. 더불어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키워주신 부모님, 이끌어주신 여러 은사님, 그리고 옆에서 기운을 북돋아 준 여러분들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고자 한다.

두서없이 적다보니 요점이 흐지부지해 버렸지만, 요점만 말하자면 나는 지금 연구자로서 행복하다.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그렇게 느끼고 있다. 끝으로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도 나와 같이 연구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고 계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 지시기를 바란다. 결국은 다 행복하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강충현 경북대 건축·토목공학부 연구원
부산대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쳤다. 일본 나고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북대 건축·토목공학부에서 해양콘크리트 재료 개발 및 자기 치유 콘크리트를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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