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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의 주된 책무는 활발한 학술활동과 신진 소장학자 지원”
“학회의 주된 책무는 활발한 학술활동과 신진 소장학자 지원”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4.03.05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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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학문후속세대 논문상 운영하고 있는 韓國語文敎育硏究會

▲ 제12회 語文論文賞 시상식을 마치고, 한국어문교육연구회 임원진과 수상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뒷줄 왼쪽 세번째가 신임회장인 남기탁 교수, 바로 옆이 성환갑 전 회장, 그 직전 회장인 김훈 강원대 명예교수다. 앞줄 왼쪽부터 수상자인 정한데로(국어학), 이향근(국어교육), 최주한(현대문학), 송호빈(한문학).
 

지난달 24일 오후 4시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한국어문회관 蘭汀堂에서는 조촐하지만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韓國語文敎育硏究會(회장 성환갑 중앙대 명예교수)가 2003년부터 학문후속세대 신진학자들의 학술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語文論文賞’을 시상한 이래 열두 번째 ‘어문논문상’ 시상식이 있었다. 상금은 각 200만원. 학회가 학문후속세대 신진학자들을 대상으로 논문상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특이하게’ 비쳐진다면, 이것은 한국 학회와 학문공동체가 어떤 ‘결핍’을 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69년 7월 31일 국어국문학 연구와 國漢混用 어문운동을 목적으로 창립된 한국어문교육연구회는 초대 회장에 이희승 선생을 추대했다. 이후 南廣祐(2대), 鄭琦鎬(3대), 姜信沆(4대), 金勳(5대), 成煥甲(6대)로 회장이 이어졌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이 학회가 ‘국한혼용 어문운동’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한글전용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자 이에 대한 학술적 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했고, 이에 뜻을 모은 학계, 문화계 인사들이 학회로 결집했다. 창립 이사진 구성을 보면 이러한 사정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독립운동가 劉鳳榮, 사학자 金庠基, 한학자 李殷相·李家源, 법조인 申淳彦, 국어학자 南廣祐, 서양화가 吳之湖, 시인 李元燮, 朴斗鎭, 소설가 張龍鶴, 언론인 鮮于煇·千寬宇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漢字가 국어 속에 깊이 들어와 있을 뿐만 아니라, 개념어 등 인지적 측면에서 수월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한 혼용’의 필요성을 학회 차원에서 일찍부터 제기했다. 연간 4회 발행하고 있는 등재학술지 <語文硏究>에 게재된 개별 논문들을 살펴봐도 ‘국한혼용’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일정 비율 이상 한자를 혼용함으로써 학회의 창립 정신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1973년 10월에 창간된 학술지 <語文硏究>는 2002년에 한국연구재단의 등재학술지가 됐다. “학회의 창립정신을 구현하고 신진소장학자(대학원생-박사, 비전임)들의 연구 의욕과 연구 분위기를 면려, 조성하자는 趣旨”에서 한 해 동안 <語文硏究>게 게재된 논문 중, 優秀 논문을 선정해 ‘어문논문상’을 시상해 왔다. 아예 학회 지침에 ‘어문논문상’ 심사 대상을 ‘신진소장학자의 논문으로 한정한다’라고 못박아 놓았다.

2003년 국어학, 고전문학, 현대문학 분야를 대상으로 우수 논문을 발굴해 시상하다가 2005년부터는 ‘국어교육’, ‘한문학’ 부문을 추가해 모두 5개 분야에 걸쳐 ‘어문논문상’을 시상하기 시작했다. 올해 제13회 시상자까지 모두 50명이 이 상을 받았다. 흥미로운 것은, 수상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년트랙 교수로 임용됐다는 사실. 전임이 된 수상자만 해도 23명에 이른다. 연구교수 등 비정년트랙으로 임용된 이는 7명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문후속세대들의 참여다.


올해 국어교육 분야 수상자는 런던대 SOAS 객원연구원으로 나가 있던 이향근 박사다. 그는 3월부터 서울교대 국어교육과에서 연구하고 가르치게 된다. 한문학 분야 수상자는 송호빈 메이지대 문학부 초빙연구원이다. 이향근 교수는 “영국(런던)에서 논문을 투고했는데, 큰 격려를 해 줘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외국에서 공부하는 연구자들은 급여도 없고, 펀드도 없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송호빈 선생도 같은 상황일 것이라고 본다. 이런 우리들에게 ‘최우수 논문’이란 격려와, 상금까지 챙겨준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면서, “학회가 연구 여건이 열악한 신진소장학자들을 격려하고, 경제적 도움까지 준다는 것은 학문공동체의 아름다운 미덕임에 틀림없다. 수상을 계기로 더 열심히 공부하고, 교육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한 가지 <語文硏究>와 관련한 팁이랄까, 이 학회의 논문 투고비와 심사비는 다른 학회에 비해 저렴하다.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은 학자들이나 국내에서 아직 강단에 자리 잡지 못한 연구자들의 ‘주머니’를 생각한다면, 이것도 연구자들에겐 좋은 정보임에 분명하다. 이향근 교수도 “다른 학회에 비해 투고비, 심사비가 저렴한 것도 국내외 젊은 연구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점”이라고 귀띔한다.


한국어문교육연구회의 또 다른 특징은 활발한 학술활동이다. 2014년 2월 27일 현재 1천70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는 큰 규모다. 물론 한 개인이 여러 학회에 동시 참여할 수 있으므로 ‘규모’를 절대적인 것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1년에 학술대회를 3회, 그리고 강연회를 1회 소화해낸다는 것은 그만큼 학회의 活性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수천여 개의 학회들이 자신들의 학술지를 정기적으로 간행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학술대회 한 번 개최하지 않고 학술지를 발행하고 있는 곳도 있는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활발한 학술활동은 일단 정량적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3월부터 한국어문교육연구회 7대 회장 임기를 시작하는 남기탁 강원대 교수(국어학)는 “학술지 평가제도 개선과 관련,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학회가 어느 정도 활발하게 학술활동을 하고 있는가, 학문공동체라는 측면에서 학회가 학문후속세대를 얼마만큼 지원하는가 등의 문제도 평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문했다.


국한혼용을 위해 창립된 한국어문교육연구회. 45년이 흐른 지금 학회는 어문운동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신진학자들을 격려해 학문공동체를 튼튼히 하는 자기 본분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어느 학회보다 ‘젊은’ 연구자들이 많이 보이는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어문교육연구회는 여전히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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