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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非世說_ ‘무보수 총장님’
是非世說_ ‘무보수 총장님’
  • 김영철 편집위원
  • 승인 2014.03.03 13: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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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수 대학 총장이 또 나왔다. 천장호 광운대 총장이다. 지난 1월 총장으로 취임한 천 총장은 취임과 함께 ‘무보수 선언’을 했다. 임기 4년 동안 한 푼의 보수도 안 받겠다는 것이다. 무보수 대학 총장은 예전에도 있었다. 2005년 故이효계 숭실대 총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이 무보수 총장으로 총장에 취임해 임기를 마쳤고, 정장복 한일장신대 총장은 임기 중 1년 간 급여를 받지 않고 일했다.

대학 총장으로서 급여를 받지 않고 일한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과 의지의 표현인 당사자 본인의 입장도 그렇지만 사회·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조용한 혁신’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대학 총장의 권한과 대우는 세다.

국립대 총장의 경우 예우는 기본적으로 장관급에 준한다. 국립 종합대 총장은 공무원 여비지급 구분표에 따르면 제1호 ‘가목’에 해당돼 대통령, 국무총리, 감사원장, 국무위원, 軍대장 등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다. 사립대 총장도 해당 대학의 위상에 따라 다르지만 예우 면에서 상당히 높다. 급여도 많다. 총장 연봉은 국립과 사립, 그리고 대학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억대다. 이번에 무보수를 선언한 광운대 천 총장의 급여도 월 1천만원이라니까 역시 억대가 넘는 연봉이다.

권한과 예우가 아무리 좋더라도 기본적인 것은 생활이다. 대학 총장도 먹고 살아야 하고 그러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안 받겠다고 하는 것은 凡人의 입장에서는 예사로운 게 아니다. 광운대에서 교수 생활을 오래 한 천 총장은 퇴직 후 시골이나 섬 지역에서 학생들을 무보수로 가르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 ‘밑천’은 그동안 열심히 부어왔던 연금이다. 그런데 총장이 됐다. 원래 가르치는 교육자의 초심으로 대하자면 변할 게 없다는 게 천 총장의 변이다.

천 총장이 교육에서 제일의로 꼽고 있는 것은 ‘人性’이라고 한다. 그 연장선에서 천 총장이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정직’이다. 그가 미국에서 돌아와 광운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한 1980년대 초부터 학생들로 하여금 시험지와 과제물에 ‘정직서약’을 하게 한 것은 광운대에서는 이미 유명한 얘기가 됐다는 전언이다.

학생들은 시험지 위에 적힌 “나는 양심에 비춰 정직하게 시험을 보겠다”는 문구에 서명을 하고, 과제물도 “부정하게 작성하지 않았다”는 서명을 한 뒤 제출해야 했다. 천 총장이 총장 취임 후 자신이 교수 생활에서 적용한 ‘정직서약’을 학교 차원에서 확대 실시하겠다는 것도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방점을 찍겠다는 그의 교육 의지의 한 표현일 것이다.

총장으로서 급여를 받지 않겠다는 ‘무보수 선언’이 천 총장의 이러한 교육의지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신뢰를 더하게 한다. 교육은 가르침이고 가르침은 주는 것인 만큼 대가가 있어야 한다. 배우는 사람이 잘 배워 가르침의 성취를 얻는 것 또한 큰 대가일 것이다 천 총장의 경우 받지 않은 급여가 학생과 학교를 위해 좋은 곳에 써진다면 그보다 값진 대가가 없을 것이다.

이 소식을 들으며 문득 떠오르는 한 전 대학 총장이 있다. 2010년 한 사립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상큼함 선언을 한다. 총장 관용차를 타지 않고 자전거로 매일 출·퇴근 하겠다는 것이다. 관용차 구입비로 ‘총장 석좌교수’를 신규 채용해 학교의 연구발전 위상을 높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러나 그 총장은 지금 곺圄의 몸이 된지 꽤 됐다. 학교 돈을 전용하는 등 개인비리가 그 이유다. 그의 집 주차장엔 각종 고급 외제차가 여러 대 있었다. 천 총장의 ‘무보수 선언’도 이런 龍頭蛇尾가 되질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영철 편집위원 darby428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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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여인 2014-03-05 09:38:57
멋진총장님~
울아들이 올해 광운대 입학했는데 이기사를 읽으니 마음이 따뜻해지고 든든해 지네요..
총장님 진정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