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舞天에 새겨진 ‘영혼의 언어’가 오늘에까지 이어져온 비밀
舞天에 새겨진 ‘영혼의 언어’가 오늘에까지 이어져온 비밀
  • 김양동 계명대 석좌교수·서예가
  • 승인 2014.03.0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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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 18_ 한국 고대 춤의 기원과 살품이춤

 

▲ [그림7] 고구려 무용총 벽화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작품화한 예(김양동 작)

2014년 1월 6일부터 이틀에 걸쳐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선 시대와 역사를 감싸온 춤꾼 중요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인 이애주 교수의 60년 춤 인생 중에서 그가 꼭 한번 매듭짓고 가길 원했던 춤판 ‘天命’이 올려졌다. 승무, 본살풀이, 살풀이, 예의 춤, 태평무, 바람맞이 씨춤, 상생춤, 길닦음 등 긴 세월 연구 완성하여 영혼과 肉化가 함께 승화된 이애주의 전통춤은 오랜 풍상 끝에 올린 춤 한상이었다. 이 시대 최고 名舞로서 당당하면서도 섬세하고 시퍼런 칼날 같으면서도 부처 같은 장엄함이 숨 막히게 연속되는 긴장과 감동의 장면이었다[그림1].


사상과 철학의 몸놀림으로 드러난 본래의 한국 춤을 이애주는 ‘大同四舞’라고 설명한다. 대동사무란 ①마음과 몸, 기운이 하나가 되는 한국인 삶 본래의 춤[舞舞] ②하늘과 땅을 잇는 神氣 넘치는 춤[巫舞] ③전통무예의 강건한 역동성을 되살리는 춤[武舞] ④지고지순의 자연 속에서 소리하고 심신일체가 되는 춤[無舞]이라고 했다. 곧 大同四舞를 舞, 巫, 武, 無의 춤이라고 요약한다. 한국 춤의 본질을 철학적 논리로서 가장 완벽하게 체계화한 이론이 이애주의 대동사무론이다.


춤은 감추어진 신의 언어 - 몸짓
‘춤’의 형태분석은 ‘추다’의 어근 ‘추’에 명사형어미 ‘ㅁ’이 활용된 ‘추’ + ㅁ(명사형 어미) 〉 춤으로 분석된다. ‘추다’는 새(솔개)가 ‘날개를 치다’의 ‘치다’가 치다 〉 추다로 모음교체된 형태의 단어라고 추정된다.
이희승 편 『국어대사전』에 춤을 “장단에 맞추거나 흥에 겨워서 팔다리를 이리저리 놀리고 전신을 우쭐거리면서 율동적으로 뛰노는 동작”이라고 풀이해 놓았는데, 이른바 手舞足蹈를 말하는 것이다. 갑골문에 나타난 ‘舞’ 字의 자형은 바로 그러한 모습을 증명한다.[그림2] 갑골문의 ‘舞’자는 없을 무(無)자와 같았는데 후대에 두 발을 어긋나게 디디는 모양의 ‘어그러질 천(舛)’자를 하단에 첨가해 ‘舞’자를 만들었다.


춤과 노래 즉 歌舞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인간의 생명활동이다. 춤은 인류역사에서 신화의 생성과 더불어 시작된다. 神話시대의 祭儀에서부터 일체가 돼 펼쳐지는 것이 가무였다. 이처럼 춤과 노래는 원시종합예술의 하나로 신석기시대부터 인간 삶의 중심이 됐다. 삶의 찬미에서 춤은 발생되고, 祭天儀式을 통해 그 형식과 내용이 점차 발전해 의례적 성격으로 다듬어져 나갔을 것으로 추측한다.
“춤은 영혼의 감추어진 언어이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은닉된 신화를 몸의 언어로 풀어내는 신의 모자이크가 춤이다.”(출전을 밝혀놓지 못한 메모 노트에서)


