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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河羨魚 不如結網
臨河羨魚 不如結網
  • 문윤섭 한국교원대·환경교육과
  • 승인 2014.02.10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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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2011년 가을부터 1년간 공동연구를 위해 애리조나대 대기과학과에서 연구교수로 있었다. 애리조나대는 현대자동차로도 유명한 투산시에 위치하며 전통적으로 응용수학, 인류학, 천문학 및 광학을 포함한 지구과학, 의학 등의 분야에서 세계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천문학연구팀은 NASA 프로젝트를 주도해 처음으로 화성착륙에 성공하는 등 많은 연구 성과를 내고 있으며, 현재까지 애리조나대는 노벨상 2명, 퓰리처상 8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마침 대학원과정에 듣고 싶은 수업이 개설돼 참관했다. 자료동화에 관한 수업으로 10년 전 캐나다 토론토대 후기박사 시절 들은 내용과 비슷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10년 전부터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더라면 지금은 꽤 실력 있는 연구자가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는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던 분야였지만 지금은 너무나 필요한 분야가 됐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연구년 교수로서의 글로벌한 학문적 교류와 공동연구는 개인과 국가의 발전뿐만 아니라 미래 준비를 위한 기회 제공 측면에서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리조나대에서의 연구년은 수업 참관과 공동연구 외에도 나의 교육방식을 새롭게 만들었다. 애리조나대 교수는 학기당 1강좌를 기본 수업으로 하고 나머지 시간은 개인연구에 투자하고 있었다. 학기당 강의 시수가 9학점 이상으로 이를 초과할 경우 초과수당이나 성과제에 포함시켜 장려하고, 그러면서 국제 유명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쓰게 하는 국내 실정과는 사뭇 달랐다.

무엇보다 수업 내용이 매우 알차고 수업준비를 열심히 한다는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대학생을 강의하는 한 전공 교수의 강의 실라버스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도입 부문부터 음악을 시작으로 관련 전공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융합개념의 과학원리를 도입해 직접 그림을 그려서 제시했고, 수업 전개과정도 학생들과 상호작용이 활발히 진행돼 모두가 좋아했다.

나 또한 반성하는 시간이 됐고 지금은 그러한 수업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성과연봉제로 인한 많은 강의와 연구, 기타 교내외 봉사 때문에 여전히 수업 준비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대학 교수로서 수업과 연구 및 봉사는 당연하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오히려 수업과 연구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간으로서 교수는 타인과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적당한 경쟁은 상호 노력하는 과정에서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지만 지나친 경쟁은 사회적 협동을 소실시키고 갈등 구조가 심각한 대학사회를 형성할 수 있다.

왜 우리나라는 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 분야 등에 집중 투자했는데도 아직까지 이 분야 노벨상이 없는 것일까. 혹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전수받은 전공지식을 재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이라도 준비한다면 노벨상 후보자가 나올 수 있을까.

한시라도 빨리 실천에 옮기는 것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뜻의 ‘臨河羨魚 不如結網’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정말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양적 성장을 계속해야 할까. 국민 누구나 과학적 창의성과 예술적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교육받아야 함에도 국민 모두를 영·수·국 잘하는 사람으로 경쟁자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은 채 여전히 경쟁 속에서 살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경쟁을 적당한 수준으로 완화해 협동과 의사소통, 학문간 균형 발전과 속도 조절, 질적 연구를 통한 글로벌 리더 양성 등이 가능하도록 각 해당 분야의 문제점을 올바르게 인식해 장점은 최대한 유지하고 재활용 가능한 부문은 발굴·개발해 살려야 한다. 관련 기관, 기업, 지자체, 정부 등은 이러한 분야가 지속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고 모든 구성원이 혁신을 생활화함으로써 각 분야에서 최고의 발전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각 분야 소속원은 자기 맡은 분야에서 최고라는 자부심과 함께 일상생활로부터 감탄사가 많이 유발되는 행위로부터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것이 선진사회가 아닐까.


문윤섭 한국교원대·환경교육과
부산대에서 박사를 했다. 현재 한국교원대 교수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주요 저역서로『밀러의 알기 쉬운 환경과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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