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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호 새로나온 책
720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4.02.1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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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겐슈타인 침묵의 시절 1919~1929, 윌리엄 바틀리 3세 지음, 이윤 옮김, 필로소픽, 275쪽, 16,000원
비트겐슈타인이 『논리철학논고』를 탈고하고 ‘철학을 떠났다’고 알려진 1919년 이후 10년 동안의 삶을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칼 포퍼와 하이에크 등 오스트리아 출신 지식인에 관한 연구를 하던 중, 우연히 비트겐슈타인의 생애에서 ‘암흑의 10년’이라 불리는 1919년부터 1929년 사이의 자료를 마주친다.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이 오스트리아 산간 마을의 초등학교 교사로 보내던 시절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당시까지 서로 연결되지 않아 설명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점점 아귀가 맞고 제 위치를 찾아가는 것을 발견했다. 저자는 바로 이 ‘침묵의 시절’이자 ‘잃어버린 시간’이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이해하는 데 빛을 던져줄 중요한 시기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논고』의 출간 이후 비트겐슈타인은 결코 철학을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탐구』에 나타나는 후기 철학을 지배하는 관심사들을 정식화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특히 비트겐슈타인의 동성애에 관한 내용을 최초로 폭로해 서양 철학계와 지식사회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저자는 학회로부터 제명되는 등의 필화를 겪기도 했다.

■ 서점 VS 서점, 프로라 J.밀러 지음, 박윤규·이상훈 옮김, 한울, 424쪽, 38,000원
이 책은 미국 도서산업의 초기부터 현대의 대형 체인서점에 이르기까지 미국 서점의 변천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서점의 상업화 과정, 체인서점과 독립서점 간 갈등, 서점 직원의 노동과 독자의 서점 이용 등 폭넓은 범위의 쟁점을 다루며, 서점의 역할과 의미를 비롯한 도서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자본주의라는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미국 서점의 사례이지만 기업화된 체인서점과 지역을 기반으로 한 독립서점의 갈등과 긴장은 할인, 대형서점에 대한 특혜, 독립서점(동네서점)의 쇠퇴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시사적이다.

■ 스라파와 가격이론, 알레산드로 롱칼리아 지음, 박만섭 옮김, 아카넷, 500쪽, 30,000원
이 책은 현대 경제학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신고전학파 경제학과는 전혀 다른 이론 체계를 제시한 스라파의 경제학을 간결하지만 심도 있게 소개한 해설서다. 스라파 경제학이 리카도 경제학의 한 부류라거나 앨프리드 마샬의 이론에 대한 논리적 공박에 머문다는 일부의 비판을 말끔히 씻어내 줄 뿐만 아니라, 넓은 의미의 신고전학파 경제학 이론과 세계관에 대한 스라파의 냉철한 비판들을 온전히 사유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한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비판적인 다른 경제학, 특히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대해 스라파 경제학이 갖는 비판적·건설적 함의도 논한다.

■ 인도 헌법의 형성사, 강경선 지음, 에피스테메, 539쪽, 25,000원
인도 헌법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집대성한 책. 인도사와 영국사에 정통한 저자는 세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복잡하게 발전해온 인도 헌법사의 분수령이 되는 사건들을 짚어가며 그 의의와 양상을 서술하고 있다. 또한 간디, 네루, 파텔 등 인도 헌법 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장을 할애해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도’라는 프리즘으로 세계를 바라봄으로써 그간 서구 열강 중심으로 기술돼 온 세계 역사를 독자들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 자저실기―글쓰기 병에 걸린 어느 선비의 일상, 심노숭 지음, 안대회·김보경 외 옮김, 휴머니스트출판그룹, 764쪽, 32,000원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을 살았던 孝田 심노숭의 자서전인 『自著實紀』를 완역한 책. 심노숭의 문집 『孝田散稿』 중 33책과 44책에 수록돼 있는 『자저실기』는 자신의 일상과 사건 사고들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숨김없이 고백하고 폭로한 문제작으로, 당대 일상 문학의 정수를 담았다. 이 책은 “터럭 하나라도 다르면 그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던 심노숭의 기록벽 즉, ‘글짓기 병’의 산물로, 산뜻하고 해학 넘치는 그의 산문 작품들을 따라가다 보면 역사가 들려주지 못한 당시 지배층 사회 이면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 책과 혁명―프랑스 혁명 이전의 금서와 베스트셀러, 로버트 단턴 지음, 주명철 옮김, 알마, 600쪽, 32,000원
현대인들에게 볼테르는 무엇보다 계몽사상가이며, 우아하고 용감한 프랑스의 지성인으로 기억된다. 그를 포함해 루소, 디드로, 몽테스키외 등 프랑스 계몽주의 학자들의 지대한 영향으로 1789년 프랑스혁명이 촉발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것이 허상에 가깝다는 점을 치밀하게 밝혀나간다. 무엇보다 당시 사람들에게 점잖은 계몽사상서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저자 로버트 단턴은 현대인의 ‘상상’과는 사뭇 다른, 18세기 출판과 독서계의 풍경을 치밀하게 복원해낸다. 관습적인 고전 목록을 걷어내고 당시 사람들이 실제 ‘체험한 문학’ 목록을 서지학적으로 추적한 것이다. 특히 지하에서 은밀히 유통되던 이른바 ‘나쁜 책(mauvais livre)’에 주목해, 당대 문학의 풍경을 편견 없이 재구성한다.

■ 현대의 위기와 철학의 책임, 비토리오 회슬레 지음, 이신철 옮김, 도서출판 b, 400쪽, 24,000원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하자 해석학의 대가 가다머로부터 ‘서양철학사에서 보기드문 천재’라는 극찬을 받았던 회슬레의 책이다. 헤겔 철학의 전통을 계승한 저자는 이 책에서 한편으로 현대철학의 위기와 다른 한편으로 긴급한 생태학적 문제에 직면해 이 시대에 적합한 윤리학을 위한 전제들을 근거짓고자 철학 일반의 원리와 특수하게는 윤리학의 원리에 대한 철학적 숙고를 시도하고 있다. 옮긴이는 저자가 칼-오토 아펠의 초월론적 화용론을 객관적 관념론적인 형이상학과 윤리학으로 더욱 발전시켰다고 평가하면서, 이 책을 가리켜 ‘회슬레 입문서’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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