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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위의 ‘정상화 원칙’ 잘못 재확인
사분위의 ‘정상화 원칙’ 잘못 재확인
  • 김재훈 대구대·경제학과
  • 승인 2014.02.17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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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임시이사체제 환원의 의미

교육부가 오는 18일 대구대 재단인 영광학원의 이사 승인을 취소하기 위한 ‘이사 청문’을 실시한다. 종전이사 측 이사 3인은 2012년 12월 26일 이사 1인 공석 이후 1년 2개월 동안 사립학교법에서 2개월 이내에 선임하도록 된 개방이사를 포함한 임원 2인의 선임을 하지 않아 왔고, 법인 산하의 대구대와 대구사이버대의 총장 선임과 특수학교인 광명학교와 보명학교의 교장 연임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해 왔다. 그리고 이에 관한 감독관청(교육부)의 이행 명령을 무시해왔다.

그 사이 2012년 10월 11일 이후 2013년 1월 17일까지 8회에 이르도록 열린 이사회를 이유 없이 불참, 교육부가 최후 시한으로 제시한 1월 20일까지 이사회 기능을 공전시켰다. 이에 각 학교들은 학교장의 공석은 물론 2013년 추경과 2014년도 예산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교원의 재임용, 승진 및 신규 임용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특수학교인 보명학교, 광명학교의 어머니들은 장애학생 교육에 헌신적이던 학교장의 장기 부재, 그 틈을 타서 발생한 교감의 성추행, 학사행정 파행 등을 규탄하는 천막농성을 엄동설한에 다섯 달째 진행 중이다.

이렇게 해서 결국 감독관청인 교육부가 사립학교법에 따라 임원 승인 취소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2011년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법인 정상화를 이뤄낸 4년제 대학 중 처음으로 다시 임시이사체제로 환원하게 됐다. 지난해 11월 28일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김명연 상지대 교수의 분석처럼 사학 법인의 이사회를 인적으로 연속되는 것으로 파악해서, ‘정상화’ 과정에 ‘종전이사’ 측에 이사 추천의 과반수 권한을 줬던 2011년 사분위의 ‘정상화 원칙’이 잘못된 것임이 드러난 사례가 됐다. 이제 교육에 책임감 있고 사심 없는 인사들로 임시이사를 파견해야 하는 과제가 남게 됐다(간혹 무주공산의 이사회라 여기고 대부분 이사장이 되고자 암투를 벌인 경우도 있었다).

구재단 측은 이제 와서 임시이사 파견을 저지하고, 사분위를 통해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려고 뛰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사분위원들 중에는 구재단 복귀 반대에 앞장서다가 사분위원이 된 뒤 구재단 측에 적극 협력하는 대구대의 현직교수도 있다. 또 대구지역 출신인 다른 사분위원은 동창인 지역 변호사의 로비를 받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임시이사 파견으로 가고 있는 국가 공권력의 행정 행위가 쉽게 번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구재단 측에서는 임시이사 파견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고 ‘학원 정상화를 위한 공대위’, ‘진실화해위원회’, ‘미래창조위원회’ 등 괴단체들을 만들어 구성원을 대표하는 듯 내세우기도 한다. 그들은 500여 명 교수, 300여 명 직원들을 합법적으로 대표하는 교수회, 노동조합과 전혀 관련 없는, 20여명의 교수들이 거의 1인 1단체 수준으로 만든 유령단체들이다. 모든 언론들이 자신들 희망과 다른 보도를 하자 알려지지 않은 언론 한 곳을 찾아 그들 단체들의 입장을 뉴스인 양 흘리기도 한다.

또 구재단 측에서는 이사 승인취소 조치 이후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의 이사 승인 취소는 임원 미선임, 임원 선임과 학교의 장 임명 명령 미이행, 임원간의 분쟁 등의 사유에 의한 명백한 사립학교법 위반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수용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대구대 영광학원은 원주의 상지대와 함께 사분위를 통한 2011년의 사학법인 정상화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사례가 됐다. 그나마 대구대 영광학원은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그 문제점을 사회 각계에 호소해서 임시이사 파견이란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게 됐으니 나은 편이다. 바깥에 드러내 보지도 못하고 당하고만 있는 대학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나라 사학의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절감한다. 학교를 자신의 개인 소유물로, 교수 직원들은 집에서 부리는 종처럼 언제라도 인격적 모욕을 주고 겁박할 수 있는 구조다. 또 학교를 이사 7인이 자신의 사유물처럼 좌지우지하는 구조다. 7인 중 3인이냐 4인이냐에 따라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으니 그걸 위해 학교의 정상적 운영은 내팽개치는 구조다. 이제 미국과 같이 사립대학이라도 이사 숫자가 30~40명이 돼 안정적인 구조를 갖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사립대학의 비중이 80%에 이르는 이 구조를 바꿔야 한다. 식민지와 분단, 전쟁을 겪으며 교육에 대한 열망을 채우느라 사학이 이렇게 팽창했으나 이건 그야말로 세계 유례없는 구조다. 유럽에서와 같이 사립대학을 ‘독립형’ 사립대학과 ‘공영형’ 사립대학으로 나눠 운영케 할 필요가 있다. 어렵고 복잡한 것도 아니다. 지금의 우리 사립 중·고교 운영방식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김재훈 대구대·경제학과
성균관대에서 박사를 했다. 대구참여연대 편집위원장, 참언론대구시민연대 공동대표 등을 지내며 지역 시민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고, 지난해 12월부터 대구대 교수회 의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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