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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평가원 설립 위한 布石?
고등교육평가원 설립 위한 布石?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3.03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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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교육개발원에 대규모 ‘대학평가센터’ 신설 추진

교육부가 한국교육개발원에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지원하는 대규모 센터를 신설하기로 하면서 고등교육평가원을 설립하기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월 28일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2월 초부터 교육개발원에 ‘대학평가센터’를 신설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취임 이후 차관보 시절이던 2005년 추진했던 가칭 ‘고등교육평가원’ 설립을 재추진해왔다. 개별 대학의 특성과 여건,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고, 평가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평가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학 구조개혁 정책연구팀 역시 절대평가 방식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제안하면서 정부와 대학으로부터 독립된 대학평가 전담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28일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에서는 빠졌다. 기재부 등 관련 부처의 반대에 부딪히자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 센터를 두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협의에서 전체적으로 공공기관 혁신을 추진하는 지금 상황에서 신설은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교육개발원에 대학평가센터를 두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라며 “교원 양성기관 평가, 국립대 운영 평가 등 기관평가 경험이 있고, 이미 고등·평생교육연구실이 있기 때문에 교육개발원이 가장 전문성 있게 평가를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교육개발원에 두게 되는 대학평가센터는 평가 실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평가지표와 지표별 반영비율은 정책연구를 거쳐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서 확정한다. 지표가 확정되면 대학평가센터는 지표의 산출방식이나 기준 일자 등 평가편람을 만들고 평가단 구성, 비상설 평가단 운영 등을 지원하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5월까지는 정책연구진에서 평가지표 안을 만들어 공개하고 의견수렴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4월까지는 기재부에서 결정을 내 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대학평가센터 규모를 최대 40여명으로 구상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평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고등교육평가원으로 독립하기 위한 주춧돌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평가 전문가는 “과거 기관인증 평가, 학문 분야별 평가, 재정지원사업 평가를 총괄하는 고등교육평가원 설립을 추진할 때 인력 구성이 100명 정도 됐는데 40명이면 엄청 큰 규모다. 1인당 인건비를 4천만원씩 잡으면 최소 20억원짜리 조직이 생기는 셈”이라며 “결국은 이를 시드머니로 삼아 시간을 봐서 독립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 사립대 교수는 “40명이면 새로운 기관 하나를 만드는 셈”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구조개혁 평가뿐 아니라 특성화 사업 등 한국연구재단에 위탁하고 있는 재정지원사업 평가도 가져와서 독립기구로 가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개발원에 현재 있는 10개 센터를 봐도 교육통계센터(56명), 방송통신 중고등학교 운영센터(43명)를 제외하고는 대개 10명에서 20명 사이의 규모다. 교육정책연구본부 산하 고등·평생교육연구실도 구성원이 12명이다. 40명이면 글로벌교육연구본부와 비슷한 규모다.

교육부는 평가 실무를 지원하는 기구이지 과거 추진하던 고등교육평가원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가지표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하는 것이고 평가센터가 결정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평가를 실제 수행하는 실무기구를 만드는 것이지 고등교육평가원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구가 확장되면 모를까 지금은 재정지원사업 평가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지금 단계에서는 할 수 없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평가 전문가인 또 다른 사립대 교수는 교육개발원에 평가센터가 생길 경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하고 있는 기관인증평가가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발표된 것으르 보면 기관인증평가나 구조개혁 평가나 사실상 그 내용은 비슷하다”라며 “교육개발원이 그 기능까지 가져가게 되면 인증평가의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옥상옥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의 평가 전문가는 “실제 평가 때는 평가위원들이 평가편람에 따라 점수를 매기게 되는데, 교육개발원에서 평가편람을 만들게 되면 대학의 현실적 상황을 무시하고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 만들어질 위험도 있다”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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