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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 : 위기의 현장과학기술자들 (끝) -대안은 없나
연재기획 : 위기의 현장과학기술자들 (끝) -대안은 없나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2.10.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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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03 01:50:00

지금까지 현장과학기술인력들이 처한 현실을 살펴보았다. 현실을 보는 다양한 시선이 교차하는 가운데 각 기관에서 내놓는 대안들과 현장 과학기술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에 이르기까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국가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명예과학기술인상과 무슨 훈장, 그리고 부상으로 몇 푼” 젊은 과학기술자들이 만든 과학기술인연합(http://www. scieng. net)의 게시판에 오른 글이다. 과학 관련 기관들이 이공계 위기라는 현실 인식에 따라 이공계 인력 사기 진작 방안을 연이어 내놓고, 현장의 과학기술자 또한 자신의 위상 회복을 위해 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적절한 대안 모색에 있어서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과학기술인들의 사회적 역할과 기여도에 비해 사회적·경제적 보상체제가 미약하고 실업·취업난 등 고용환경 변화로 과학기술인의 사기가 저하된다”라는 문제의식을 밝힘으로써 과학기술인에 대한 보상 체계의 미약함을 인정했다. 과학기술인연합의 운영진 또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현재 이공계열 연구원의 경우 경제적 보상 미약과 그로 인한 자부심 상실, 퇴직 후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중요한 고민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과학기술부는 △여성과학기술인상 신설 등 과학기술자에 대한 훈·포상 신설 및 품격 상승을 통한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훈·포상 제도 강화 △과학기술자들의 연구업적을 항구적으로 전시·보전하기 위한 과학기술 명예의 전당 건립 △NT·BT 등 신생융합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출연(연) 연합대학원 설치 검토, 교육과 연구의 연계강화 △학사급 현장 엔지니어에 대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등의 지원시책 추진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정부와 과학기술인력의 동상이몽

그러나 과학기술인연합은 이것을 “구체성과 구속력도 없는 ‘면피성 정책’”들로서, 실용성 없는 대안이라고 성명을 통해 반박하고 있다. 과기부 정책 실제로 어느 정도 사회적 기반을 닦은 몇몇 과학자들의 훈·포상, 상금제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젊은 과학기술인력의 생활문제에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 운영진인 박 아무개 씨는 “현재 게시판에서 논의되고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퇴직 후 보장을 위한 과학기술연금 제정, 비정규직 연구원 문제 해결, 직업 수명을 늘일 수 있는 재충전 기회 확대 등이다”라고 말한다. 이들은 몇몇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과학기술인력 전반이 경제적 안정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며, 이것만 보장되더라도 중·고등학교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또한 ‘인과응보’를 아이디로 쓰는 한 회원은 “이공계기피현상은 돈보다는 사회적 존경을 잃어버렸다는 명예 문제다” 라고 쓰고 있다. 과거에도 이공계가 다른 분야에 비해 대우가 좋은 적은 없었는데 “몇 년 전부터 갑자기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면 이공계 인력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없어진 것”이라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존경 역시 물질적인 보상을 바탕에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의 경우가 생계 유지를 위한 물적 보상체제였다면, 이 경우는 값진 연구 성과를 만들었지만 이에 대한 보상이 미약해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다. 즉 물질적 대우의 부족으로 인해 상실감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적 보상을 시도하지만 여전히 소외감을 느끼는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공신력있는 제도 고안 절실

‘과학기술자 사기 진작 방안’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민철구 연구원은 “과학기술인력에 대해 사기 진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외부적인 시각을 전제하기 때문에 올바르지 않다”라고 말한다. 시장경제 체제 내에서 정부가 특정집단의 문제에 관여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과학기술인의 사회기여도에 비해 경제적 보상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일정부분 정부가 개입할 필요는 있지만 최종적 문제는 외부의 도움 없이도 자유롭게 운영되는 안정된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또한 기초학문을 보호하면서 자유로운 인력 수급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형태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같은 현실 속, 다른 대응 방안의 결론은 공신력 있는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인연합은 “근본적으로 국가 지도자의 머리 속에 ‘세계적 수준의 과학기술 경쟁력 확보’에 대한 청사진이 들어있질 않기 때문에, 당면한 과학기술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을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제도를 구상하지 않으면 지금 나오고 있는 대응 방안도 급한 불을 끄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각계의 목소리를 한 곳에 모아 안정된 제도의 문제를 구상하는 것은 다만 희망사항으로 남겨져서는 안될 것이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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