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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육성 의지 후퇴 … 사실상 구조조정안
지방대 육성 의지 후퇴 … 사실상 구조조정안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2.10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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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특성화 사업, 정원감축 가산점 5점이 결정적

지방대 특성화 사업에서 정원 감축 규모에 따라 부여하는 가산점이 사실상 선정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이면서 지방대 경쟁력 강화 방안이 아니라 구조조정 방안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방안과 맞물려 모든 대학이 가산점을 받기 위해 정원을 10% 감축할 경우 지방대 특성화 사업만으로 향후 3년 동안 줄여야 할 정원의 80%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 60~70개 대학 240개 사업단 지원= 교육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지방대 특성화 사업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지방대 특성화 사업에는 지난해 교육역량강화사업보다 500억원 늘어난 1천910억원을 투입한다. 

사업 유형은 3가지다. 대학 스스로 특성화할 분야를 지원하는 ‘대학 자율’에 1천150억원(60%), 인문·사회·자연·예체능 계열과 국제화 분야를 별도 지원하는 ‘국가 지원’에 460억원(15%), 지역산업과 연계한 분야를 지원하는 ‘지역 전략’에 300억원(15%)을 지원한다.

일부 대규모 대학의 독식과 대학 내 나눠먹기를 막기 위해 대학 규모에 따라 신청할 수 있는 사업단 수와 예산에 제한을 뒀다. 구연희 교육부 지역대학육성과장은 “사업 참여가 가능한 126개 대학 가운데 60~70개 대학에서 총 240개 사업단이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제화 분야를 포함하면 대규모 대학의 경우 한 대학에서 최대 10개 사업단에 지원해 최대 95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정원감축 가선점이 선정 좌우할 듯= 평가는 100점 만점이다. 실적과 현재 여건에 대한 평가가 50%, 향후 계획에 대한 평가가 50%를 차지한다. 정량평가 위주였던 교육역량강화사업과 달리 정성평가 비중을 53%로 높였다.

정부의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5일 정기총회에서“단순히 규모 축소에 그쳐서는 안 되며, 대학협의체와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원 감축 규모에 따라 부여하는 가산점이 평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향후 3년간(2015~2017학년도)의 정원 감축 계획에 따라 최대 5점의 가산점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2014학년도 입학정원 대비 10% 이상 감축하면 5점, 7% 이상 10% 미만은 4점, 3.5% 이상 7% 미만은 3점의 가산점을 준다. 최근 3년간의 정원 감축 실적은 평가지표에 포함돼 3점이 반영된다. 구 과장은 “정원 감축 실적은 같은 평가패널 안에서 상대평가로 점수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가장학금 2유형에 참여하는 대학에 대해서도 2.5점의 가산점을 주고, 장학금 지급률(1점)과 등록금 부담 완화 지수(3점)는 평가지표에 반영했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하하는 데 그쳐 추가로 장학금을 확충할 여력이 없는 상당수 지방대학은 정원 감축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순준 동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장학금 지급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수십억 원이 들어간다. 그런데 대부분 지방대는 계속된 등록금 인하·동결로 수입이 줄었는데도 재단 지원조차 기대할 수 없는 곳이 많아 재정 투입 여력이 없다. 정원을 감축하고 가산점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방 사립대 기획처장은 “하위 15% 평가에서 보듯 수도권 대학은 정원 감축을 하지 않고 버티거나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지방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0점 몇 점 차이로 탈락하는데 정원 감축 안 할 배짱 있으면 탈락하는 것이다”라며 “결론적으로 보면 10%씩 감축하라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 사실상 지방대 구조조정 신호탄= 교육부는 모든 대학이 정원을 10% 감축할 경우 수도권에서 6천명, 지방대에서 1만4천명 등 최대 2만명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에서 1주기(2015~2017학년도) 평가 때 4년제 대학이 감축해야 하는 정원 2만5천300명이다. 모든 대학이 10%를 줄인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긴 했지만 1주기 정원 감축 목표치의 약 80%를 특성화 사업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5일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김기언 경기대 총장이 질의하고 있다.

사실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안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가칭 ‘대학 구조개혁 및 평가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로서는 평가 결과에 따라 정원을 강제로 감축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구조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잔여재산의 일부를 설립자나 이사장에게 돌려주는 방식의 퇴출 방식에 대해 야당의 반대가 심해 교육부가 목표한 상반기는 물론 연내 통과도 낙관하기 힘들다. 교육부 관계자는 “여야 협의를 거쳐 빠르면 2월 중 법안을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안 통과가 안 될 경우를 대비한 ‘플랜 B’가 바로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한 정원 감축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최악의 경우 박근혜 정부에서는 재정지원사업과의 연계만으로도 정원 감축 목표를 얼추 맞출 수 있다. “지방대 특성화 사업의 목적이 대학 구조개혁에 있다는 것은 주객전도”라는 교육부의 거듭된 강조에도 지방대 특성화 사업을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대 기획처장들은 대부분 “1주기 때는 2014학년도 입학정원 대비 7%만 줄이면 되는데도 10%로 높게 잡은 것은 지표를 맞추지 못해 참여하지 않거나 버티는 대학, 아주 우수한 대학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본다. 게다가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수도권과 지방대의 감축 비율을 정하지 않고 함께 평가하는 것도 지방대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 지방대 육성 의지 후퇴 지적도=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을 함께 평가하고, 지방대 특성화 사업이 사실상 구조조정으로 비치면서 정부의 지방대 육성 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순진 대구대 기획처장은 “지방대 살리기라는 말을 하려면 현재 비율대로 정원을 감축하기로 한 전문대처럼 적극적 정책이 있든지 최소한 지방대가 불이익을 받지 않는 보호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다”라며 “의견 수렴 과정에서는 수도권과 지방의 감축 비율을 현재대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데 빠져버린 것은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지방대 육성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박순준 회장은 “특성화 사업이라도 받아야 하는 지방대 입장에서는 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을 텐데 수입 감소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나 교육전담교원이 늘어날 것”이라며 “말로는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높인다고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에서는 교육경쟁력이 떨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특히 “시장에 맡기는 것 못지않게 지방대학의 사정이 열악해져 결국은 수도권 대학 위주로 재편되고, 지방 불균형은 눈에 보듯 훤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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