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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국가의 은유적 상징” … 대한민국 문화 경쟁력을 키우는 88개 아이디어
브랜드는 국가의 은유적 상징” … 대한민국 문화 경쟁력을 키우는 88개 아이디어
  • 교수신문
  • 승인 2014.01.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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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걸 서울대 교수 ‘국가디자인전략’ 제안, 어떤 내용 담았나

 

‘공공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서울을 세계디자인수도에 선정되는 데 기여했던 권영걸 서울대 미대 교수(디자인학부)가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격상시킬 88개의 아이디어를 담은 『나의 국가디자인전략』(김영사, 696쪽, 29,000원)을 출간했다.

전 세계 혁신도시를 누비며 경험하고 축적한 지식과 이론을 토대로 중장기적 국가 발전 액션플랜을 제시한 것이다. 디자인을 ‘목적 지향의 문제 해결 활동’으로 이해하는 권 교수는 그간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와 인력풀을 총동원해 우리 사회가 또는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문화적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백 가지의 아이디어와 논제를 설정해 이 가운데 우선적으로 88개 아이디어를 선별했다. 이를 가리켜 권 교수는 ‘코리아 브랜딩 액션플랜’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가 말하는 ‘코리아 브랜딩 액션플랜’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경쟁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그의 글 ‘국가종합상징체계’를 읽어본다.

“한국은 과연 이미지가 없는 나라인가. 국가상징을 발굴하고 시스템화해, 상징의 나라 대한민국을 세계인에게 각인시키자.”


대한민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세계를 움직이는 기업가의 한 사람인 크리스토퍼 그레이브즈는 “한국에는 세계인의 기억 속에 남을 만한 특별한 국가 이미지나 브랜드가 없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꽤 오래 살았으며 한국에 대해 많이 안다고 자부하는 외국인들도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뭐냐는 질문에 딱히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이다. 프랑스의 문화비평가 기 소르망도 한국이 외환위기에 처하자 “한국이 겪은 위기는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라, 세계에 내세울 만한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가 없다는 데서 비롯됐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 유럽 등지에서, 중국이나 일본과 비슷한 동북아 권역의 한 나라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이나 기호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과 이미지가 없다는 것은 곧 국가브랜드 가치가 심히 취약하다는 뜻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이미지는 조사대상 55개국 중 평균 28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국가경쟁력의 중심이 ‘소프트 파워’로 이동했다고 주장하는 조지프 나이 교수가 한국문화에는 상당한 매력이 있으며, 한국이 내부에 소프트 파워를 창출하는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서 그나마 위안을 찾을 수 있다.


국가브랜드 연구의 권위자인 사이몬 안홀트는 브랜드를 ‘한 국가의 은유적 상징’이라고 정의하면서, 책의 내용 전부를 읽을 시간이 없을 때 흔히 책 표지로 판단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한다. 한 국가와 도시를 대변하는 상징은 오랜 전통과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표면으로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풍부한 문화자산과 오랜 역사를 지닌 l국가와 도시라고 해서 모두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대표상징과 도시 브랜딩
프랑스는 세계 최대의 항공기 개발국이자 세계 최초로 공학학교가 세워진 나라이다. 기술 강국임을 아무리 역설해도 사람들은 프랑스를 문화와 예술의 나라라고 일컫는다. 와인과 격조 높은 음식, 노트르담과 루브르박물관, 에펠탑과 퐁피두센터 같은 가시적 상징물이 강한 이상으로 남아, 다른 방식의 설명에 대해서는 귀를 닫게 만든다. 사람들은 한 나라의 전역을 돌아보고 국가이미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그 나라의 대표도시를 보고, 그것도 대표적인 일부 건물과 경관, 상징적인 거리와 광장만을 보고, 그 나라라고 믿어 버린다. 그래서 국가상징은 그 나라 대표도시의 이미지 아이덴티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빅벤, 여왕, 빨간 더블데커(2층 버스) 등은 오랫동안 런던을 상징해온 이미지이다. 하지만 21세기의 런던은 도시경쟁력을 키워 나가기 위해 문화 지형을 바꿔가며 도시 이미지를 재편해 나가고 있다. 세기 초에 건설된 밀레니엄 돔, 런던 아이, 테이트 모던과 그 밖의 혁신적인 도시계획과 건축들은 전통 가치를 수호하던 런던의 현대적 상징으로 새로이 떠오르고 있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에 대해서는 플라맹고와 투우를 연상하는 한편 빌바오의 구겐하임뮤지엄을 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천안문, 만리장성, 용, 모택동은 중국이라는 이미지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다. 판다 등은 그 하위에 위치하는 요소들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호주의 캥거루, 브라질의 축구와 리우카니발 등 다양한 유무형의 상징들이 각 나라를 대표한다.

