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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호 새로나온 책
717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4.01.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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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 몰락한 왕의 역사―동물 위계로 본 서양 문화사, 미셸 파스투로 지음, 주나미 옮김, 도서출판 오롯, 400쪽, 23,000원
프랑스의 중세사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동물이 어떻게 역사 연구의 주제가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유럽의 이교 문화에서 다양한 형태로 숭배 받던 곰은 어떻게 동물의 왕 자리를 사자에게 빼앗기게 됐을까. 곰을 소재로 기독교화의 영향으로 중세 유럽에서 서기 1천년을 전후로 나타난 문화와 인식 체계의 변화를 다룬다. 곰에서 사자로 동물의 왕이 교체되는 과정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난 문화적 변동이었다. 이런 변화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만이 아니라 동물 세계와 관련된 모든 가치와 인식 체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책의 초점이 인간에게 맞춰진 이유다.

■ 내 귀에 바벨 피시―번역이 하는 모든 일에 관하여, 데이비드 벨로스 지음, 정해영·이은경 옮김, 메멘토, 488쪽, 18,000원
번역가이자 전기 작가가 전하는 번역에 대한 문화사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프린스턴대에서 번역에 대해 가르치고 있고, 직접 여러 작품을 번역해 유수의 번역상을 수상했다. 저자는 폭넓은 문화인류학 지식과 방대한 교양을 가지고 번역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간결하고 밀도 있게 풀어냈다. 그는 ‘문명을 향한 첫 발걸음’이자 ‘인간 조건의 또 다른 이름’으로서 번역을 조명하는데, 그 과정에서 번역 행위의 인류학, 번역자의 역사적, 선사적 기원, 언어와 번역에 대한 대중적 통념의 유래, 구술 번역의 역사 등에 관한 흥미로운 문화사가 펼쳐진다.

■ 니체, 정동호 지음, 책세상, 608쪽, 30,000원
한국 1세대 니체 학자의 연구 결실을 엮은 책. 니체 사후 100년이 더 지난 오늘, 여전히 그는 어떤 철학자보다 많은 오해를 사고 있으며, 그의 텍스트는 오독되고 있다. 그의 철학이 너무 중층적이고 언어는 자유분방하며 상징적이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니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첫 번째 한국인 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있는 그대로의 니체를 소개한다. 신의 죽음, 가치의 전도, 허무주의, 자연으로의 복귀, 힘에의 의지, 영원회귀, 운명애, 위버멘쉬(Ubermensch) 같은 니체의 핵심 주제들을 하나하나 탐색하면서, 그의 사상이 어떻게 인문·사회·예술 등 모든 영역에 지적 토양을 제공하며 하나의 철학으로 생명력을 유지해왔는지를 보여준다.


■ 세기, 알랭 바디우 지음, 박정태 옮김, 이학사, 324쪽, 18,000원
“20세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바디우의 명확한 답변을 담은 책이다. 바디우는 이 책에서 20세기 사유의 흔적(시, 철학적 단편, 연극 등)에 대한 탁월한 분석을 통해 지난 세기를 관통한 것은 ‘실재에 대한 열정’임을 드러내며, 이를 근거로 20세기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재판을 시도한다. 그는 ‘세기란 무엇인가? 정말로 세기는 시작됐으며 또 정말로 세기는 지나갔는가? 이 물음들을 철학적으로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가?’, ‘지난 세기 동안 사람들은 무엇을 사유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 물음에 답변하기 위해 시, 철학적 단편, 정치사상, 연극 등 지난 20세기에 생산된 여러 자료를 추려내고 검토한다.

■ 세계의 도시, 스탠리 브륀·모린 헤이스-미첼·도널드 지글러 엮음, 한국도시지리학회 옮김, 푸른길, 772쪽, 35,000원
이 책은 삶의 무대가 되고 있는 세계 도시 지역의 역사·경제·문화·사회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 구조 모델, 도시 문제 및 전망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환경, 위생 및 보건, 글로벌화, 가상공간 등의 주제들도 포함돼 있다. 제1장에서는 세계의 도시 발달, 도시지리학의 기초 용어에 대한 설명, 세계도시의 소개 등 도시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 지식을 다룬다. 제2장부터 제12장까지는 아메리카, 유럽과 러시아,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와 태평양 도서 지역의 도시 등 세계의 주요 도시 지역을 11개로 구분해 알기 쉽게 설명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제13장에서는 미래의 도시에 대한 전망을 다룬다.

■ 유신―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대, 한홍구 지음, 한겨레출판, 472쪽, 20,000원
이 책은 박정희의 집권 18년 중 후반 9년을 통해 벌어진 일들을 살펴본다. 유신시대가 탄생한 배경에서 붕괴해가는 모습까지, 그가 어떻게 헌정을 파괴하고 국민 위에 군림했는지, 유신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해갔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교수는 여는 말을 통해 “우리의 누림이 무임승차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 책을 통해 유신의 야만을 제대로 깨닫고 민주주의를 새롭게 다짐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유신의 폐해와 그 실체를 목도하고 분노하면서 한편으로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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