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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루덴스] 문화예술 가이드 김재준 국민대 교수 (경제학)
[호모루덴스] 문화예술 가이드 김재준 국민대 교수 (경제학)
  • 김정아 기자
  • 승인 2001.0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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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컬렉터에서 '작가'가 되기까지


“매년 수많은 학생들이 미대를 졸업하고 있고, 직업 작가는 1만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작품이 팔리는 작가는 2백명이 안 됩니다. 제대로 된 전시회를 기획하는 화랑은 극소수이고, 수요자는 전국에 1천명도 안 됩니다.” 이렇듯 김재준 교수는 우리나라 미술계의 가장 큰 문제점을 공급과 유통과 수요의 불균형으로 본다. 전형적인 경제학자의 시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실은 10여년 동안 직접 수백 점의 그림을 사고 판 체험에서 얻어진 깨달음이다.


지난 95년 이미 ‘한 젊은 컬렉터의 10년展’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었으니, 그의 컬렉터 인생은 적어도 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교수는 “컬렉팅이 부유층의 과소비나 벼락부자의 투기형태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한다. “컬렉터의 기본 자질이 미술에 대한 안목과 애정이라는 당연한 사실”이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당연하지만은 않다는 것.


“우리의 미술계 역시 우리사회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모순적임”을 경험한 그는 ‘그림과 그림값’을 출간하여 미술계의 가려진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투명하고 원활한 미술시장 형성에도 일조했다. 출간 당시 이 책은 미술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는 등 미술계에 파문을 일으키며 적지 않은 컬렉터 지망생을 낳았다는 소문이다. 그후 김 교수는 신문 칼럼니스트와 TV문화 프로그램 사회자를 맡는 등 문화계 인사가 되었으며, 경희대 대학원 수업을 비롯, 일반인을 포함한 다양한 수강생을 대상으로 다수의 강의를 진행했다.


최근 김 교수는 www.ArtLifeShop.com으로 예술 사업을 벌였다. 잠재적 순수예술 소비자가 예술을 배우고 즐기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 “상업성과 공익성이 반반씩 섞여있다”는 이 사업에서 김 교수는 온라인 잡지의 주요필자로, 오프라인 갤러리의 전시 기획자로, 초보자에게 실기를 가르치는 미술 교사로 활약 중에 있다. 예술지원 정책은 작품제작 지원과 함께 미술 교육을 통한 잠재적 패트론 개발을 포함해야 하는 것이고 보면, 김 교수는 신인화가 지원 프로그램과 미술품 소비자 훈련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의미에서 예술지원정책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엿보게 해준다. 실제로 김 교수는 문화도시 부천만들기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며 문화정책 입안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얼마전 그는 자신의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의 서문을 쓰면서 평론에도 손을 댔다. “전문 비평가의 글이 아닌 일반 관객 대상의 소박한 글”이라고 말하지만, 상식적인 언어로 작품의 핵심을 드러낼 수 있음을 시사하는 흥미로운 글이었다.


김 교수는 올해 안에 자신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전시 작품은 설치미술과 평면작업이 섞인 개념미술이 될 것이라고. 미술에 관한 한 모든 영역을 체험하고 싶었다는 바램대로, 그는 컬렉터에서 출발하여 중개인과 선생님과 평론가를 거쳐 급기야는 작가가 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가 전문배우 임도환에게 마임을 사사 받고 있는 것도 행위예술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싶다.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의 거리를 좁혀 관객이 작품에 참여하게 한다는 전시회의 컨셉 외엔 작품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자그마한 그의 화랑에서 전시될 소규모 개념작업은 엄청난 자본을 소비하는 대형 작품에 의혹의 시선을 던질 수 있는 의미있는 패러디가 되리라 짐작된다.
김정아 기자 anonio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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