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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독문학자의 공연문화 원류 찾기
한 독문학자의 공연문화 원류 찾기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4.02.24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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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의 특별한 실험

“우리가 우리를 알면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우리는 우리를 모르면서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우리부터 알아야 한다.”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79세, 전 이화여대 교수·사진)은 지난 20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한국 공연예술과 궁중의례’를 주제로 열린 제4차 샤마니카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샤마니카 세미나는 한국공연예술원에서 1997년부터 시작한 ‘샤마니카 프로젝트’ 시리즈의 일환으로, 한국의 샤먼 문화를 ‘최초의 인류문화(first culture)’로 간주한다.

독문학자로 30년 동안 연구·강의했던 그가 ‘굿’이라는 천대받는 분야에 뛰어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가 1967년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당시 국내 연극계는 사실주의 번안극 중심이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으로 훈련하던’ 당시 연극계 분위기에서 탈피,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기 위해 양 이사장은 백방으로 뛰다녔다. 한국 전통공연을 찾아다니며 우리 고유의 장단, 박자, 소리, 호흡법을 공부했고 한국 공연예술의 뿌리를 ‘굿’에서 맞닥뜨렸다.

주위에서 ‘독문학자가 왜 무당을 연구해야 하냐’고 조언할 정도로 무속에 대한 시선이 싸늘하던 시기에 양 이사장은 ‘샤마니카 페스티발’로 굿을 국제페스티발에 올렸다. 우려 속에서 공연은 대성공을 거뒀다.

샤마니카 프로젝트의 또 다른 의미는 정부나 민간 지원없이 예술계 종사자들이 십시일반으로 18년이란 세월을 버텨왔다는 점이다. 한국 원형 문화에 대한 열정과 확신이 동력이었다.

양 이사장은 “실증주의적 세계가 아니라서 무가치하다고 할 수 없다. 서양의 시각을 벗어나 우리 목의 진주목걸이를 제대로 보길 바란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복원해내는 이 작업의 주춧돌은 놓아졌다고 본다. 기둥은 후학들이 세워주길 바란다”라고 주문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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