뉴욕은 세계 문화수도답게, 도시이면서도 국가 수준을 넘어서는 상징물로 가득하다. 자유의 여신상과 거대한 마천루, 전위적 현대미술과 뮤지엄, 미국의 부와 자본주의의 상징인 월스트리트, 빅애플과 아이러브뉴욕 로고까지. 뉴욕은 상호 관련 없는 것들이 나열돼 있는 도시 같지만, 그들은 결국 뉴욕이라는 도시가 표상하는 자유와 기회, 부와 성공, 문화적 다양성과 역동성을 표상하는 기호들이다. 자유의 여신상이 뉴욕의 상징이기보다 미국의 상징인 것처럼, 위의 사례들은 각국의 대표도시이기에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도시상징과 그들이 구사하는 시티브랜딩 기법이 국가상징체계와 국가브랜드 활동에 중첩돼 있는 것이다.


국가종합상징체계와 브랜드 아키텍쳐
국가상징체계는 그 나라에 존재하는 두드러진 자연물과 인공물, 사람, 그리고 그 나라의 유무형 문화유산 등과 같은 실체적 요소들이, 그 나라와 관련해 떠오르느 추상적 이미지들과 결합해 나타나는 체계이다. 국가의 개별 상징들은 종합상징체계 속에서 軸, 核, 意로 얽혀 있다. ‘축’은 국가상징체계라는 시스템의 물리적 및 이념적 연쇄에 관한 것이며, ‘핵’은 시스템 컴포넌트로서의 상징요소를 말한다. 그리고 ‘의’는 국가이미지복합의 의미론적 체계를 이룬다.


한 국가가 종합적 상징체계를 가짐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는 무형적 효과와 유형적 효과로 나눠볼 수 있다. 전자는 국민들로 하여금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며, 외국인들에게는 그 나라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준다. 후자는 각인된 국가 이미지를 통해 관광객 증대와 외국 기업의 유치를 꾀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부가가치 창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즉 내부적으로는 국민 통합에 기여하고, 외부적으로는 외교와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국가를 하나의 브랜드라고 상정할 때 한국이라는 브랜드는 다시 사람, 공간, 이미지 등으로 확장된다. 브랜드 아키텍처와 같은 방법을 통해대한민국의 국가상징체계와 위계구조를 그려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최상위 상징브랜드, 서브 상징브랜드, 범주별 대표상징, 상징요소로 피라미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구축된 국가상징체계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문화를 원천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문화가 경제의 견인차가 되도록 컬처노믹스를 지향해야 한다. 국가종합상징체계는 양날의 칼이다. 잘 활용하면 국가브랜딩의 근간이 되지만, 부실한 체계와 무분별한 적용은 오히려 국가이미지를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상징체계의 탄탄한 설계와 효과적인 운용만이 한국을 이미지가 있는 나라로 세계인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 그 결과 국민들과 해외겨주 교민들의 자긍심과 공동체 의식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또 다른 측면은 상징체계가 국가브랜드 구축의 기초가 돼 관광산업 육성, 해외시장 개척, 해외자본 유치 등에 전략적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국가종합상징체계는 체계로만 존재하지 않고, 디자인을 매개로 해 다차원으로 시각화돼야 한다. 모든 개념은 결국 디자이너에 의해 실체화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인문지리, 역사, 경영, 예술, 공학이 디자인과 제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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