영혼의 감춰진 언어, 은닉된 신화, 몸의 언어, 신의 모자이크 등…, 춤을 이렇게 멋진 비유로 표현할 수 있는 요인은 바로 춤이 신화와 깊이 연관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춤을 말하려면 바로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
‘神’자의 글자풀이에서 보았듯이, 사람을 생산하기 위한 원초적인 몸짓, 즉 남녀의 교접을 위한 동작이 춤의 시원이란 뜻이다. [그림3]과 같이 남녀의 교접만큼 원시적인 인간 삶의 극점을 맛보며 최대 열락의 경지에 빠져들게 하는 동작이 어디 있던가. 그러므로 이 동작이야말로 최초의 신의 감춰진 언어이자 몸짓이 아닐 수 없다. 거듭 말하거니와 춤은 신명에서 우러나는 몸동작으로 인간 존재가치의 극점인 생명의 생식 작용이며 가장 절실하게 뜨겁고 즐거운 행위다. 이처럼 신의 몸짓은 사람을 생산하는 일이 인간에게 있어선 지상 최대의 가치요 신의 뜻을 완성하는 것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곧 그것이 춤의 시원이란 사실을 처음으로 제시해 본다.


위와 같은 논리를 입증할 수 있는 ‘事徵’을 든다면, 교미하기 전 새의 수컷과 암컷이 서로 움직이는 환상적인 몸짓이 바로 그러한 장면을 보여주는 예증이라 하겠다. 모든 생명체의 생식 작용의 공통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춤은 궁극적으로 노래와 마찬가지로 인간 생명활동 가운데에서 悅樂의 경지가 몸짓으로 터져 나온 원초적인 표현이다. 이러한 춤은 여럿이 모여서 추는 群舞로 이동되면서 사회적인 틀이 잡혀지고 성격도 형성됐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제천의식과 같은 종교적 제의에서 기원됐다고 봐야할 것 같다. 원시무의 군무가 정제된 모습으로 처음 나타난 형태는 圓舞가 기본형식이다 原始舞의 초기중요형태인 원무는 손을 잡고 둥글게 빙빙 돌아가는 춤이 기본이다. 둥글게 빙빙 돌아간다는 것은 쉬지 않는 태양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것으로 그것은 생명력을 상징한다. 채회도분무도문이나 창원 암화 원무도를 보면 손을 잡고 발을 던지며 빙빙도는 투의 원무 형태이다. 강강수월래도 이와 같은 신석기시대의 원무가 그 祖形이라고 하겠다.


원시 춤은 새와 짐승, 벌레와 물고기 등 鳥獸蟲魚의 동태를 자연적으로 모방해 팔을 흔들고 발을 던지듯 기쁨을 노래하는 ‘投足而歌’가 기본형태다. 고문헌에 춤을 ‘鳳凰來儀’(『서경』), ‘百獸率舞’(『사기』 「오제본기」), ‘鳥獸蟲魚蟲’ 이라고 표현한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춤의 母型은 神鳥 ‘솔개’의 동작
원시무가 발전되는 과정에서 즉흥적이라 할지라도 춤의 동작은 반드시 모방할만한 자연의 어떤 대상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그 대상은 여러 가지일 터이지만, 같은 대상이라도 그들이 숭배하는 대상을 모방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대상은 무엇일까. 생각하건데 태양을 숭배하는 천손족들은 태양과 동격시 해온 神鳥를 그 대상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신조는 솔개를 가리킨다.


새들의 왕자격인 솔개는 예로부터 玄鳥, 陽鳥, 鳥 등의 다른 이름으로 불린 신조였다. 새들 가운데 유일하게 하늘을 빙빙 돌기도 하고, 가장 천천히 날면서 공중에서 정지할 수 있는 새가 솔개다. 어떤 새보다 목표물을 향해 가장 빠르게 제트기와 같이 내리꽂힐 수도 있고, 날개를 펄럭이며 유유히 솟아오를 수 있는 새가 솔개다. 그 힘과 視力이 막강해 감히 당할 새가 없는 猛禽이기 때문에 예로부터 제왕의 문장으로 사용돼 왔다. 승무·살풀이춤은 솔개의 날개짓처럼 긴소매를 뻗어 올려 급박하게 돌아가다가도 한없이 느릿느릿 춤을 춘다. 솔개의 飛空 모습 그대로다.


