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6:25 (금)
'예고'도 없던 이사장 면접 … 지시사항으로 4명 순위 바꿔
'예고'도 없던 이사장 면접 … 지시사항으로 4명 순위 바꿔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4.03.03 1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대 신임교수 임용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해 11월 경기대의 신임교수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지원자 A씨는 서류심사를 거쳐 6배수 안에 들었고, 기초ㆍ전공심사에서도 4배수에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공개강의를 마친 뒤에는 3배수에 들었다. 모두 1순위였다. 올해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본부 면접심사가 열렸다. 총장과 부총장, 해당 대학장, 교무처장, 연구처장, 평의원회 소속 평교수 2명 등이 면접심사에 나섰다.

지원자 A씨는 면접심사를 보기 위해 대기하면서 ‘면접 이후 그냥 가면 되느냐’고 교직원에게 물었다. 교직원은 본부 면접심사 이후 곧바로 이사장 면접이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사장 면접이 있는지를 당일에서야 알게 됐다. 대학본관 3층 총장실에서 30분 동안 본부 면접심사를 마치고 곧바로 2층 이사장실로 내려가 15분 동안 이사장 면접을 보았다. 이사장은 학생들과는 어떻게 소통하느냐, 강의 경력은 어떻게 되나, 학교에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본부 면접에선 학과 교육발전 방안, 학생 취업률 대비 등 경쟁력 확보방안, 강의 계획 등 전문적인 질문이 나왔지만, 이사장 면접에선 평이한 질문이 나왔다고 했다. A씨는 본부 면접심사까지 종합한 최종 점수가 1순위였다. 교원인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총장이 최종 임명자를 이사회에 제청하면 법인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사장이 임명하면 채용 절차는 마무리된다.

A씨는 이번 2014년 1학기 신임교수로 임용되지 못했다. ‘이사장 면접’을 거친 뒤 교원인사위원회 신임교수 제청자 명단에는 2순위자가 올라 있었다. 이렇게 이사장 면접을 보고 난 뒤에 2ㆍ3순위자가 최종 임용이 된 지원자는 A씨를 포함해 4명이다. 경기대 신임교수 공개채용 절차에서 ‘이사장 면접’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전에는 교원인사위원회 심의와 이사회 제청안에는 복수로 대상자를 올렸지만, 이번에만 1명만 올리게 했다. 그런데 ‘이사장 면접’은 지난해 11월 경기대 교무처가 마련한 2014학년도 1학기 교수초빙 기본계획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경기대 신임교수 임용과정에서 이사장의 부정 개입 논란이 벌어졌다. 경기대는 올해 1학기 3월1일자 신임교수로 일반교원 13명과 교육중점교원 7명 등 전임교원 20명을 새로 뽑았다. 이 가운데 행정ㆍ법ㆍ영어영문ㆍ관광경영학과 4명의 신임교수를 1순위가 아닌 2ㆍ3순위 지원자를 뽑아 문제가 불거졌다. 총장 등이 참여하는 ‘본부 면접심사’까지 포함한 점수가 1순위였는데, 예정에도 없던 ‘이사장 면접’ 이후에 순위가 뒤바뀌어 2ㆍ3순위자가 최종 임용이 됐다. 교원인사위원회 일부 위원들도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고, 1순위로 올랐다가 탈락한 지원자들은 이사장의 부정 개입을 문제 삼아 ‘임용무효확인 소송’ 등 법적인 문제제기에 나설 태세다.

경기대의 이번 신임교수 임용은 교수초빙 기본계획에는 이사장 면접 평가가 포함돼 있지 않았는데, 사정 결과와 상관없이 이사장의 면접평가표에서 B+이상을 받은 지원자를 선발하기로 했다. 예정에 없던 이사장 면접 결과는 ‘이사장 및 총장의 지시사항’으로 교원인사위원회 심사 자료에 반영됐다.

11명의 교원인사위원 중 6명이 절차상의 문제와 법적인 문제를 제기했고, 합의가 힘들어 다음날로 회의가 연기되기도 했다. 지난 1월 28일 열린 교원인사위원회에선 위원들의 ‘단서 조항’을 첨부해 이사회 의결에 붙이기로 했다. 단서 조항의 내용은 ‘2위 혹은 3위자가 추천된 4개 분야에 대해 향후 제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소지를 고려해 최종 면접 1순위자를 추천하거나 최소한 선발하지 않는 방향으로 고려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이사장과 총장 지시사항에 담긴 내용대로 신임교수를 임용했다.

이광호 경기대 교무처장은 “임시이사 체제로 있다가 정이사 체제로 전환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총장과 이사장의 면접 결과에 따라 누가 학교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이사장과 총장으로서는 최종 면접 결과 반드시 1순위자를 1배수 추천자로 해야 한다는 사항이 명시돼 있지 않은 이상 인사권자로서 최소한의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지난 1월 27일 열린 교원인사위원회에서 밝혔다.

경기대 측은 이번 ‘이사장 부정 개입’ 논란과 관련해 “사립대학의 최종 인사권은 이사장에게 있으며, 인사권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고 법적인 문제는 없다”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사장 면접을 실시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사장의 인사재량권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진 절차”라고 해명했다.

박승철 경기대 이사장(64세ㆍ성균관대 교수)은 지난달 26일 교수총회가 열리기 전, 교수협의회를 방문해 “(논란이 일고 있는) 인사문제는 제도가 잘못 된 것”이라며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박승철 이사장은 성균관대 교무처장을 오래 지내며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 회장을 지낸 사람이다. 교원인사제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교수총회에선 신임교수 임용 논란이 화제에 올랐다. 한 교수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문제가 됐나’라고 물었고, 이광호 경기대 교무처장은 “인사문제와 관련한 내부 자료가 밖으로 유출돼 유감”이라며 “내부 자료가 밖으로 나간 경위를 조사하고 책임을 묻겠다”라고 말했다.

<교수신문>이 최근에 조사한 전국 주요 대학의 신임교수 임용 절차를 살펴보면, 일부 대학에서 이사장 면접을 실시하고 있지만, 많은 사립대에선 이사장 면접을 하고 있지 않았다. 이사장 면접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규정에 근거하지 않고 예고도 없이 진행됐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공정성' 시비가 잇따르는 신임교수 임용 현실에선 말이다. 

최근 신임교수 임용제도를 개선한 대학을 보면 총장 등이 참여하는 ‘최종 면접’은 통과 의례가 아니었다. 최종 면접대상자에 대해 전체 전임교원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조사를 하고 있는 대학도 있다. 교수들의 의견은 면접심사 자료로 적극 활용돼 임용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최종 면접에서 통섭력과 소통 능력을 중요하게 보고 이전 보다 탈락자가 부쩍 늘어난 대학도 있다. 이 대학은 학과 자율성과 대학본부 역할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임용시스템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대학마다 신임교수 채용을 놓고 벌어지는 ‘잡음’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번 경기대 신임교수 부정 채용 논란은 이사장의 부당 개입이냐, 이사장의 인사재량권이냐를 놓고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