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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교수와 3월의 신임 교수
퇴임 교수와 3월의 신임 교수
  • 이영수 교수신문 발행인
  • 승인 2014.03.04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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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어느덧 삼월입니다. 겨울이 훌훌 다 털고 가버린 것은 아니지만, 봄기운이 제법 느껴집니다. 지난주 말까지 대학 캠퍼스에는 기이한 풍경이 이어졌습니다. 부산하게 짐을 옮기는 모습, 오랫동안 정들었던 연구실 ‘방을 빼는’ 퇴임교수들의 모습 말입니다. 지난 2월 말, 600여 명의 교수들이 정년퇴임을 맞았습니다.


퇴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어느 교수는 “미안하다. 잘 가르치지 못했다”라고 自省하면서, 교수의 본분에 주력하고 대학이 지역사회로부터 더 신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랫동안 교수사회, 지식인사회는 한국사회에서 그에 걸맞은 대우와 대접을 받아온 전문가 집단의 하나였습니다. 사회가 그만큼 대우하고 대접할 때는, 거기에 상응하는 헌신과 기여가 전제돼 있습니다. 교수의 본분인 연구와 강의·교육에 전념하고,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조언은 어떤 점에서는 3월 새롭게 강단에 서는 신임 교수들이 유념해야 할 내용이기도 합니다.


퇴임 하는 분들 가운데는 대학을 잘 지켜달라고 후배 교수들에게 부탁한 교수님들도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정량적 연구 성과를 요청하고 있는 지금의 대학평가 분위기가 필경 대학과 학문 공동체를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업에서 시행하는 제도가 대학에 도입되고, 연구와 강의를 ‘성과’로 측정하는 게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빈번해진다면 대학은 무엇인가, 학자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精神의 깊은 질문은 증발해버릴 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떠나는 분들은 ‘학자에게는 停年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가르치는 부담 하나 내려놓았을 뿐이라는 것이지요. 진리를 향한 탐색은 생물학적 한계와 무관한 일입니다. 이점에서 새학기 새롭게 출발하는 신임 교수들도 자신이 걸어 가야할 길의 좌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대학 밖에서 교육행정 관료, 정치인, 기업가들이 대학을 놓고 이렇게 가야한다, 저렇게 가야한다 말들을 참 많이 합니다. 그들은 한편으론 ‘國家知’의 측면에서 교수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합니다. 연구와 교육이라는 두 기둥은 학자가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버팀목입니다. 퇴임 교수들의 지혜와 신임 교수들의 패기가 어울려 아름다운 和音을 내는 학문공동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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