1983년 6월 중국 廣州 象崗山에 있는 서한시대 南越王 제2대 文帝(B.C. 137~B.C.122 재위)의 능묘에서 玉舞人[그림5]이 출토됐다. 약동하는 듯 신의 몸짓을 보이고 있는 옥무인의 소매는 뒤틀어지듯 거대한 봉황으로 변환된 솔개의 모습이다. 이처럼 長袖舞에서 소매를 길게 하는 것은 솔개의 장대한 날개를 모방하기 위한 복식인데, 옥무인은 솔개 자체를 소매로 표현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고대 새 숭배족의 춤이 지닌 특징으로 볼 수 있는 衣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살풀이’는 ‘신풀이’, ‘신명풀이’ 춤이다
살풀이는 한국 전통춤의 움직임의 특징인 靜中動의 형식과 내용이 잘 표현돼 있고, 한국춤의 미적 요소인 멋, 흥, 한, 태를 고루 갖춘 대표적 전통춤이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그런데 일반적으로 그 뜻을 ‘살을 풀어버리는 춤’이란 뜻으로 알고 있으나, 총론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神의 고유어가 ‘살’이므로 살풀이는 나쁜 기운의 ‘살’이 아니라, 신명의 ‘살’이요 ‘神’이다. 따라서 살풀이는 ‘신명풀이 춤’이라고 그 상징성을 고쳐 해석해야 옳을 듯하다. 살풀이는 巫舞인데 巫를 움직이는 것은 하늘 기운[神]인 ‘살’ 이므로 살풀이는 절대로 나쁜 기운을 풀어내는 춤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잠시 기존의 정의를 살펴보자.


(1) 살풀이장단으로 부르는 무가, 살풀이장단으로 추는 춤, 살풀이장단으로 연주하는 시나위의 약칭(『한국민족문화대백과』).
(2) 나쁜 기운, 악귀 등 ‘살’을 ‘풀어버린다’는 뜻으로 그 이름에서 무속과 직결되는 점이 많다. 무속이나 교방(敎坊), 권번(券番)의 예기(藝妓), 또는 전문예인을 통해서 전해졌다. 엄격한 규격이 있으면서도 속박이 없고 춤의 자태가 선명하며, 발 디딤새가 어려워도 자연스럽고 단정하고 깔끔한 민속춤이다. 인간의 희노애락, 한과 서러움, 흥과 멋이 표현된다(『국악정보』).


(3) 살풀이라는 말은 굿에서 살(煞)을 푼다는 뜻으로 알려졌으나, 살풀이장단으로 된 무가(巫歌) 춤 음악이 무의식(巫儀式)에서 살을 푸는 데 쓰인 예가 없기 때문에, 살풀이라는 말의 뜻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4) 살풀이춤은 민속춤의 하나로 살을 푼다는 의미의 춤이다. 교방에서 기생들이 추었던 여성홀춤이기도 하다.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이다. 그러나 살풀이춤이라는 용어를 조선 후기까지 기록에는 찾을 수 없다.

1918년 출간된 『조선미인보감』에 기생의 기예로 ‘남중속무(男中俗舞, 살푸리츔)’가 나온다. 1930년대 후반의 한성준(韓成俊,1875~1941)의 조선음악무용연구회 공연 프로그램에 살풀이춤이라는 용어가 나오면서 일반화 됐다. (중략) 이매방류는 동작이 섬세하고 교태미를 강조하는데 김정녀, 정명숙, 김명자 등이 전승하고, 한영숙류는 품위가 있고 정숙하다.
한성준에게 배웠으며 이애주, 정재만, 정승희, 손경순 등에게 전승되고 있다. 김숙자류는 도살풀이춤이라 하는데 경기 도당굿의 굿장단에 맞추어 추며 매우 긴 수건을 양손에 들고 추는 것이 특징이다. 김운선, 양길순, 이정희 등이 잇고 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舞天·迎鼓·東盟은 한국 고대 춤의 기원
『三國志』 「魏志」 동이전에 나오는 東濊의 무천,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과 같은 제천의식에서 이뤄지는 집단가무는 儀式化된 신명풀이 춤이다. 고구려 고분벽화가 그 物徵으로 남아 있지만, 巫舞의 성격이 짙었을 그 춤은 역사 속에서 파편화되면서 그 존재가 이미 사라져 갔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 속에는 그 숨결이 신의 은닉된 언어로 선명히 남아있다. 20세기에 와서 한성준에 의해 재생된 살풀이춤이 그 후신이다. 舞天의 DNA가 끊어지지 않고 살풀이춤으로 이어진 것은 그것이 한국 고대 춤의 기원이기 때문이다.

 

김양동 계명대 석좌교수·서예가 ydk629@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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